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내부자 폭로]② "검사가 공범들 모아놓고, 교도관들은 밖에서 대기"

봉지욱 2024. 6. 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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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①  대북송금 사건 수사 때 '진술 짜맞추기' 의혹 뒷받침하는 쌍방울 내부자의 '검사실 구조' 설명 

②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내부 '영상녹화조사실'과 맞은편 창고방(1315호실)에서 주로 모였다"

③ "교도관들은 유리창 너머로 모두 목격했지만, 대화 대용 들을 수 없었고 별다른 제지도 없었다" 

④ 내부자의 직접 경험담으로 확인되는 '진술 짜맞추기' 정황...재판에 결정적 영향 미칠 가능성도 

뉴스타파는 쌍방울 내부자가 수원지검에 참고인으로 수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으며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들을 인터뷰해서 보도하고 있다. 어제(5일) 첫 보도에서는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김성태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그룹 임원들과 공범들이 수시로 모였던 상황을 전했다. 검사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오늘은 이 같은 상황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살펴본다. 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들 옆에는 항상 교도관이 있다. 검찰에 가서도 공범들은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해야 한다. 검찰은 교도관들이 밀착해서 감시하기 때문에 공범들이 한 방에 모이거나, '연어회 술판'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부자 A씨의 얘기는 달랐다. A씨는 기자에게 수원지검 검사실의 배치 구조까지 생생하게 설명하면서 "교도관들이 '진술 세미나'가 벌어진 현장을 정확히 목격했지만 이를 제지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다"고 폭로했다. 다만, 교도관들이 검사와 공범들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1313호 검사실의 구조도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A씨 증언에 따라 구성한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의 구조도. 영상녹화조사실과 피의자 조사실, 검사 집무실 등 3개의 공간이 분리돼있다. 맞은편에는 창고방으로 불리는 1315호실이 있다. 내부자 A씨는 1315호실과 영상녹화조사실에서 공범들 미팅이 열렸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1313호 구조는 A씨의 증언과 일치 

지난해 1월 17일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입국했다. 김 회장은 곧바로 수원지검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김 회장은 사전에 준비를 마친 듯 적극적으로 진술에 임했다고 한다. 방용철 부회장 등 쌍방울그룹 임원진도 김성태 회장의 진술 내용을 뒷받침했다. 이들은 2019년도에 통일전선부의 대외 기관인 조선아태평화위원회에 총 800만 달러의 외화를 지급했는데, 모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위한 일이었다고 했다. 

김성태 회장이 오기 전만 해도 쌍방울의 대북 사업은 계열사의 주가 부양이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던 일부 임원들은 지난해 2~3월부터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공범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4월 불과 두 달 전에 자신이 법정에서 했던 증언을 180도 뒤집었다. 자신의 몸이 너무 아파서 기억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쌍방울 내부자 A씨가 이른바 '진술 세미나'에 불려가기 시작한 것도 김 회장이 태국에서 잡혀온 뒤부터다. A씨 또한 쌍방울의 대북 사업과 외화 밀반출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수원지검에 참고인으로 8번 이상 출석했다. 하지만 검사나 수사관이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참고인 조사를 빌미로 불려갔지만, 조사는 받지 않은 채 쌍방울그룹 임원진들과 수시로 검찰청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는 대북송금 수사를 담당한 1313호 검사실의 내부 구조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검사실 내부에 영상녹화조사실이 있다는 사실, 검사실 맞은편에도 창고 같은 공간(1315호실)이 있었단 사실을 증언했다.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는 임원들까지 모두 모일 때는 숫자가 너무 많아 영상녹화조사실과 1315호실에 각각 나눠서 모이기도 했다고 한다. 

A씨의 증언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직접 손으로 그린 1313호 검사실 구조도와 비슷하다. 또 언론에 영상녹화조사실에 유리창이 존재한다고 밝힌 검찰의 해명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 A씨 : 방용철 부회장도 있었고 김성태 회장도 있었고 여러 사람이 같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그때 그 자리에 있었고.

●기자 : 그게 1313호 검사실.

○A씨 : 네, 맞아요. 맞아요. 저는 제가 들어갔던 데가 유리로 돼 있는 방이 있잖아요. 밖에서는 보이고 안에서 밖으로 볼 수 없는 방. 거기에 제가 주로 갔던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기자 : 영상 녹화 조사실인가요?

