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로드 투 메이저리그’ <2>
“제2의 김하성 되겠다”… 미래의 ‘코리안 빅리거’ 11명이 쑥쑥 큰다
박찬호 선수로 시작된 대한민국 야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제2막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박찬호라는 원석이 메이저리그의 발굴을 통해서 화려한 다이아몬드로 재탄생했다면, 현재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명실상부 한국 프로야구라는 옥토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친 자원이 자신의 능력을 만개하기 위해 더 넓은 대지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이 보이는 17세 고등학생이 메이저리그로부터 ‘발굴’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식 통역사조차 없었기에 언어적인 장벽은 물론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과 ‘문화 쇼크’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선수 관리 시스템, 현지 정보에 대한 이해도 역시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박찬호 선배님은 물론 추신수 선수, 저 역시 고행에 가까운 선수 시절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현재는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 메이저리그 톱 레벨 선수로 자리매김 한 김하성 선수는 물론 사이영상 후보에 빛나는 류현진 선수, 다시 한번 한국 프로야구 선수의 MLB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 선수까지 최고의 스포트라이트와 대우를 받으며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사례가 있기에 같은 야구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가 느껴집니다.
사실 가끔은 부럽기도 합니다. 박찬호 선배님이나 추신수 선수, 저와 같은 경우도 이러한 시스템과 환경이 뒷받침 되었다면 초기에 겪어야 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굳이 겪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든 성공사례의 기반은 먼저 시장을 개척한 박찬호 선배님의 노고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연아 키드, 박세리 키드처럼 박찬호 키드 역시 지금도 각지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현지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2002년 당시에만 해도 동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심했고, 정당한 평가에서 제외되는 설움도 받았습니다. 인종차별로까지 오해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살벌한 경쟁 문화도 존재했습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타지 생활에 향수병을 심하게 앓았던 저는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김치, 멸치, 김 등을 싸갔다가 크게 혼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K-POP, K-FOOD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지도와 이해도가 높아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야기로 돌아와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김하성 선수에 대한 인식은 긍정 일색입니다. 김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자보다는 투수가 유리하다”는 통념을 통쾌하게 박살내 주었습니다. 김하성 선수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곧 이정후 선수에 대한 현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는 것을 눈 여겨 볼만 합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는 하나의 가능성이 결과로 도출되었을 때 또 다른 커다란 기회의 문이 열리는 세계입니다.
다행히 이정후 선수는 김하성 선수가 먼저 개척한 기회의 문을 더욱 크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바람의 손자’라는 닉네임답게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타자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역시 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정후 선수뿐만 아니라 현재 활약하고 있는 최지만, 박효준, 배지환 선수 역시 각자의 강점을 확실히 어필하며 메이저리거로서 검증 과정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지만 선수는 좌타자로서 밀리지 않는 체격 조건은 물론 찬스 때마다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효준 선수는 타자로서 재능을 현지에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활약 가능한 선수라고 판단합니다. 배지환 선수는 탁월한 스피드가 강점입니다. 달릴 수 있는 선수는 언제나 팀에서 탐내는 인재입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강점을 좀 더 부각 시킬 수 있는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우석 선수는 저와 같은 LG트윈스 출신이기에 더욱 애정이 갑니다. 아쉽게도 스프링캠프에서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미국 현지 훈련 분위기와 시스템, 팀 문화와 선수들의 트레이닝 과정을 직접 접하고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우석 선수도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의 야구선수와 관계자들이 한국 프로야구에 대해서 저에게 자주 묻기도 하고, 시합을 직접 시청할 정도로 한국 야구에 대한 위상과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올림픽,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물론 최근 MLB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통해서 보여준 한국 야구의 실력을 이제는 메이저리그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서 육성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지금은 즉시 전력감 한국 선수들을 찾습니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꾸는 선수들은 언제든 본인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기본적인 영어 공부부터 시작해서 늘 준비하는 자세로 세계로 나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봉중근 l 전 국가대표 투수 · IMG아카데미 야구 보딩스쿨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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