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주정뱅이 연대기·엄마 아닌 여자들

이세원 2024. 6. 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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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옮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술과 음주 방식의 변화, 주취 행태, 술에 관한 연구 등 술을 둘러싼 문화사를 엮었다.

기원전 1300년 무렵의 무덤에서는 포도주잔을 들고 있는 하녀와 술에 취한 여성의 그림이 등장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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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주정뱅이 연대기 = 마크 포사이스 지음. 임상훈 옮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술과 음주 방식의 변화, 주취 행태, 술에 관한 연구 등 술을 둘러싼 문화사를 엮었다.

책에 따르면 음주는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과일은 소량이지만 자연 발효 과정에서 당과 알코올을 생산하며 초파리나 고함원숭이 등이 섭취한다.

인간의 음주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과음이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만취 축제가 열렸다. 기원전 1300년 무렵의 무덤에서는 포도주잔을 들고 있는 하녀와 술에 취한 여성의 그림이 등장할 정도다.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가 남긴 기록에는 게르만인들은 정치적 결정을 내릴 때 솔직해야 한다는 이유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취해 있었다고 나온다.

책 표지 이미지 [비아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8세기 런던에서는 독한 진을 과도하게 마신 사람이 죽는 일까지 벌어졌고, 당국은 진의 유통을 제한하려고 하지만 규제를 피해 술을 마시려는 시도를 막을 수는 없었다.

저자는 술을 마시며 즐거움을 느끼고 위로받고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오랜 기간 이어진 인간의 모습이며 미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술에 취한 채 일해왔다. (중략) 여기까지가 우리의 과거이고, 나는 우리의 미래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비아북. 312쪽.

▲ 엄마 아닌 여자들 =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자식이 없는 여성, 출산을 거부한 여성의 삶을 사회 구조와 인식의 변화라는 틀을 통해 고찰한 책이다. 저출생이 세계 각지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하는 가운데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피임과 임신 중지(낙태) 기술이 발달한 수십 년 사이의 현상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책은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브론테 세 자매, 루이자 메이 올컷, 에밀리 디킨슨, 이디스 워튼, 버지니아 울프 등 자녀가 없었던 19세기∼20세기 초 여성 문호들을 거론하며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은 임신·출산과 관련한 기술이 진보하기 전부터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세 유럽에 작성된 의학 논문에는 수십 가지 약초를 이용한 피임약과 임신 중지 약이 등장하며 그 중 다수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현대 과학을 통해 밝혀졌다. 오래전부터 여성과 남성은 아이를 가질지 말지를 선택한 셈이다.

책 표지 이미지 [북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책은 자녀가 없는 여성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문제를 제기한다. 자식이 있는 여성은 '어머니'라는 용어로 표현되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에는 낮추는 표현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자녀 없는 여성'이 그나마 비하 표현을 배제한 것이지만 무엇인가를 가지지 못한 존재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지 못하다고 본다.

현대 사회는 자식을 갖지 않는 여성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 자신만 생각하고, 탐욕스럽고, 근시안적이고, 직업이나 출세만 생각한다는 시선이 대표적이다. 책은 이런 편견이 여성이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를 개별적인 선택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기 때문이라며 사회 구조적인 측면을 살피라고 제안한다. 저마다의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지만, 이는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개인에게 지우는 시스템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양육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여성(혹은 부부)은 양육의 책임을 혼자서 고립된 상태로,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자기 은행 계좌에만 의존하도록 강요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북다. 336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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