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노조 “외국인 아닌 국민이 일할 수 있게” 차별 현수막
‘관급공사서 배제’ 의미···비판 일자 철거키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관급공사에서 이주노동자 고용을 배제해달라고 해석될 수 있는 플래카드를 걸었다가 비판이 일자 플래카드를 철거하기로 했다.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는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 “국민 세금으로 짓는 건물은 외국인이 아닌 국민이 일할 수 있게 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건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플래카드 게시 장소는 서울시교육청이 있는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신청사가 들어설 용산구다. 2022년 3일 시작된 신청사 공사는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그간 전국 건설 현장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이 만연해 지역 노동자가 설 자리가 없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번 플래카드 게시도 이 문제제기의 연장선이다.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인 조영관 변호사는 “현장 노동자들의 일자리 불안에 따라 나온 민원성 요구를 플래카드에 담아 표현하는 방식은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라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만 남길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관계자는 플래카드를 건 이유에 대해 “건설현장 인력 80%가량이 외국인이다. 외국인을 쓰지 말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30~40%는 내국인을 써달라는 취지”라며 “플래카드 게시는 외국인 혐오가 아니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건폭몰이’ 이후 현장에서 조합원이 밀려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이 늘다보니 현장 불만이 공격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태도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구경북건설지부는 지난해 12월27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불법고용 이주노동자 단속 촉구, 출입국사무소 규탄, 지역민 일자리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를 두고 이주노동운동 단체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가 문제제기를 하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월 초 담화문을 내고 이주노동자 혐오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를 공동체 일원으로 존중하고 대안이 될 수 없는 혐오를 중단해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이 되도록 구체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플래카드 게시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플래카드 문구는 지난 2월 위원장 담화문 내용과 배치된다”며 “플래카드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건설노조가 이를 수용해 플래카드를 떼기로 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2041234001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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