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기 출장 나선 JY…"아무도 못하는 사업 먼저 해내자"
버라이즌 CEO와 갤럭시 AI 판매 확대 방안 논의
JY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
JY의 신사업 화두…직접 네트워크 가동해 돌파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2주가 넘는 미국 장기 출장에 나섰다. 북미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을 시작으로 매일 분 단위로 나누는 빡빡한 일정을 30여건 소화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는 화두를 던지며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JY, 美서 2주간 분 단위 릴레이 회동
6일 삼성전자(005930)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출국해 삼성의 미래 사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반도체, 통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릴레이 회동은 고객사 협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것으로 동부 뉴욕·워싱턴DC부터 서부 실리콘밸리까지 아우르고 있다. 매일 분 단위까지 쪼개는 빡빡한 일정 30여건이 이번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뉴욕에서 북미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만나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 두 인사는 △AI를 활용한 기술·서비스 방안 △차세대 통신기술 전망 △기술 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고 전략 △버라이즌 고객 대상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확대 협력 △하반기 갤럭시 신제품 판매 확대 협력 등 사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갤럭시 신제품과 관련한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버라이즌 매장 내에서 갤럭시 신모델의 AI 기능을 체험하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미팅에는 노태문 MX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배석했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사업 측면에서 각별한 사이다. 버라이즌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 중 삼성전자의 최대 거래 업체다. 두 회사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에 걸쳐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가 2020년 체결한 ‘5G를 포함한 네트워크 장비 장기공급 계약’은 7조9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수주를 계기로 미국 5G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며 “이같은 파트너십은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의 오래되고 각별한 인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글로벌 통신 전시회 MWC에 당시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한 것을 계기로 1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베스트베리 CEO가 버라이즌으로 옮긴 뒤에도 계속 이어졌고, 실제 계약 과정에서 수시로 직접 화상 통화를 하면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JY, ‘신경영 선언일’ 맞춰 신사업 화두
이 회장은 회동 이후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7일로 31주년을 맞는 가운데 이 회장이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최근 위기설까지 나올 정도인데, 이같은 메시지를 통해 조직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는 이 선대회장의 당시 언급을 특히 주목하는 기류다.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전후해 미국 장기 출장에 나선 것은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버라이즌과 장기 협력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통신업계는 지난 10년간 ‘비디오 콘텐츠’가 통신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것처럼 향후 10년은 ‘AI’가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갤럭시 AI 스마트폰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신 갤럭시S24 외에 지난해 출시한 제품들도 ‘갤럭시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 AI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에도 20일 넘는 기간 미국 전역을 돌며 산업계 빅샷들과 회동해 관심을 모았다.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거물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등 바이오업계 인사들도 만났다.
재계 관계자는 “AI, 바이오, 차세대 이동통신 등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 이들과의 관계가 존폐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며 “이 회장이 직접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미래 먹거리 돌파구를 위해 나선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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