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연, 가랑비에 옷젖듯이 대상에 가까워지는 '찐대세'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개그우먼 장도연의 MBTI는 ISFJ다. 흔히 '용감한 수호자'라 불리는 ISFJ는 '인사이더 사이에서는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 사이에서는 인사이더'라 불린다. 이를 성격적으로 풀어보면 '외향인 중에서는 내향적이고, 내향인 중에서는 외향적인' 성격이다. 굳이 어떤 충격적인 분장을 하지도 않았고, 충격적인 개인기나 외모를 갖고 있지도 않지만 장도연은 어느새 가랑비에 옷이 젖듯 많은 이들의 그의 편으로 만들어 놨다.
얼마 전 예능인의 고정출연 예능 개수에 대해 전현무가 한 말이 있었는데 전현무는 아마 콘텐츠 화제성을 조사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출연자 분석을 인용한 듯하다. 당시 지난해 전현무가 고정 출연 중인 프로그램이 총 21편으로 모든 연예인 중 가장 많았다. 그에 이어 붐과 장도연이었는데, 붐은 TV조선을 비롯한 '어르신 취향' 프로그램에 집중 출연했다. 장도연은 이보다는 훨씬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올해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전현무가 일주일에 무려 11개의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고, 장도연 역시 비할 바는 된다. MBC '라디오스타'를 필두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MBC '짠남자', JTBC '걸스 온 파이어' '배우반상회'에 출연 중이다. 또한 OTT 티빙에서 공개 중인 '여고추리반 3'에 출연 중이며, 유튜브에서는 김태호PD의 제작사 TEO에서 제작하는 '살롱드립 시즌 2'의 MC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시즌이 개시되면 언제든 안방마님으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으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 티빙의 '러브캐처' 시리즈가 있다. 장르 역시 스튜디오 토크를 중심으로 쇼 버라이어티, 시사 교양, 추리 등 다양하다. 이영자나 김숙, 박나래 등 한때 예능가를 주름잡고 있는 이들의 다음을 장도연은 확실히 틀어쥐고 있다.
장도연의 매력은 무엇보다 '편안함'이다. 이는 그와 함께 한 많은 출연자들의 증언이기도 하며, 그와 함께 하는 연출자들의 발견이기도 하다. 개그우먼으로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지만, 그는 늘 남을 공격하는 개그보다는 자신을 낮추거나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방식을 쓴다. 이는 남을 배려하는 'ISFJ' 유형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늘 공감과 상황을 중시하다 보니 함께 웃는 사람이나 이를 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고, 큰 웃음은 아니더라도 조용히 웃을 수 있는 특징이 생기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매력을 바탕으로 '센 MC'들이 포진한 '라디오스타'에서 강도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살롱드립'에서도 거의 처음 보는 초대손님들을 불러 편안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해 한때 175㎝에 달하는 장신을 내세우거나, 괴상한 분장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이런 부분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낼 때 장도연의 매력은 훨씬 빛나는 편이다.
스튜디오 토크를 중심으로 하지만 바깥에서 하는 야외 예능에도 곧잘 적응한다. 이러한 특징은 벌써 세 번째 시즌이 된 티빙 '여고추리반'에서 빛난다. 그는 추리반 멤버 중 실제로는 박지윤에 이어 두 번째로 언니지만, '동급생'으로 설정된 상황에 잘 적응한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박지윤이나 재재 대신 리액션을 담당하지만, 항상 곤란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방법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한다.
방송가 특히 개그우먼의 영역은 예로부터 '투쟁'의 영역으로 일컬어져 왔다. 남성 중심의 개그계 문화에서 여성은 수동적이거나 단편적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이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융성했지만, 여성 중심의 서사가 없었던 것도 비슷한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2010년대를 지나 2020년대에는 무엇보다 공감을 중심으로 하는 여성서사가 각광받고 있다. 예의 예능인들은 이영자나 김숙처럼 강한 이미지가 있어야 했고, 박나래처럼 스스로의 외모를 희화화해 웃음을 줘야 했다. 이들은 코미디 연기에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쪽으로 변해왔지만 긴 시간을 편안하게 봐야 하는 토크 프로그램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장도연의 경우에는 편안한 분위기로 특히 초대손님들의 끼를 끌어내는데 있어 강점을 보이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딱히 군중 속에서 도드라지거나 나서지 않지만, 결국에 찾아보면 가장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는 사람들. 이런 장도연의 뭉근하고 조근조근한 매력은 갈수록 매체와 시청자가 '1대1' 관계로 형성되는 지금의 방송에 가장 걸맞다. 어디서 봐도 좋은 편한 언니, 편한 누나, 편한 동생, 편한 딸 같은 진행자가 되기 때문이다.
장도연은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 여자 우수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한국PD대상과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에서 각각 코미디언 부문과 예능인 부문을 수상했다. 서서히 최우수상 그러니까 대상의 후보 안에 들 수 있는 역량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가 절친인 박나래에 이어 조금씩 대상에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조용한 군중의 승리자, 다정한 응시자, 따뜻한 파트너. 이 시대가 원하는 다채로운 이미지로 어느새 존재감을 키운 장도연. 그의 가랑비는 어느새 우리 모두를 웃음과 공감으로 흠뻑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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