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질 다양한 사기범죄 양형기준 13년째 2종···세분화 필요성 커진다
촘촘한 분류 없어 '솜방망이' 부추겨
성범죄는 6차례 범죄유형 세분화
양형위, 내년 3월까지 개정 추진
2011년 제정된 후 단 한 차례 개정됐을 뿐 사건 분류에는 변화가 없는 사기에 대한 양형 기준도 문제로 꼽힌다. 보이스피싱, 전세·보험사기 등까지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으나 죄의 무게를 결정하는 저울은 일반·조직 등 단 두 가지로만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죄질이 다를 수 있는 범죄에 13년 동안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보험사기를 저지르고도 3년 이상 실형은 전체 판결의 단 6%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제정된 것은 2011년이다. 이후 2022년 단 한 차례 개정됐지만 일반·조직 등으로 나눈 범죄 유형은 변하지 않았다.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각종 신종 사기 범죄가 등장했으나 해당 범죄에 대한 구분은 개인이 행하거나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기준과 금액에 따라 나눌 뿐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다.
이는 살인·성범죄 등 다른 범죄의 양형 기준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2009년 제정된 살인 범죄의 경우 2011년과 2013년, 2022년 등 세 차례 양형 기준이 개정됐다. 최초 동기 참작 사유(1유형), 보통 동기(2유형), 비난 사유(3유형)로 구분됐다가 2013년 현재 기준으로 개정됐다. 현재는 △참작 동기 △보통 동기 △비난 동기 △중대 범죄 동기 △극단적인 인명 경시 살인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성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이 여섯 차례나 개정되는 과정에서 가장 변화가 많았다. 제정 때는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강제추행죄(13세 이상·미만), 상해·사망 결과가 발생한 때로 구분했다. 하지만 2012년 3차 개정 때 장애인(13세 이상) 대상 성범죄가 추가됐다. 2020년 5차 개정 때는 군형법상 성범죄가 새롭게 포함되고 6차 개정(2022년)에서 장애인(13세 이상) 및 궁박(경제·정신적 처지 곤란) 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바뀌었다. 여기에 성범죄가 다양화된 데 따라 2021년에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이 새로 제정되고 2022년에는 첫 개정도 거쳤다. 강도 범죄의 경우에도 2009년 양형 기준이 정해지고 2011년과 2020년, 2022년 등 세 차례나 바뀌었다.
살인은 물론 성범죄·강도 등까지 시대가 변하는 데 따라 사건 분류나 처벌 대상을 다양화하는 등 연이은 개정 작업이 이뤄졌으나 사기는 예외였던 셈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올 4월 29일 제131차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사기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신설하기로 한 이유도 이 같은 사건 변화 양상을 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보험사기는 2018~2022년 5년 동안 법원에 기소된 사건이 6209건에 달해 양형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 가운데 사건명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양형위는 사기 범죄에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 기준을 신설하고 권고 형량 범위 및 양형 인자에 대한 논의를 거쳐 내년 3월 중 최종 양형 기준을 의결할 예정이다. 보험사기방지법상의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도 설정하기로 했다. 사기 범죄 양형 기준은 2011년 설정·시행 이후 권고 형량 범위가 약 13년간 수정되지 않았다. 일반 사기범은 사기 금액이 1억 원 미만일 경우 기본 형량이 징역 6개월~1년 6개월,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이면 징역 1~4년이다. 300억 원 이상 규모의 사기는 징역 6~10년인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법정 최고형은 15년으로 제한된다. 보험사기방지법에서는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를 상습적으로 범한 경우에는 형의 2분의 1이 가중된다. 또 보험사기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50억 원 미만은 3년 이상 징역이다. 징역형 모두 벌금 병과가 가능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기 범죄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죄명이나 수법 등에 따라 양형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일종의 억제 효과이자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 기준을 한층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보험사기는 수많은 보험가입자들에게 손해를 야기해 보험 가입 금액이 올라가게 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해치는 행위라 할 수 있다”며 “중대 범죄로 규정해 보다 강력한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법률의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신속한 입법적 보완 조치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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