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오늘부터 나흘간 선거…'극우 바람' 부나
개표 결과, 투표 종료 후 발표
강경 우파 등 보수 성향 정당 의석수 늘어날 듯
현 주류 중도우파 세력, 의석수 줄어들 듯
기후·국방 정책 '우향후'…미·중 대외 관계도 전환점 맞을 듯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유럽연합(EU)의 입법부 역할을 하는 유럽의회 선거가 6일(현지시간)부터 나흘 간 27개 회원국에서 열린다.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를 표방한 정당들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향후 EU의 기후·국방 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권자 수는 3억7300만명으로 각국 선거법에 따라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는 이날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7일 아일랜드와 체코(~8일), 8일 라트비아, 몰타, 슬로바키아, 이탈리아(~9일), 마지막 9일에는 나머지 20개 회원국에서 이뤄진다.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는 회원국의 투표가 끝난 9일 오후부터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회원국 간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먼저 투표를 하더라도, 선거 결과는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
유럽의회는 입법권을 비롯해 예산안 심의·확정, EU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는다. 국적이 아닌 정치·이념 성향으로 뭉친 정당 간 연합체인 ‘정치그룹’이 교섭단체 역할을 수행한다. 개별국가 선거 결과는 정치그룹이 유럽의회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의석수를 좌우한다. EU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선거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EU 지역에서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함에 따라 기후 정책이 후퇴하고,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는 등 보호주의 정책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여론조사 분석업체인 ‘유럽 일렉트’ 발표에 따르면 강경 우파 성향 유럽의회 정치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의 예상 의석수는 79석으로 지금보다 10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ECR보다 더 우파 색채가 짙은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69석으로 지금보다 무려 20석이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선거의 전체 의석수가 720석으로 기존 705석에서 15석 늘어난 점을 반영하면 ECR은 9.8~11.0%, ID는 7.0~9.6%로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현재 주류 세력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 등은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PP는 현재 176석(25.0%)에서 182석(25.2%)으로 의석수가 늘어나지만, 나머지 중도 성향 정당들은 영향력이 줄 것으로 보여 EU 정책 전반에서 우파 정당들의 입김이 강해질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난민 문제, EU 지역 경기 부진과 고물가, 사회불안 등이 맞물리면서 극우 세력이 약진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 중국 등과의 대외 관계가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유럽연합 의원들과 관료들은 2020년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무역과 기후, 방위 정책에서 모두 이견을 보여 이번 대선에서 백악관의 주인이 바뀔 경우 EU 역시 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분담금 납부를 미루면 러시아의 공격에서 보호하지 않겠다며 압박해온 전력이 있는 만큼 차기 EU 정책 입안자들은 국방비 지출을 지금보다 더 늘리고, 회원국간 협력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EU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유럽위원회는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지고 며칠 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중국을 전략적 라이벌로 인식하고 있지만, 기후와 지정학적 문제에서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기조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 정책은 후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5월 말 리서치 노트에서 “EU 의회의 우경화는 추가적인 환경 법안의 속도를 늦추고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의 단계적 폐 지 등 기존 합의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원자력과 가스 채굴에도 지원들 더 늘릴 수 있다”고 짚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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