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이어 아파트에도 욱일기…서경덕 “선 제대로 넘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뒷유리에 욱일기가 붙어 있는 흰 벤츠 차량(위)과 현충일인 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아파트에 걸린 욱일기(아래).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독자 제공

현충일인 6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 욱일기가 내걸려 항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선을 제대로 넘었다”며 “강력한 ‘처벌법'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43층짜리 ㅇ아파트 36~37층에 욱일기가 걸렸다. 욱일기는 일본이 태평양전쟁(1941~1945) 기간에 사용한 군기로 옛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전범기’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욱일기를 내려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문제는 규제할 법률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욱일기를 내건 것에 대해) 옥외 광고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를 하려고 해도 적용할 수 있는 마땅한 법률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침부터 (부산에서 욱일기를 내건 사건에 대해) 정말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며 “이건 선을 제대로 넘었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말이지 요즘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최근 한 벤츠 차량에 욱일기를 붙이고 도로를 활보하는 상황이 벌어져 큰 논란이 된 바 있다”고도 했다. 앞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뒷유리에 욱일기 2개가 붙어 있는 흰 벤츠 차량 사진과 함께 “집에서 슈퍼 가다가 이상한 차가 있길래 1초 봤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봤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누리꾼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선 뒷유리에 욱일기 2개가 붙어 있는 흰 벤츠 차량의 사진과 함께 “집에서 슈퍼 가다가 이상한 차가 있길래 1초 봤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봤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 갈무리

이에 서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비난과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일들을 계기 삼아 강력한 ‘처벌법'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1년 1월 공포된 ‘서울특별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를 언급했다. 서 교수는 “해당 조례에는 욱일기 등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와 조형물 또는 이를 연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된 그 밖의 상징물'을 공공장소에서 전시하거나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4월 김길영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서 교수가 언급한 ‘서울특별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는 조례를 발의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하루 만에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이 조례안에는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19명이 이름을 올렸었다. 당시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이미 시민들에게 반제국주의 의식이 충분히 함양돼 있고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에 대한 공공 사용 제한을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교육과 홍보를 통한 시민들의 역사 인식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