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김태용 감독 "AI라고 어렵게 말하지만, 인간관계·가족·연인 이야기예요" [MD인터뷰](종합)
아내 탕웨이와 결혼 후 첫 호흡이기도
김태용 감독 "그리움에 대한 영화"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AI라고 어렵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인간관계, 가족, 연인들이 어떻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갈등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시대에 우리 관계를 짚어보는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보기에 흐뭇한 배우들이잖아요."
김태용 감독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 개봉을 앞두고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태용 감독이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탕웨이와 부부가 된 뒤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13년 만에 '원더랜드'로 돌아온 김태용 감독은 "시간이 이렇게 금방 갈 줄 몰랐다. 처음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그때 제작사 대표님께 이런 시나리오와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너무 마이너 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괜찮다고 하시더라"라며 "이야기가 디벨롭되는데도 몇 년 걸렸고 촬영도 어려운 시기에 했다. 그리고 CG가 엄청 많다. 보기에는 화려한 CG가 아니지만 영상통화를 주로 하다 보니 배우들이 화면보고 연기를 하는 거고, 연기로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 자연스럽기가 어렵다"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CG 작업이 많은 데다 영상통화 장면이 많았던 탓에 후반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우들 또한 고생이었다. 서로 마주 보며 촬영해야 하지만 이 장면은 이번달, 또 다른 장면은 다음 달 다른 세트장에서 찍는 일이 다반사였다. 다행히 영상통화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화의 디테일함은 배우들의 열연 덕에 빛날 수 있었다. 자신의 촬영일이 아님에도 상대방의 연기에 맞춰 찾아오며 에너지를 주는 배우들의 배려도 함께였다.
김 감독은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통화는 모든 영화들이 쉽게 가는데 진짜 1%를 더하는 게 너무 힘들다. 디테일한 감정이 교환되는 방식의 영상통화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라며 "모든 샷이 화려한 CG가 아닌 배우들의 감정을 해치지 않고 연기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이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CG의 퀄리티가 역대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원더랜드'에는 많은 사람과 많은 AI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 중 가장 따뜻한 이를 고르라면 단연 'AI 성준'이다. 화가 난 바이리를 다독여주는 것도 바이리를 항상 지켜주는 것도 모두 'AI 성준'이다. 이처럼 AI가 가장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 의도한 부분인지 묻자 김 감독은 "의도까지는 모르겠다. 무언가를 만들면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지 않나.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핸드폰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이 우리의 욕망을 가지고 상품화하는 거다. 그런데 AI 기술도 진짜와 가짜를 혼동하는 게 우리에게 더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기술이 그렇게 발전했기 때문"이라며 "'원더랜드'는 그리움에 대한 영화다. '그리운 사람을 실제 만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다양한 케이스를 영화 안에 담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이야기를 깊게 담기에는 시간도 짧아서 초창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다양한 사람이 나오는 게 좋을까, 이야기를 깊이 가는 게 좋을까 싶었다.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다양한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하나의 이야기를 깊게 가다 보면 어느 한 가지 주제로 천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건 행복한 일인지, 나를 잃어버리는 불행한 일인지.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을 방해할지, 낙관적인 미래를 줄지. 하나의 케이스로 보면 그 주제를 깊이 봐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그냥 '이럴 때 우리의 마음은 어디로 갈까' 이런 느낌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AI 성준'이 고민이 제일 많았던 캐릭터다. 만약 영화적으로 '원더랜드'라는 세계가 입자로 이루어진 가상세계라면 그걸 우리가 조정실에서 인간이 잘 되고 있나 판단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자체 메커니즘으로 돌아갈 테고 그 세계에 문제가 있기 전까지 우리에게 리포트되지 않고 자동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러면서 AI 사이에 그를 모니터링하는 AI도 있을 수 있을 거라 봤다. 약간 떨어져 있으면서 AI를 지켜보는 AI가 있을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썼다 지웠다를 많이 했어요. 상황과 감정으로 파편적으로 이루어진 이야기고 인과관계에 의지하는 드라마가 아니잖아요.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분명히 계실 거고 그러면 '왜 이러는 거야' 하고 호기심으로 보시거나 지치실 것 같았어요. 그 밸런스가 어려웠어요. 또 '원더랜드'는 설명하는 신이 좀 많았는데 만약 인공지능이 이렇게 핫하지 않았다면 '원더랜드'에 인공지능에 대한 설명이 조금 있어야 됐을 거예요. 지금은 이제 인공지능이 우리 삶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삶의 변화가 왔을 때의 모습을 그냥 좀 미시적으로 표현해 주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끝으로 김 감독은 관객들이 '원더랜드'를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그는 "'원더랜드'는 피상적인 고민이다. 모두가 하는 고민은 아니지 않나. 그 고민을 풀어내는 방식도 인과관계에 의한 드라마가 아니라 감정 위주로 보는 이야기다. 이걸 재밌게 보시면 가짜를 진짜로 믿으면 진짜가 되는 것처럼 재밌다고 믿고 보시면 재밌으실거다. 그렇게 보시면 좋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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