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예치금 걱정 뚝! … 거래소 파산해도 끄떡없어요
예치금 은행에 안전하게 맡겨
사업자는 가상자산 80% 까지
디지털 금고 '콜드월렛'에 보관
비정상적 거래 24시간 감시
투자자 피해 크게 줄어들듯
다음달 19일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된다. 가상자산거래소 등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첫 제도적 장치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법인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가상자산 시장의 악몽으로 기억되는 2022년 테라·루나 사태와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 파산 등이 터졌을 때 투자자들은 돈이 묶이는 등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앞으로 국내에서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개인투자자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살펴봤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크게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로 구성된다. 가장 큰 변화는 가상자산 투자자의 자산 안전성이 대폭 강화된다는 점이다.
우선 앞으로 가상자산거래소가 향후 파산하더라도 가상자산 이용자는 예치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 예치금을 고유 재산과 분리해 은행에 맡겨 관리하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이용자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 예금자보호한도에 따라 이용자가 1인당 최대 5000만원의 예금을 예금보험공사 등의 재원을 바탕으로 돌려받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아직 가상자산 이용자 예치금의 보호한도는 정해지지 않았다.
가상자산 이용자는 실명 확인이 가능한 은행 입출금 계정에 있는 대금을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원화 포인트로 전환해 거래한다. 과거엔 은행 계좌에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계정으로 옮긴 자금을 만일 파산한 가상자산거래소가 다 소진해버린 경우 자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김동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거래소도 이제 보험 가입 의무가 생겼고, 원화의 경우 예치된 금액 100%를 항상 보유하고 있도록 법이 만들어져서 예치금이 보다 안전하게 관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 예금에 대한 이자를 받는 것처럼 가상자산 이용자도 예치금에 대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가상자산 이용자 예치금의 운용수익은 이용자에게 배분되지 않았다. 이율은 아직 미정이지만 주식 예치금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윤종수 코빗 컴플라이언스팀장은 "각 거래소에서는 각 사 재량으로 이용료율 관련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고 거래소 간 비교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용자의 가상자산도 더욱 안전하게 보관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투자자의 가상자산 80% 이상을 '콜드 월렛(Cold Wallet)'에 보관해야 한다. 기존 70%보다 상향됐다. 콜드 월렛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가상자산 보관 장치를 의미한다. 오프라인에서 공개 키(Public Key)와 개인 키(Private Key)를 생성하고 보관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뛰어나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대부분을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한 '금고'에 보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핫 월렛에 보관할 경우엔 이용자의 이름과 주소, 가상자산의 종류와 수량 등을 기록한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핫 월렛은 콜드 월렛과 반대로 인터넷과 연결된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쉽게 넣고 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이상거래를 24시간 감시하고 실제 발생이 의심이 되는 경우 금융당국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에 영향을 주는 풍문이나 '가짜뉴스' 등에 대한 모니터링도 이뤄질 예정이다. 또 내부자 거래를 막기 위해 정보 공개 경과 시점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마련된다. 만약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가 적발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에 상당하는 벌금도 부과될 예정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변동성이 컸던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에서 작전세력의 시세 조작 행위에 휘둘려 손해를 보는 초보 투자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킹이나 전산 장애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거래소는 불의의 사고 등에 대비해 최소 30억원, 코인 거래소나 지갑·보관 업체는 최소 5억원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등 가장 많은 공을 들여 보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박중구 빗썸 투자자보호실 실장은 "한국에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가상자산이 주식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투자자산의 한 종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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