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스하키부 또 해체…고교 선수들 ‘살얼음판

장필수 기자 2024. 6.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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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교부 5개→4개로 줄게 돼
선수 미래 불투명…저변 붕괴 가속할 듯
중동고등학교 아이스하키부가 지난해 6월15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장에서 열린 고교아이스하키 2차 리그에서 경성고등학교를 상대로 3-2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온더스포츠 제공.

7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동고등학교 아이스하키부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그간 운동부 존치를 고심해온 학교가 아이스하키부 내부 문제를 이유로 해체를 결정하면서 소속 학생 선수들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중동고가 해체되면 아이스하키 고교 팀이 전국 5개에서 4개(경기고·경복고·경성고·광성고)로 줄게 돼 아이스하키 저변 붕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동고는 지난해 11월 학부모들에게 “아이스하키부는 올해까지만 신입생을 선발하며, 내년부터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축구부와 아이스하키부를 운영하는 중동고는 지난해 10월 학부모와 동문 등 관련자들을 모아 공청회를 열어 운동부 존치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학교가 전체 학부모와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는데, 학부모 사이에선 운동부 존치를 놓고 찬성 의견이 더 높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 이사회는 축구부는 존치, 아이스하키부는 단계적인 폐지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이명학 중동교 교장은 “아이스하키부를 운영하는 게 학교로서는 부담이 됐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며 “당장 하키부를 폐지하면 선수들의 장래 문제가 걸리니, (선수들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는) 단계적인 폐지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중동고는 서울시 교육청에 남은 선수들이 졸업 전까지 경기를 소화할 수 있도록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중동고가 이러한 결단을 내린 데는 아이스하키부 학부모가 제기한 민원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이스하키부 내에 아동학대와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이 있었다는 민원을 접수한 교육청이 학교를 상대로 대대적인 장학지도에 나섰고, 사태는 경찰 수사로까지 번졌다.

중동고 이사회는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교장, 교감, 운동부장, 감독 등 관계자 모두에게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내렸다.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아이스하키부 감독은 경찰 수사에서 아동학대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수서경찰서에서 보강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교장은 “운동부라는 게 동문의 추억이고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살펴보니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부 학부모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은 전학을 갈지, 운동을 그만둘지, 학교를 상대로 전향적인 대책을 촉구할지 등 각자도생의 길에 놓였다.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학교에 선수가 새로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21년 보성고가 아이스하키팀을 해체하면서 소속 선수 상당수가 운동을 그만둔 전례는 선수와 학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이미 2학년 선수 7명 중 한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3학년 선수 6명마저 졸업하면, 10명만 남게 돼 중동고 아이스하키부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아이스하키는 6명이 뛰지만, 경기 도중 선수 교체가 잦아 15명 이상의 선수가 필요하다.

중동고 아이스하키부 해체는 중학생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2024년 기준 학교 운동부 소속 중학생 아이스하키 선수는 139명인데, 이중 약 70%가 고교 아이스하키부로 진학한다. 중동고에 할당됐던 20여명이 없어지면,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은 그만큼 늘어난다.

아이스하키 저변 확대를 위한 책임이 있는 아이스하키협회의 무대응과 무대책을 꼬집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 아이스하키 감독은 “아이스하키 발전이나 존속을 위해서 협회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학교에서 공청회 등이 열린 지는 몰랐다. 협회장이 교장에게 연락도 드리고 찾아뵙겠다고 했지만, 이미 수습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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