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않고 싸우겠다" 배수진 친 '황새'의 또 다른 도전
[대전=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싸울건가, 포기할건가, 나는 전자를 택했다."
'황새'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56)의 배수진이었다.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돌아온 황 감독은 5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대전 2기' 서막을 열었다. 2020년 9월 대전하나 지휘봉을 내려놨던 황 감독은 3년9개월 만에 대전으로 컴백했다. 40년 만의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황 감독이, 그것도 대전으로 전격적으로 복귀한 것에 대해 여론은 싸늘했다. 그래서 황 감독의 입에 눈길이 쏠렸다. 이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기자회견장에는 30명이 넘는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뤘다.
황 감독은 "돌아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절실한 마음으로, 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대전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황 감독은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우선 '올림픽 실패 후 너무 빠른 복귀가 아니냐'는 시선에 "성원해주신 팬들과 올림픽 경험 못하는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쓰리고, 착잡하다. 쓰러져 있을 것이냐, 아니면 다시 일어날 것이냐, 이 시점에서 내 자신을 믿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경기장에 '싸울건가 포기할건가'라는 걸개가 걸려 있더라. 저는 전자를 선택했다. 포기 않고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대전 복귀에 대해서도 "고심했다. 대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초대 감독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많고,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함께 하고 싶었던 팀이었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위기를 초대 감독으로 넘기고 싶은 마음에 이 자리에 섰다. 대전이 창단 때 목표로 했던 톱레벨의 팀으로 가는데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맞춰 팀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팬들에게도 "충분히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잘 알고, 우려하는 부분도 잘 안다. 냉정하게 따지면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급하지만, 차분하게 만들 생각이다. 많은 이야기 보다는 경기장에서 증명해 나가는 길 밖에 없다. 선수들을 믿고 성원해주시면 실망시키지 않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주시고 응원 부탁 드리겠다"고 했다.
대전은 최악의 상황이다. 당초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쟁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등권인 11위에 머물러 있다. 황 감독은 냉정히 현실을 바라봤다. 목표 역시 강등권 탈출이었다. 황 감독은 "목표나 비전에 대해 궁금해 하실텐데 1차적으로 강등권을 벗어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다음 스텝이나 목표는 이후에 얘기하겠다. 강등권 탈출이 첫번째 목표"라고 했다. 이어 "경기를 지켜보니 이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심리적으로 쫓겨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것 같다. 기술적으로는 어렵게 탈취한 후에 공격권을 빨리 넘기더라. 수비 조직력도 다져야 한다. 휴식기 동안 점진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수를 데려오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황 감독은 대전이 추구할 축구의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축구적으로 우리의 철학을 이야기 하면 위닝 멘탈리티를 기본으로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감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투박하고 확실치 않아도 직선적이고 공간을 활용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표팀을 맡은 뒤, 정확성을 기하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를 기반으로 팀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무대에 섰다. 그는 "지도자는 안주도 없고, 만족도 없다. 끊임없이 승리라는 목표로 가야한다. 모든 것은 과정이다. 매 대회, 매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할거다. 실패나 성공에 대해 실망감이 있겠지만, 얽매이지 않는다. 또 다른 도전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한다.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생각에 변화는 없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대전과 함께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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