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변죽만 울리는 '여가부 폐지론'…이번엔 가능할까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급물살…기능 축소 촉각
野는 선긋기…"슬쩍 해체할 의도라면 꿈 깨라"
유엔 "장관 임명하고 부처 기능 유지해야" 권고
여가부, 기재부에 내년도 예산요구안 제출 완료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가 취임 후 3년째 지지부진하고 있다.
지난 2월20일 김현숙 당시 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3개월 넘게 공석상태가 이어지고, 최근 들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얘기가 나오면서 여가부 폐지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하지만 제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이 심화된 데다 유엔(UN)이 여가부 기능 강화를 권고하면서 현실적으로 폐지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尹 대선 공약으로 전면 등장…21대 국회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법안 폐기
여가부는 2001년 설립 당시부터 숱한 폐지 논란에 시달렸다. 그러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짧은 메시지를 게시하면서 대선 공약으로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같은 해 10월 여가부 폐지 조항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해 여가부가 현재 담당하는 가족·청소년·폭력피해자 지원·양성평등정책 분야를 이관하고, 고용노동부에 여성 고용 관련 업무를 이관하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달 29일 21대 국회가 폐원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진전된 적도 없다.
정부는 총선 이후 이 같은 '진퇴양난'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론적으로 22대 국회의 벽은 더 높아졌다. 범야권이 192석을 가져가면서 여소야대 구도는 21대 국회보다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되면 폐지 수순?…野는 '선긋기'
야당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툴 건 다투더라도 국가적 과제로 반드시 해야 할 주요 의제가 있다면 여야가 힘을 모아서, 또 정부와 힘을 모아서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서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취업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법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야당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저출생기획부 신설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저출생기획부 출범되면 여가부가 '식물부처'로서 폐지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인구나 저출생 정책의 주무부처는 복지부지만, 여가부가 담당하는 모성보호 정책이나 가족지원사업도 저출생기획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지원사업은 여가부의 핵심 업무로, 올해 여가부 전체 예산의 70%에 달한다.
다만 야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이 여가부 폐지와 연계되는 것에는 선을 긋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여가부 장관을 고의적으로 비워두고 있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통령의 직무를 심각하게 유기하는 것"이라며 "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만들면서 여가부를 슬쩍 해체할 의도라면 꼼수 미몽에서 깨길 바란다"며 "저출생 대책도 온전한 여성정책, 성평등 정책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정부조직법에서 여가부 폐지 부분을 빼고 '쪼개기'로 처리된 점을 미뤄볼 때, 실제 협상과정에서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 유엔은 "기능 강화" 권고…여가부, 내년도 사업 준비 중
여성차별철폐협약은 197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조약으로, 전 세계 협약 당사국들이 양성평등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지침이 되는 일종의 '권리장전'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는 1984년 협약에 가입한 이래 4년마다 관련 분야의 정책 성과를 국가보고서 형태로 유엔에 제출해왔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대표단을 구성해 2022년 3월 제출된 9차 보고서 심의에 참여했다.
우리 정부는 여가부 폐지에 관한 의견을 묻는 위원회에 "여가부의 양성평등 업무나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보장 총괄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양성평등 정책은 출산·양육, 건강, 소득보장,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정책 전반과 유기적으로 융합될 때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다수가 복지·고용을 다루는 부처에서 양성평등 정책을 통합해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위원회는 심사 끝에 이러한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최종 견해를 내놨다.
위원회는 "여가부 장관 임명 실패와 예산의 급격한 삭감, 여성 정책의 퇴행 및 여성 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에서의 여성 단체의 제한된 참여에 우려하고 있다"며 "여가부의 인적,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실질적으로 늘리고, 모든 정부부처에서 성 주류화 노력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여가부 직원들에 대한 역량 강화를 제공하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일뿐이며, 위원회가 언급한 여가부 폐지법안은 정부 발의안이 아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5월 제출했던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김가로 여가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여가부 폐지의 취지는 양성평등 정책의 폐지나 축소를 위한 게 아니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부처 장관 임면권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국제기구에서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부처를 둘러싸고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여가부는 일단 차분하게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다. 내년도 예산요구안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조직법 전제 하에 예산을 짰고, 저출생기획부 신설을 고려하지는 않았다"며 "여가부가 올해 수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기반으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
- "마약 자수합니다"…김나정 前아나운서, 경찰에 고발당해(종합)
- '인간사육장'에서 18년 지낸 34살 女…지정된 상대와 결혼까지
- 토니안 "우울증·대인기피증 진단…어떻게 하면 멋있게 죽을까 생각"
-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발탁…정책·예산 최고실세
- 용준형♥현아, 달달한 신혼 일상…日서 데이트
- "아내 숨졌다" 통곡한 신입에 모두 아파했는데 기막힌 반전
- 배우 송재림 39세 사망…경찰 "유서 발견 돼"(종합2보)
- "생명보험 가입만 수십개"…김병만, 전처 폭행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