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합의 사실상 폐기, 결말은..전쟁 위기? 극적 대화?

김윤호 2024. 6. 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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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성·미사일·오물풍선 잇달아 도발
尹정부,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강수
군사분계선 군사적 긴장에 확전 우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강경일변도"
다만 과거 전쟁위기 때마다 남북대화
2010년 지뢰·2015년 천안함 사태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9·19 남북 군사합의가 6년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지난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도 전면 효력정지를 결정하면서다. 이로써 군사분계선 일대 경계와 군사훈련이 다시 이뤄지고, 과거 남북 간 긴장을 조성했던 대북 확성기 재개도 임박하게 됐다. 북한의 향후 도발 수위에 따라 자칫 확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北도발 수위 따라 확전 가능성.."북핵 고도화돼 위험 커"

6일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에 이어 이례적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0여발 무더기 발사, 거기다 오물풍선 1000여개를 살포하는 등 연이어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6년 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재개를 비롯해 ‘감내할 수 없는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에 오물풍선 잠정중단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군사분계선 일대 경계와 대북 확성기 재개 등 북한의 도발 대응 여건을 조성키 위해서다.

이후 아직까지 북한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 ‘폭풍전야’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칼을 뽑아든 북한으로선 우리 정부가 강경대응을 하자마자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는 피하려 할 공산이 커서다. 문제는 향후 북한 도발의 수위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지도발을 비롯해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고, 이 경우 확전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강경대응에 나선 우리 정부로선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더 큰 대응에 나설 것이고, 이런 양상이 반복되면 위험 수위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군사분계선 일대 완충적 역할을 우리 스스로 제거한 것”이라며 “북한의 군사분계선 일대 도발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이 보복 도발을 하면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비롯해 대응을 할 것이고, 결국에는 남북 모두 군사적 대응까지 나서면서 확전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며 “정부가 대북정책 구도를 새롭게 바꾸려고 군사합의를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과거와 달리 북핵이 크게 고도화된 상황이라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안전 고려 안한 강수" vs "과거 전쟁위기 때 남북대화"

전쟁 위기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에는 정부의 맞대응 수위가 너무 높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지난해 북한 위성에 대응해 일부만 효력정지 했던 군사합의인데, 오물풍선 살포를 이유로 전면 효력정지를 결정한 것이라서다.

양 총장은 “북한은 오물풍선 중단을 결정했는데 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를 한 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것”이라며 “우리가 합의를 지키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북한은 우리 측에 군사합의 파기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실장도 “북한 도발에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사태를 진정시키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난해와 이번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명분이나 비례성이 부족한 데다 뻔히 확전 위험이 있음에도 강경대응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 사례들을 고려하면 전쟁 위기에 가까워지다가도 극적으로 대화가 성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을 때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물러서지 않고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그러다 남북 고위급이 접촉해 무박 4일 협상을 거쳐 사태를 진정시켰다.

2010년 천안함 피격으로 남북이 전쟁 위기까지 다다랐을 때에도 남북군사회담이 열렸다. 남북 입장차만 확인하고 합의를 보진 못했지만 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일촉즉발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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