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풀코스 도움’…창업, ‘공간 저렴하게’
[서울&] [자치소식] 구청에 있는 지원센터서 취업 준비
스터디룸·사진촬영·화상면접실 활용
씨드큐브 창동 창업센터선 사무공간,
부대시설 사용하며 맞춤 컨설팅 받아
“취업에 이르는 과정을 ‘풀코스’로 도움받을 수 있어요.” 도봉구청년취업지원센터에서 지난 4월부터 청년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송수민(35)씨와 이예지(25)씨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송씨는 자기 경험에 비추어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가는 돈도 많아진다”며 “청년취업지원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취업 준비에)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했다.
도봉구가 최근 지역 청년을 위한 취업지원센터와 창업센터를 동시에 조성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도봉구청년취업지원센터’는 지난달 21일 도봉구청 1층에서, ‘도봉구청년창업센터’는 24일 창업문화단지 ‘씨드큐브 창동’ 4층에서 개관식을 열었다. 두 센터는 개관식 전부터 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취업지원센터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인턴 2명, 창업센터에 입주한 청년기업가 2명에게서 센터 소개와 소감을 들어봤다.
도봉구청년취업지원센터는 구청사 안에 마련한 청년 전용 공간이다. 1층 구청 금고로 사용됐던 공간 일부와 자투리 공간을 합쳐 196㎡ 규모로 조성했다. 화상 면접실, 사진 촬영실과 촬영용 정장 대여실, 상담실, 스터디룸, 라운지 등을 갖췄다. 정장 대여, 면접 사진 촬영 등의 서비스와 직업적성 검사, 취업 컨설팅, 현직자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센터의 스터디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료 스터디 카페 대신 쾌적한 환경에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기, 자격증 시험공부도 하면 된다. 옆 라운지에서는 모둠 활동이 가능하다. 이력서에 쓸 사진은 전문 사진가가 매주 월요일 오후 센터 촬영실에서 찍어준다. 사진 촬영용 상의는 센터에서 빌려주고 면접용 정장은 업체 매장 4곳에서 대여한다. 모두 무료다. 1명당 연간 최대 5회 빌릴 수 있고 회당 대여 기간은 3박4일이다. 노트북, 음향과 조명 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화상 면접실에서는 온라인 면접을 볼 수 있다.
이달부터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을 수 있고 취업 컨설팅에서는 직무 적성 파악과 지원서 작성 등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예약제 운영 시설과 서비스, 프로그램 신청은 ‘네이버 예약’에서 진행한다. 이씨는 “구청 안에 있어 안전하고 지하 도서관도 활용할 수 있다”며 “취업 성공 때까지 시설, 서비스, 프로그램 등을 고루고루 활용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센터 이용 대상자는 19~45살 도봉구민이다. 구는 지난해 ‘도봉구 청년 기본 조례’를 개정해 청년 연령을 39살에서 45살로 올렸다.
‘씨드큐브 창동’에 자리한 도봉구청년창업센터에는 지난 4월 첫 입주기업 21곳이 들어왔다. 공개 모집에 지원한 40여 곳을 지역성과 발전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최종 선정된 곳들이다. 이들이 낼 사용료는 도봉구가 지난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65%의 감면을 받아 낮게 책정될 수 있었다. 입주 기간은 1년이고 심사를 거쳐 최대 2년이다.
첫 입주기업에 이름을 올린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교육 콘텐츠 제작사 ‘테라콘텐츠’의 송재근(34) 대표는 월 10만원 남짓(4인실 기준)의 저렴한 사용료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송 대표는 “신축 49층의 ‘주거·상업·업무’ 복합건물에 멀티 스튜디오, 회의실 등 부대 시설도 잘 갖춘 곳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창업센터 규모는 637.02㎡다. 2인실과 4인실이 각 5개, 공유사무실 16자리가 있다. 대형 공연장 ‘서울아레나’ 개관에 대비해 마련한 3D 영상 콘텐츠 창업지원을 위한 특화사업 사무실엔 기업 5곳이 들어왔다. 영상제작과 제품 촬영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스튜디오도 갖췄다. 3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장과 10~20명이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도 2곳 있다. 청년 취향에 맞게 탕비실에는 커피머신, 얼음 정수기 등을 비치했다.
입주기업인 행사기획사 ‘프로젝트 여름’의 최여은(37) 대표는 ‘씨드큐브 창동’이 비즈니스 활동에 도움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면 ‘사무실이 좋은 건물에 있네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사무실 소재지가 기업 이미지에 도움을 주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센터 운영은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등록기관인 광운대 산학협력단이 맡았다. 입주기업은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멘토링과 홍보 플랫폼 연계, 네트워킹 확장과 투자 역량 강화 등에도 도움을 받게 된다.
입주기업 청년 창업자들은 센터의 밀착 지원과 맞춤 컨설팅을 기대한다. 송씨는 “입주 초기라 소소한 이용 불편이 있었는데,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줘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초기 창업자라 뭐가 뭔지 몰라 질문하기도 어렵다”며 “자금 등 운영에 관한 지원, 비즈니스 모델 정교화, 브랜드화 등에 대한 컨설팅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초기 청년창업 기업 대부분은 공간 지원 못지않게 사업 참여 기회에 목말라한다. 입주기업의 두 대표 역시 이런 점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 대표는 “창업 초기다보니 이력이 없어 사업 수주가 힘들다”며 “센터에서 입주기업들에 경험과 경력을 쌓을 기회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도봉구의 청년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게 사업 기회가 늘었으면 한다”고 했다.
도봉구는 앞으로 청년들이 취업 준비와 창업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구의 청년정책 예산은 82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8억원 늘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청년인턴제에 이어 취업지원센터와 창업센터를 조성해 청년 일자리 정책의 삼각편대를 갖췄다”며 “도봉의 청년들이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도봉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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