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의 무지(無智) 무득(無得)]불상현 사민부쟁(不尙賢 使民不爭)

2024. 6. 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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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모든 국가에는 사회 통합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이데올로기가 있다. 이를 통해, 위정자들은 사회통합과 더불어 발전을 이끌어가면서, 궁극적으로는 권력유지를 위해 애를 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B.C. 500년 전후에 등장한 고대철학자들은 대부분 정치철학에 집중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당시는 청동기 시대로부터 철기 시대로 넘어가는 분수령에 있었다. 철기로 인한 농업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무기들의 출현하면서, 자본주의 기반 경제 시스템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사회 가치와 구조마저 크게 변화한 시기다.

동양에서는 하늘의 뜻을 벗어나서 인간 주도의 삶이 시작되었고, 계급주의가 타파되면서 변화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게 되었기에, 당시의 철학이 정치에 그 중심을 두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노자(老子)는 소위 말 좀 한다는 자들이 내세우는 여러 가지 철학들을 비판했다(使夫智者不敢爲也). 그들의 철학은 일견 그럴 듯 하지만, 결국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자기가 의도'하는 사회적 모델 실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봤다. 특히, 자기를 따르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를 구분해, 배척과 억압은 물론 심지어 폭력으로까지 이어짐으로써, 정치철학이 가져야 하는 '사회통합'이라는 대전제를 완전히 폐기해버리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자가 비판하는 핵심은 그들의 철학 또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사회적 통합방안 내용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주장 기저에 있는 개인적 의도, 즉 유위(有爲)함을 비판한 것이었으며, 또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어떤 기준이나 형식을 벗어나는 경우를 용납하지 않는 배타성을 거부한 것이었다. 더욱이, 특정 사상을 비판할 때는, 여지없이 그에 반대되는 사상을 내세우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사회적 풍조를 비판했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을 통해 이원론적 사고를 반대한다. 이것의 반대가 저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한 의도를 가진 '유위(有爲)'함으로 인한 문제들을 또 다른 '유위(有爲)'함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K.맑스가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세운 공산주의를 보라. 과거 소련을 대표로 하는 공산주의 기반 경제 체제나 정권들 중 현재까지 번성하고 있는 정체(政體)나 국체(國體)가 있는가? 필요한 것은 조화(調和)다!

그럼에도, 개방성(開放性)이라는 가치는 발길로 차버린 채, 폐쇄적(閉鎖的) 자세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많은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려는 위정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하고 있는가? 몸에 좋은 약이라고 한 사발씩 마시라는 것, 내가 옳으니 그저 당신들은 따르기만 하라는 것. 누구를 위하고 있는가? 혹시 자기 자신을 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존재로부터 독립적이고 영구적인 자신의 실체(라고 불리우는 자아(自我))가 과연 존재하는 지를 돌아보기를 잊는다면, 오취온고(五取蘊苦)를 벗어날 수 없게 됨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번뇌이자 괴로움이다.

불상현 사민부쟁(不尙賢 使民不爭)! 노자 도덕경 제3장의 첫 구절이다. 위정자들은,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가 좋다고 판단하는 것을 내세워서는 아니 된다. 더욱이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무조건 따르게만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원자력폐지, 소득주도성장 등이 과거 일이라면, 현재의 일은 무엇인가를 보아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에는 정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도 많다.

위정자들은, 무슨 일을 하든 국민들로 하여금 다투게 해서는 아니 된다. 어떤 위정자는 정치적 가치나 역량은 아예 숨긴 채, 정적에 대한 비판과 국민 갈라치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 게다가, 거짓말, 불법행위, 그리고 위선적 행동들. 대한민국에는 우리 국가와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도 많다.

위무위 즉무불치(爲無爲 則無不治)! '무위(無爲)'를 실천하면,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라. 노자는 “자신만의 의도를 버리라”며 도덕경 제3장을 이 마지막 한 구절로 마무리한다.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klee@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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