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세일 믿었는데" 고물가에 정가 부풀린 '다크패턴' 피해주의보
이커머스 경쟁 심화에 고물가로 '할인율' 미끼
정가 높여놓고, 할인율 뻥튀기해 소비자 기만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 30대 직장인 A씨는 패션 플랫폼에서 마음에 드는 롱부츠가 70% 이상 할인하는 것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하지만 다른 패션 플랫폼을 찾아 보니 똑같은 상품이 10만원 이상 저렴한 정가에 50% 할인율로 더 싸게 판매 중인 것을 확인하고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물가의 영향으로 할인율이 높은 '알뜰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러한 심리를 악용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이커머스 업계의 '비양심'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C커머스’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에서 금지한 '거짓할인'도 서슴지 않는 쇼핑몰까지 등장하고 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항목 중에서 ‘의류 및 신발’의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은 2.5%로 집계됐다.
특히 의류 및 신발 항목의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5.1%를 기록한 이후 지난 4월까지 무려 18개월 동안 5% 이상을 유지했다. 지난달이 되어서야 물가 상승률이 2%대까지 내려가며 한풀 꺾였다.
물가가 오르면서 자연스레 소비자들은 저렴한 상품을 찾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고객 심리를 악용해 이커머스 플랫폼 내에서 눈속임과 기만을 하는 행태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여러 계열사들이 동시에 참여한 가운데 온·오프라인 동시 할인 행사를 열고 있는 A기업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정가 27만9000원인 여성용 롱부츠를 71% 할인된 7만8320원에 판매한다고 올려놓았다.
해당 브랜드는 국내 유명 패션 플랫폼에도 입점된 상태였는데 동일한 상품을 같은 정가(27만9000원)에 등록하고 50% 할인된 13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패션 버티컬 플랫폼에서는 같은 상품이 정상가 13만3000원에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이 패션 플랫폼에서는 할인율은 53%이지만 최종 구매 가격은 6만원으로 A기업에서 운영하는 쇼핑몰보다 1만8000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가격을 높게 부풀려 올리고 할인율이 높은 척 판매하는 것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기 전에 오프라인 중심 유통 업계에서부터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 높아지고 플랫폼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업체들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차원에서 높은 할인율을 내거는 형태의 꼼수 영업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제조사 혹은 브랜드들이 최초 상품을 발매할 때에 기존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가 오랫동안 할인을 지속하는 ‘상시 고할인’ 형태의 눈속임도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위는 정부에서도 부당한 광고 및 영업으로 명백히 인식하고 있는데, 실제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정·공개한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러한 ‘거짓할인’은 정부에서 분류한 4개 범주(편취형,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중에서 오도형에 해당된다.
이는 전자상거래법 제21조제1항제1호 또는 표시광고법 제3조제1항에 위반될 수 있는 행위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온라인 다크패턴 사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38개 온라인 쇼핑몰에서 총 429개의 다크패턴이 발견돼 평균적으로 5.6개의 다크패턴을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할인율을 속이는 소위 ‘거짓할인’은 약 20% 비중으로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공정위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는 가이드라인의 특성상 강제성이 없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꼼꼼한 가격 비교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 플랫폼에서의 자체적인 모니터링 강화와 정당한 영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여러 입점 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플랫폼으로서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자정 노력과 모니터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입점사와 소통해서 다른 브랜드들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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