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어 유로존 0.25%p 금리 인하...2년여 만에 통화정책 전환

김지섭 기자 2024. 6. 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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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스위스, 스웨덴, 브라질, 멕시코 등도 금리 내려
9월, 美금리 인하 가능서도 커져

세계 3위 경제권인 유로존(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화 사용 20국)이 6일 금리를 인하했다. 2022년 7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방향을 튼 것이다. 5일 캐나다가 G7(7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내린 데 이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G7의 절반이 넘는 4국이 금리 인하에 동참한 셈이다. 이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은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스위스, 스웨덴, 브라질 등도 금리를 낮췄다. 글로벌 금리 향방의 키를 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9월 코로나 이후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래픽=이철원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연 4.25%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ECB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한 것은 2016년 3월(연 0.05→0%) 이후 8년 3개월 만이다. ECB는 금리 결정 후 “작년 9월 이후 물가 상승률은 2.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ECB는 올해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 내년엔 2.2%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0.9%, 1.4%로 전망했다.

시장에선 ECB가 올해 9월, 12월 등 두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로존은 2011~2012년 남유럽 재정 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0%대로 내린 뒤 2016년 3월부터는 제로(0) 금리 정책을 폈다. 그러다 2022년 2월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2022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년 2개월간 금리를 4.5%포인트(연 0→4.5%)나 올렸다.

한때 10% 넘게 치솟던 물가 상승률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작년 말부터 2%대로 주춤했다. 하지만 작년 미국이 2.5% 성장할 때 유로존은 0.4%에 그치는 등 경기가 크게 둔화됐다. 올해 성장률도 1%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물가 걱정을 덜자 경기가 더 악화하기 전에 ECB가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 인하에 따른 통화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지만 유로존은 더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의 금리 정책을 담당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 지난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AP 연합뉴스

◇주요국, 올 들어 줄줄이 금리 인하

ECB가 금리를 내리기 하루 전인 5일 캐나다은행(BOC)도 기준금리를 연 5%에서 연 4.75%로 0.25%포인트 내렸다. 2020년 3월 코로나 충격으로 금리를 1.5%포인트나 내린(연 1.75→0.25%) 이후, 4년 3개월 만의 첫 인하다. 캐나다는 코로나로 인한 침체를 막기 위해 연 0.25%의 초저금리를 2년여간 유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자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년 4개월간 금리를 4.75%포인트(연 0.25→5%)나 끌어올렸다.

한때 8% 넘었던 캐나다의 물가 상승률은 올해 2%대로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실업률이 오르는 등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자 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다. 티프 매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확신이 커진다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유로존과 캐나다에 앞서 스위스, 스웨덴 등도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자 고금리에 따른 경기 경착륙을 막으려고 서둘러 금리를 내렸다. 물가 상승폭이 떨어지는 영국도 이달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내릴 경우 자본이 빠질 위험이 큰 신흥국들도 저성장 탈피를 위해 공격적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이 올해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연 11.75→10.5%) 내렸고, 칠레도 1.75%포인트(연 8.25→6.5%) 인하했다. 체코, 헝가리, 멕시코 등도 올해 금리를 내렸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로이터 연합뉴스

◇美, 9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져

G7 주요국 등이 잇따라 피벗을 감행하면서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먼저 금리를 움직인 뒤, 미국이 이를 따르는 ‘왝 더 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현상이 나타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아직 목표(2%)보다 높은 3%대에 머물러 있지만, 고용 등 지표가 최근 부진해 곧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미국 고용 정보 업체 ADP가 발표한 5월 민간 기업 고용은 4월보다 15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전망(17만5000명 증가)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 4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 건수(806만건)도 2021년 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연준이 높은 금리를 고수하는 주요 근거가 되던 견고한 고용시장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금리로 연준의 기준금리를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은 5일 기준 56.8%로 지난달 말(45.1%)보다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12월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낮을 가능성(41.5%)도 지난달 말(32.1%)보다 크게 올랐다. 시장에선 연준이 연내에 2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용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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