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하는 사업, 먼저 해내자”…이재용, 미국서 30개 일정 강행군
2주간 동서부 오가며 비즈니스
6G·차세대 반도체 협력 강화
7일 ‘신경영 선언’ 31주년
노조 파업선언 악재 속에서
李회장, 해외경영 고삐 죄기
6일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출국해 미국 출장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과 워싱턴DC 등 미 동부는 물론 서부의 실리콘밸리까지 아우르는 장기 일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매일 분단위까지 나눠지는 빽빽한 일정이 6월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출장 첫 주요 일정으로 4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분야와 갤럭시 신제품 판매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과 서비스 방안, 6G 등 차세대 통신기술 전망, 하반기 갤럭시 신제품 판매 협력 등 사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단기적 협력 방안으로 갤럭시 신제품 관련 공동 프로모션과 버라이즌 매장 내에서 갤럭시 신모델의 AI기능을 체험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미팅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 주요 경영진도 함께했다.
미팅 후 이 회장은 함께한 경영진에게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당부하며 의지를 다졌다. 이 같은 발언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변되는 ‘신경영 선언’을 한 지 올해로 31주년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이 생긴다.
파운드리와 스마트폰, 가전 등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와 6G 등 미래 산업에서도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의 주요 면담 상대로 택한 버라이즌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 중 삼성전자의 최대 거래 업체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까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이 2020년에 체결한 5G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은 7조9000억원 규모로,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수주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미국 5G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때 만남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가까운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두 리더간 파트너십은 베스트베리 CEO가 버라이즌으로 옮긴 뒤에도 이어지면서 네트워크 사업의 초대형 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회장은 계약 과정에서 수시로 화상 통화를 하며 새로운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이 회장의 최대 강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는 물론 마크 저커버그(메타), 팀 쿡(애플), 일론 머스크(테슬라) 등 미국의 ‘매그니피센트(M)7’ 기업 수장들과 두루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왔다. 이 외에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인도 재벌) 회장 등 글로벌 큰손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서도 북미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업 리더들과 만남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AMD 등 AI칩 기업부터 아마존 등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들까지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 강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취임 후 어느 기업 리더들보다 지속적으로 해외 현장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바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베트남 연속 출장을 떠났다. 지난 해에도 사우디, 네덜란드 등 두달에 한 번꼴로 해외 출장길에 올라 엔비디아, ASML, 구글 등 주요 파트너사들과 만났다. 올해도 지난 2월에는 UAE 등 중동 일정을 소화했고 4월에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네트워크 강화에 힘썼다. 지난 달 26일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현지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리창 총리가 국내 기업인을 만난 것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재계 고위 인사는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였던 삼성전자가 노조 파업 선언으로 어수선한데 이럴 때일수록 여러 비즈니스 일정을 강행군하는 이재용 회장의 해외 행보가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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