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상속세 감세 주장…‘감세 페달’만 밟는 여야

김윤나영 기자 2024. 6. 6. 16: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2대 국회 들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 등을 꺼낸 가운데 상속세 감세 논의마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상속세를 사망자의 유산 총액 기준에서 상속인 1인당 물려받은 몫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원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상속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수조원대 세수 손실이 불가피하다. 상속세 실효세율이 높지 않고 ‘부자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정부여당과 야당이 모두 ‘감세 페달’만 밟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여당은 유산취득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행 사망자의 유산 총액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에서 상속인 1인당 물려받은 유산 취득분에 각각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누진세율을 적용받는 상속인이 줄어든다. 가령 부모가 남긴 40억원을 자식 2명이 20억원씩 물려받으면 기존엔 40억원(일괄공제 5억원을 빼면 35억원)에 대한 상속세율 50%가 적용됐다.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두 자녀가 각각 받은 20억원(일괄공제 5억원 빼면 15억원)에 대한 세율 40%를 적용받는다. 상속인들이 내야 할 세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민주당도 상속세 일괄공제액 기준을 현행 5억원에서 6억~7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과표구간 5억~10억원인 중산층 가구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상속세법은 상속인 1인당 2억원씩 기초공제하고, 성인 자녀와 배우자 인적공제를 추가 적용해 총 합계액이 5억원을 넘지 않으면 이를 일괄공제해준다. 민주당은 일괄공제 금액을 1억~2억원 가량 높여 상속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과세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이를 검토해 세법개정안에 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어느 방향이든 상속세 감세안이 세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자감세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지난해 7월 공개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면 2021년 기준 상속세수는 6000억원~1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부자 감세 논란도 있다.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세율상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집단은 상속재산 46억~66억원(과표 기준 30억~50억원) 구간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안 역시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 상속세 일괄공제 범위를 확대하면 과표구간 5억~10억원 대상자뿐 아니라 그 윗구간의 모든 상속세 대상자가 일률적으로 세금 감면 효과를 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해 12월 ‘상속세제 과세방식별 공제제도 비교연구’ 보고서를 보면 상속세 기초공제를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고 배우자 공제도 2배로 확대하면 9896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올해 국세 수입 현황은 역대급 ‘세수 펑크’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4000억원 덜 걷혔다. 56조4000억원의 역대 최대 세수 펑크를 냈던 지난해보다 세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는데 감세 논의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상속세 감세안을 꺼내든 건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상속세 납세 인원이 늘어났기 때문이지만 실제로 상속세의 실효세율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자료를 보면, 2022년 한국 상속세 평균 실효세율은 41.4% 명목 최고 세율보다 낮다. 상속재산규모가 500억원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25명(0.16%)를 제외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이다.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세의 명목세율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외국은 소득세가 높거나 자산소득 등에 부과하는 세금이 한국보다 높기 때문에 단순히 명목 세율로 비교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특히 2022년 기준 상속을 받은 사람 중 상속세를 낸 비율은 4.53%에 불과했다. 상속 받은 사람 100명 중 4.5명만 내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전체 상속세의 85.4%는 상속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상속자 338명이 납부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6일 “상속세는 애초 내는 사람이 많지 않고 상속세 감면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슈퍼부자들”이라며 “정부 예측과 다르게 올해 세수 전망이 작년보다 안 좋아질 텐데,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서 상속세까지 감세 움직임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