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시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

황병서 2024. 6. 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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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주고받는 대화가 들리지 않을 만큼 소음이 크고, 시위자들이 가게 입구를 막아 영업이 어렵습니다."

서울시 구로구에서 농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10개월째 가게 앞에서 벌어지는 집회·시위로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었다.

자영업자에게 영업 활동은 '생명줄'과도 같지만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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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집회신고 중 12%가 '주거지역 집회'
행복추구권·학습권 등 헌법상 시민 권리 침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손님과 주고받는 대화가 들리지 않을 만큼 소음이 크고, 시위자들이 가게 입구를 막아 영업이 어렵습니다.”

서울시 구로구에서 농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10개월째 가게 앞에서 벌어지는 집회·시위로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었다. 자영업자에게 영업 활동은 ‘생명줄’과도 같지만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다.

상인뿐만이 아니라 거주민 역시 집회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장을 보러 나온 40대 여성은 “집회 소음에 아기가 깨기도 한다. 여름날 창문 열기도 무섭다”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헌법 제21조에 따라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이로 인해 사회적 약자 등의 목소리를 일반 시민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타인의 또다른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민·상인도 거주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 이데일리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경찰에 신고된 서울지역 집회신고 5만 642건을 전수분석한 결과 무려 6109건(약 12%)이 주거지역 내 집회신고였다.

학생들도 현법상의 ‘교육받을 권리’를 갖고 있지만 집회 시회로 인한 소음 피해를 호소한다. 장애인의 경우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시각 장애인 50대 여성은 “소리로 사물을 인지하기 어려워 자동차에 부딪히거나 차도로 걷게 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집회가 성공하려면 타인으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민의 헌법상 권리를 훼손하면서 목소리를 키우는 주장에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입법 차원의 규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 주거지역에서의 확성기 금지 등이 지난 국회에서 법안으로 발의됐던 만큼, 22대 국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시민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일 오전 11시께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교회 앞 골목길에는 시위자들로 붐볐다.(사진=김한영 수습기자)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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