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서고 싶다" 휠체어 장애인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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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의 자아가 유아기를 지나며 개인의 내밀한 영역(상상계)에서 언어와 사회의 영역(상징계)으로 진입한다고 했다.
여섯 명의 배우가 무대에 있지만 "독백이에요. 1인극이잖아요"라며 한 명의 인물을 여섯 명의 배우가 나눠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무대에 선 6명이 모두 장애인 배우라는 점은 '예술가의 인정투쟁'이라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한다.
다른 모든 영역에서처럼 장애인들은 무대와 객석, 예술에서 배제돼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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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배제하는 예술계 비판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의 자아가 유아기를 지나며 개인의 내밀한 영역(상상계)에서 언어와 사회의 영역(상징계)으로 진입한다고 했다. 이미 존재하는 타자의 질서 속에서 자아가 형성된다고 본 것이다. 권력을 가진 기성의 언어에 포섭되지 않으면 개인의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분야가 예술이다. 평론가나 매체, 다른 예술가 등 예술계의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로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그린 두산인문극장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편'(연출 이연주)이 공연 중이다. 객석이 둘러싼 사각형의 무대를 텅 빈 휠체어 한 대가 가로지른다. 배우 여섯 명이 차례로 등장한다. 붉은색의 불투명한 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객석과 무대 사이에 쳐지고 내레이션이 김춘수 시 '꽃'을 낭독한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예술을 주제로 다루는 메타 예술 연극인 만큼 등장인물들은 작중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든다. 여섯 명의 배우가 무대에 있지만 "독백이에요. 1인극이잖아요"라며 한 명의 인물을 여섯 명의 배우가 나눠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2·3막은 예술계에 들어온 인물들이 기존의 권력에 착취받는 모습, 예술계의 권력이 소수자를 지우는 현상을 다룬다.
무대에 선 6명이 모두 장애인 배우라는 점은 '예술가의 인정투쟁'이라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한다. 다른 모든 영역에서처럼 장애인들은 무대와 객석, 예술에서 배제돼왔기 때문이다. 비장애중심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그들은 낯설고 안쓰러운 구경거리로 대상화될 뿐이다. 공연의 마지막, 배우들이 관객을 마주 보며 타인에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
2019년 초연돼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작품이다. 공연은 6월 15일까지.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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