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딜레마, 윤 대통령에게 고개 숙일까···이준석 “90도 인사만 기억나”

문광호 기자 2024. 6.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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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경쟁에서 대세론을 형성한 가운데 당대표 당선시 당정관계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이후 지지세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거리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지난 1월 1차 갈등 당시처럼 결국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당사자인 한 전 위원장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용산과 관련된 사안에는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3040세대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의 이재영 간사는 6일 SBS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에 인기가 꽤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되는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표가 됐을 때는 대통령과의 관계가 조금씩 가까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그림을 좀 듣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용산과 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CBS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이 제2의 이준석이 되려면 제대로 싸워야 될 텐데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건 싸울까 말까 하다가 그냥 카노사의 굴욕 사진뿐”이라며 “(기억 나는 건) 눈밭에서 90도 인사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친윤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정인에 대한 비토를 연서명하는 연판장 사태가 한 전 위원장 체제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카노사의 굴욕이란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교황과의 권력 싸움에서 패해 겨울날 굴욕적으로 사과한 사건을 말한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해야 할 딱 첫 번째가 뭐냐면 ‘당신은 친윤이오, 반윤이오’를 답해야 된다”며 “그런데 못 하지 않나. 한동훈 위원장이 가만히 있다가 (해외) 직구 얘기하고 나올 때 입을 좀 열려나 싶어서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낫지 않겠냐 그랬는데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참패 이후 해외 직구규제 금지 비판, 지구당 부활 주장 등 몇몇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는 침묵했다.

한 전 위원장이 친윤이라는 점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지만 정치적 기반은 윤 대통령과 갈등 속에서 쌓았다는 점에서 딜레마적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한 전 위원장이 용산과 손발을 맞춰 가는 건 본인 성향과 안 맞는 것 같다”며 “자기 정치한다고 용산과 각을 세우다 또 고개를 90도로 숙이는 모습이 반복이 되면 정치적인 입지는 더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상수 변호사는 이날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이번 당대표가 다음 지방선거 공천권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선거를 나오려고 한다면 임기도 한정돼있다. 당정 관계가 부드러운 것도 아니고 안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면서도 “검사 한동훈에서 정치인 한동훈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은 국민들이 다 아는 계산이라도 그런 계산을 뚫고 지나가는 것도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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