○A씨 : 예 맞아요. 그게 그런 것 같아요.

●기자 : 지금 이게 좀 문제가 된 거 아시죠? 그것 때문에.

○A씨 : 네, 지금 언론지상에서 보도 내용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중략) 방을 좀 나눠서 제가 있는 방이 따로 있을 거고 아까 말씀하셨던 녹취하는 방 있잖아요. 비디오 녹화실인가 (영상녹화) 거기가 있고 또 하나가 저쪽 창고같이 수사관 뒤쪽 방이 하나가 더 있어요. 근데 거기에 이렇게 나눠져가지고 얘기를 했던 걸로 제가 알고 있어요.
- -쌍방울 내부자 A씨의 증언 내용 중

쌍방울 내부자 "교도관들도 목격했지만,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다" 

대북송금 사건에서 '진술 세미나' 의혹이 중요한 이유는 검찰이 물증보다 진술에 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성태 회장이 경기도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위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건넸다고 보지만, 명확한 물증은 없는 상태다. 쌍방울 임직원들과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지난해 3~4월부터 비교적 일치된 증언을 법정에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이 중요한 상황에서 '회유와 압박'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발생했다. 검찰은 공범들을 한데 모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교도관들이 항상 함께 있기 때문에 검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단 것이다. 실제로 교도관들은 피의자를 밀착해서 감시한다. 

그러나 쌍방울 내부자 A씨 증언에 따르면 교도관들이 '진술 세미나'를 사실상 묵인한 정황이 포착된다. A씨는 "교도관들이 영상녹화조사실 복도에 있는 벤치형 의자에 앉아 있었고, 여기서 유리창을 통해 영상녹화조사실 안쪽을 볼 수 있었지만 대화 내용까지는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도관들이 공범들의 미팅 장면을 뻔히 지켜보면서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A씨 :  김성태 회장이…검사도 참여를 하고 그다음에 검사가 나간 적도 있었고 실제로 기사처럼. 교도관들은 밖에 이렇게 쭈르륵 앉아 있어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니까. 아, 옆에 있었을 때도 있구나, 교도관들이.  근데 주로 유리방으로 돼 있는 데는 유리방 바로 앞에 벤치가 쭉 있거든요.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거기에 주르륵 앉아 있었죠. 

●기자 : 교도관들이 그러면 대화 내용이나 이런 건 못 듣겠네요. 뭘 하는지는?

○ A씨 : 대화 내용을 들으면 좀 그렇겠죠. 그러니까 밖에 앉아 있으라고 했겠죠.
- -쌍방울 내부자 A씨의 증언 내용 중

신빙성 높아지는 쌍방울 핵심 내부자의 '폭로'

어제(5일) 뉴스타파 기사에서 쌍방울 내부자 A씨는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공범 관계인 쌍방울 임원진들이 수차례 같은 공간에서 만났으며 ▲또 다른 공범인 안부수 아태협 회장도 함께 있었고 ▲이화영 부지사가 김성태 회장과 별도 공간에서 동석하거나 ▲쌍방울 임원급 피의자들과 담당 검사가 함께 있던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관련 기사 : [쌍방울 내부자 폭로]① "검찰청서 김성태 회장과 공범들 수시로 만났다")

오늘은 당시의 '진술 세미나'가 ▲수원지검 1313호실 내 영상녹화조사실과 창고방(1315호실)에서 이뤄졌고 ▲모이는 인원이 많을 때는 두 곳으로 나눠서 모여 있었으며 ▲교도관들은 영상녹화실로 들어가는 복도의 벤치형 의자에 도열해서 앉아 있었고, 유리창을 통해서 안쪽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대화 내용은 들을 수 없었으며 ▲검사와 공범들이 모인 모인 상황을 목격한 교도관들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고 ▲1315호실에 있을 때는 교도관들이 방 안에 같이 있기도 했다는 추가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진술 세미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혹은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쌍방울 내부자 A씨가 수원지검에 수차례 불려가서 직접 경험한 내용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앞서 주장했던 내용들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련의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검사와 교도관, 이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리 짜맞춘 진술로 재판이 진행돼왔다면, 실체적 진실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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