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주거권’ 위한 빌라관리사무소

서울앤 2024. 6. 6. 14: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순희 ㅣ 강북구청장

[서울&]

강북구의 빌라관리사무소 사업은 지난해 3월 번1동에서 시작해 올해 7월부터 미아·송중과 수유2동으로 확대된다. 구는 단계적으로 대상 지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번1동 빌라관리사무소 매니저가 참여 주택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모습.

누구나 쾌적하고 좋은 환경을 갖춘 집에서 살길 희망한다. 하지만 선호·비선호 지역 간 집값은 날이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어 이 격차를 좁히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네 차례 지방선거 도전 동안 고민해왔던 문제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유경쟁에 의한 불평등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강북구는 북한산 고도지구 규제로 인해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발이 제한됐기 때문에 주거격차가 심각했다. 규제로 인해 단독 및 다세대 주택 비율이 서울시 평균보다 약 1.5배 높고, 20년 이상 건축물의 비율은 81.5%로 매우 높다. 이는 주차·생활 편의시설 등 도시 인프라 부족 문제로 이어졌고, 또 단순히 지역의 가치를 넘어 삶의 질 격차로까지 연결됐다. 하루빨리 규제를 완화해 개발을 이끌어야 했으며, 개발 추진이 어려운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방안도 마련해야 했다.

고심 끝에 공약한 것이 바로 빌라관리사무소다. 주택 정비사업은 신속하게 추진하더라도 최소 5년은 걸린다. 만약 사업이 지체될 경우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동안 낙후된 지역은 슬럼화가 가속화된다. 이처럼 정비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곳, 준비하고 있는 곳, 규제·주민갈등 등 여러 사유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곳 등도 아파트처럼 구에서 직접 관리해준다면 조금이나마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착안했다.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아야 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첫 운영은 지난해 3월 번1동에서 시작했다. 사업 시작에 앞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이 동네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도 청취했다. 이어 구에서 직접 채용한 매니저가 불법주차 문제 해결, 골목길 청소 및 순찰, 공동시설 관리 등을 지원했다. 6개월간 사업을 추진한 결과 주민 만족도는 94%에 이르렀다. 안전과 건축물 관리, 쓰레기 처리, 주차 등의 편의성이 이유였다. 쾌적하게 정돈된 거리는 주민 갈등을 줄이고 동네에 애착심을 불어넣는 효과도 있었다.

빌라관리사무소 사업은 지난해 7월에 열린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불평등 완화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업의 우수성도 검증받은 셈이다. 올해부터는 다양한 사업을 도입해 완성도를 높였다. 재활용수거함과 무단투기 단속 폐회로텔레비전(CCTV), 안전 취약지역 안심벨 등의 설치를 지원하고, 옥상방수·담벼락 보수 등 공용시설 유지 컨설팅도 한다. 공원 등 공중화장실 몰래카메라 탐지 등도 진행하고 있다.

사업구역 확대를 위해 실시한 올해 공모는 8개 동에서 총 12건을 신청하는 등 구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공모 결과 오는 7월부터 사업을 확대하는 곳은 미아·송중(15만㎡)과 수유2동(26만㎡) 2개 권역이다. 미아·송중 권역은 1971년 택지조성사업이 실시됐던 곳이다. 이후 1980년대 중반에 다세대주택이 주로 들어서며, 현재는 30년을 훌쩍 넘긴 노후 주택이 많아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수유2동 권역은 미아·송중 권역만큼 노후하진 않았지만, 사업구역 내 20가구 미만 공동주택 비율이 99%에 이르러 빌라관리사무소 사업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권역의 빌라관리사무소는 이달부터 시범 운영해, 7월에는 개소식을 열고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확대 구역에 선정되지 못한 동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강북구 전역에서 사업을 시행해 모든 구민이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모두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인간다운 생활은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권리도 분명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를 실현할 의무는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국회에도 있다. 강북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빌라관리사무소 사업이 강북구를 넘어 서울시 더 나아가 전국으로 확대돼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길 기대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