10억 회원권에 연회비 2천만원 더 내라고?
사실상 정회원 혜택 사라져
비회원그린피도 30만원 훌쩍
매각 고민하는 개인들 증가
"사업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망했냐는 소리 들을까 버텨"
"골프를 너무 좋아하고 비즈니스 때문에 10년 전에 고급 회원제 골프장 회원권을 샀죠. 그런데 최근에 연회비 2000만원을 추가로 내라고 하니 부담이 너무 커졌어요. 그래서 1년 전에 매각하고 지금은 조금 저렴한 회원권으로 갈아탔습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회원제 골프장에 '연회비' 이슈가 불거졌다. '최고급'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회원제 골프장들이 회원권 이외에도 연간 1000만원에서 2500만원가량 연회비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점차 연회비 제도를 도입하려는 골프장들 움직임도 있다.
연회비뿐만이 아니다. '고급화'를 표방하며 비회원 그린피는 30만원을 훌쩍 넘겼고, 캐디피를 17만원에서 20만원까지 올려 받는 곳도 있다. 리무진 카트를 도입해 20만원대로 가격을 책정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정회원이라도 비회원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라운드하면 한 팀에 그린피만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각종 비용과 식비까지 합하면 200만원에 육박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친구들을 초대해 편안하게 골프를 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일부 회원제 골프장들이 최고 서비스와 코스 관리 등을 내걸고 고급화를 추진하며 '한번 쳐 보기도 어려운 곳'으로 벽이 높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다.
일반적으로 회원권 거래액이나 분양금액이 10억원을 넘는 고급 회원제 골프장 정회원은 그린피 혜택이 컸다. 평일뿐만이 아니라 주말에 그린피를 면제하는 곳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고급 회원제 골프장 회원이라는 무형적 가치와 그린피 혜택이라는 현실적 가치를 합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개인도 많았다.
하지만 '연회비'가 포함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멸성인 연회비 2000만원을 내고 일주일에 한 차례씩 라운드한다면 약 50회. 매번 40만원씩 더 내고 치는 셈이다. 무형적 가치는 유지되겠지만 경제적 가치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법인보다는 개인 이탈률이 높아지는 이유다.
반대로 고민도 있다. 한 회원은 "연회비가 없어서 매각했다고 하면 혹시 '사업이 망했느냐?' '요새 어려워졌느냐?'는 얘기를 들을까 봐 속앓이를 하면서도 연회비를 내고 회원권을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 등 많은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연회비는 얼마나 받을까. 현재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서 21억원에 시세가 형성된 '명문' 이스트밸리는 2022년 8월부터 연회비 이슈로 회원권 가격이 16억원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당시 이스트밸리는 정관의 회비 변경 조항을 근거로 연회비를 정회원 1인당 1100만원씩 부과하고 있다.
또 2011년 13억원에 회원권을 분양한 휘슬링락은 현재 연회비 2500만원을 받고 있고 지난해 포스코그룹이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도 연회비를 2000만원씩 받고 있다. 당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적자의 50%는 광고 수익 등을 통해 보전하고, 나머지 50%는 회원들이 부담했으면 좋겠다. 명문 구장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회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이드팰리스는 개인 회원은 1100만원, 법인 회원은 2200만원씩 연회비를 받는다. 포천아도니스도 무기명 회원 연회비를 400만원으로 책정했다.
묘하게도 이들 초고가 회원제 골프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줄을 섰다. '회원권 보유'가 사회적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상징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법인과 오너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회원이 되기는 어렵다. 한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 승인 절차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단 회사 규모와 사회적 지위, 덕망이나 평판 등을 사전에 심사한다. 이후 입회 의향서와 기존 회원 3명의 추천서를 받아야 접수할 수 있다. 이후 운영위원회에서 상의하고 입회 대기 자격을 준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회원 대기자만 5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회비를 받는 골프장이 증가하며 회원권 시장의 움직임은 묘하게 변하고 있다. 연회비를 도입하지 않은 고가 회원권 시장이 반사이익을 보는 분위기다. 연회비가 부담스러운 개인이 매각 후 새로운 회원권을 구매하며 용인과 수도권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동시에 실제 사용하기 좋고 가격이 무난한 중고가 회원권을 찾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골프 회원권 시장은 최근 경기 침체에도 큰 변화가 없다. 한 회원권 관계자는 "회원제 골프장이 감소하고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고가 회원권은 현재 물량이 거의 없고, 중가 회원권 중에서 선호도 높은 골프장 매물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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