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확정된 설계사도 버젓이 영업···제2, 제3 피해자 나올판
<하> 법 개정에도 곳곳 구멍
사기 알선·광고 처벌규정 생겼지만
행정제재까진 청문 등 절차 필요
범죄자에 영업활동 허용하는 셈
법원서 확정판결 즉시 자격정지 등
22대 국회선 보완법 꼭 처리해야 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이 8월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보험사기를 ‘뿌리 뽑기’에는 여전히 넘을 산이 많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보험사기를 알선·권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마련됐으나 미비한 행정 규제 등 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 해 적발 금액만 1조 원에 달하는 등 보험사기가 이미 위험 수위에 오른 만큼 22대 국회가 법적 근절 대책 마련의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10월 당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보험설계사가 보험사기로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행정처분 없이 자격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가 재판에서 범죄 사실이 증명될 경우 청문 절차를 생략하고 형사판결을 받은 때는 즉시 등록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담아 지난해 12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역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행정 제재상 구멍을 메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험사기 알선·유인·권유·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이 두 달 뒤부터 시행되면서 처벌 근거는 명확해졌으나 여전히 행정 제재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은 이뤄지지 못했다. 현행 보험업상 보험설계사 자격 제한 사유에 보험사기방지법으로 형사처벌이 확정된 때가 포함되지 않는 등 법적 보완을 위해 여야가 같은 취지의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없던 일’이 됐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금융상품판매업을 등록을 하지 않고 금융 상품을 판매하거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금융상품판매업을 등록하는 등 행위로 재판부가 처벌을 확정한 경우 보험설계사 등록을 제한한다. 하지만 보험사기방지법 위반으로 법정에서 형이 확정된 이는 보험설계사 등록 제한 대상이 아니다. 대신 현행 법률상 법정에서 보험사기가 인정된 보험설계사에 대해 영업정지, 등록 취소와 같은 행정 제재를 가하려면 검사와 제재·청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들 과정을 거쳐 처분 완료 때까지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까닭에 보험설계사가 죄를 저지르더라도 사실상 영업 활동이 허용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분석한 결과 보험사기로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아 보험설계사에 대한 등록이 취소된 이들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22명에 달한다. 한 해 24.4명꼴로 보험사기를 저질렀다가 보험설계사 자격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행정 제재를 앞당길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함흥차사’인 셈이다. 황운하(조국혁신당)·박수영(국민의힘) 의원이 제22대 국회에서 해당 보험업법 개정안 재발의를 추진한다고 밝힌 이유도 해마다 급증하는 보험사기와 무관하지 않다.
황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제22대 국회에서 보험설계사가 보험사기로 확정판결을 받을 시 자격을 정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재발의할 계획”이라며 “보험설계사는 금융 전문가로서 높은 직업윤리 의식을 가져야 하는 만큼 자격 요건이 철저하게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도 “보험사기에 엄정 대처하고 선량한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22대 국회에서 본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재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험설계사의 경우 보험사기로 실형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청문 절차를 생략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험사기 현황 및 시사점’에서 “보험사기 범행으로 적발되더라도 벌금형 위주로 처벌되는 상황에서 직업상 전문성을 이용해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면허 취소 등 행정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인 불이익과 그로 인한 심리적 경감심 고취 등 범죄 예방 효과가 클 수 있다”며 “보험사기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경우 해당 범죄 사실 등이 주무관청에 제대로 통보돼 실제 영업·자격정지, 등록 취소 등 행정 제재 처분 여부도 확인·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업법 제102조 3에서 정하고 있는 보험사기 행위를 한 경우 6개월 이내에 업무 정지를 명하거나 그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해당 법에서는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보험사고의 원인·시기·내용을 조작하거나, 피해의 정도를 과장해 보험금을 수령하거나, 고의 보험사고 발생 또는 발생한 것처럼 조작해 보험금을 수령한 행위를 보험사기로 보고 있다. 이 외에 보험대리점이나 보험회사가 불건전 영업 행위로 1년에 3회 이상 행정처분 대상이 된 경우 영업정지, 등록 취소 대상이 되도록 하거나 보험회사가 위탁한 업무를 재위탁하지 못하게 규정해 보험업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제21대 국회와 운명을 같이했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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