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분 단위로 美 동·서부 횡단…AI·반도체 먹거리 찾는다
이재용 “아무도 못하는 사업 먼저 해내자”
15년지기 버라이즌 CEO 만나 통신사업 논의
하반기 출시 갤럭시 신제품 공동 프로모션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특히 오는 7월 차기 갤럭시 폴더블폰 공개를 앞두고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를 만나 신제품 판매 확대 및 차세대 통신사업 육성을 위한 협력을 다졌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 직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뉴욕을 시작으로 워싱턴D.C를 거쳐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는 강행군을 이어간다. 매일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이달 중순까지 총 30여건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정보기술(IT)을 비롯해 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CEO 및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이어가는 중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들과 만나 협력을 다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 회장은 올 1월 새해 첫 경영행보로 6G 통신과 AI 등 미래 유망기술을 연구하는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선제적 투자와 연구개발 확대로 기술 선점에 나서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미래 네트워크 시장 선점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 회장은 무대를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 사업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분야 및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을 놓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배석했다.
이 회장은 미팅 후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과 협력을 강화해 차세대 통신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AI를 활용한 기술 및 서비스 방안 ▷차세대 통신기술 전망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가치 제고 전략 ▷버라이즌 고객 대상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확대 협력 ▷하반기 갤럭시 신제품 판매확대 협력 등 사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갤럭시 신제품 관련 공동 프로모션 및 버라이즌 매장에서 고객들이 갤럭시 신모델의 AI 기능을 체험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이자 글로벌 통신 사업자 중 최대 거래처이다. 두 회사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에 걸쳐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양사가 체결한 7조9000억원 규모의 ‘5G를 포함한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 계약’은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계약이었다. 삼성전자는 해당 수주를 계기로 미국 5G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었다.
5G 분야에서 대규모 장비공급 계약 성과를 낸 배경에는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 간의 각별한 관계가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사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나란히 참석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베스트베리 CEO가 버라이즌으로 옮긴 뒤에도 두 사람은 10년 넘게 친분을 이어가며 갤럭시 단말기부터 네트워크 장비까지 오랜 기간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5G 장비공급 계약 과정에서도 수시로 화상통화를 하며 새로운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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