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기름값 항의해도 쫓겨나”는 가맹점주에 단체교섭권 주면 ‘노조화’ 될까

김세훈 기자 2024. 6. 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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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

국내 치킨 가맹점 점주 A씨는 2018년 닭의 품질이 낮고, 식용유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다른 점주들과 본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내용 증명을 보낸 끝에 본사와 협의를 할 수 있었지만 형식적이었다. A씨는 원가 가격을 공개해달라고 했다. 본사는 “내부 영업기밀”이라며 거부했다. A씨가 문제를 공론화하자 본사는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A씨는 법적 투쟁 끝에 점주 지위를 회복했지만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그는 “조만간 계약 갱신 시기가 다가오는데 연장 여부에 신경이 쓸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점주들의 요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가맹점주단체에 ‘단체교섭권(상생협의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22대 국회 들어 다시 회의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복수노조처럼 가맹점수 단체가 난립한다며 반대하지만 가맹점주 단체 구성률이 낮아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사업법은 충분히 논의된 만큼 22대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지만 국회의장이 상정하지 않아,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은 가맹점주단체가 계약조건 등에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가 이에 응하도록 규정해놨다. 이를 어길 시 시정명령·고발 등 제재를 받게 된다. 가맹점주들이 협상력이 없어 본사의 ‘갑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법안이다. 점주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A씨처럼 협의에 나섰다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개정안이 가맹점주에게 노동조합과 같은 권한을 부여한다며 반대해왔다. 여러 가맹점주 단체가 난립하면 본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맹점주를 비롯해 민주당 등에선 실제 단체 구성률이 극히 낮다고 말한다. 복수 가맹점주단체가 난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대로 하면, 가맹점주단체로 인정받기 위해서 ‘가맹점 수’ 혹은 ‘전체 가맹점 대비 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1만1844개 브랜드 중 가맹점주단체가 구성된 곳은 80여개다. 단체구성률이 0.68%에 불과하다.

현행 가맹사업법에서 본사가 가맹점주의 협의 요청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대목도 모호하다고 지적된다. 협의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본사가 협의를 거부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주요가맹사업단체분쟁 사건 32건 중 31건이 가맹점주 대화 요청 거부로 시작됐다. 이 중 11건은 공정위에 시정명령·과징금 등 제재를 받았다. 13건은 국회 등의 중재로 합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6일 “(등록요건인) 가맹점 수 같은 경우 100곳 미만인 곳부터 편의점업은 1만개가 넘는 등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사업 환경도 서로 달라 일률적으로 가맹단체 등록 조건과 협의 횟수·주제를 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국회 등이 나섰을 때 해결된 분쟁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은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면 법적 다툼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사회적 비용 절감하기 위해 법적으로 점주와 본사 간의 대화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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