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정용진, 구지은… 주주간계약 '3인3색'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6. 6. 14: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마켓톡톡
주주간계약, 소수 주주 권리 보장
법원도 ‘민희진 임기 보장’ 인정
신세계와 FI는 재합의에 성공해
아워홈 주주간 합의 문제로 실패
“주주간계약 가치 올려” 논문도

경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계약이 있다. 바로 '주주간계약'이다. 대주주 하이브와의 갈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으로 유명세를 치른 민희진 어도어 대표조차 이 계약 앞에선 입을 열지 못했다. 최근 회자하는 주주간계약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하이브와 주주간계약 재협상 과정을 언급했다. [사진=뉴시스]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만든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는 지난 4월 25일 2시간을 훌쩍 넘는 기자회견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기자회견 직후 유튜브에는 민희진 대표의 발언에 힙합 비트를 넣어 만든 영상이 올라왔고, 한 래퍼는 "민희진님이 국힙(국내 힙합) 원탑(최고)"이라고까지 얘기했다.

이런 민희진조차 속시원하게 얘기하지 못 한 게 '주주간계약' 내용이다. 비밀유지 의무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주주간계약의 다른 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민 대표의 솔직한 표현, 욕설, 비속어 등에 내용이 다소 가려졌지만, 이 기자회견의 핵심은 '주주간계약 재협상'이었다. 주주간계약 재협상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고, 그 결과 하이브가 자신을 공격했다는 게 민 대표 주장의 골자였다.

결국 한달이 지나 법원의 판결로 하이브와 민희진의 주주간계약 주요 내용이 나왔다. 어도어 지분 80.0%를 가진 하이브가 지분 20.0%를 보유한 민희진이 대표 직위를 5년간 유지할 수 있도록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거다.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사임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법원은 주주간계약 내용을 받아들여 "하이브는 민희진에게 해임사유가 없는 한 주총에서 해임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주식회사의 권력은 의결권이 0.01%라도 많은 쪽이 가져간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많은 쪽이 언제든지 특별결의로 이사회의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의사를 결정하고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

그래서 지분이 50대 50으로 같아도 이사회를 구성하는 쪽이 경영권을 갖는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라인 사태가 이런 경우다. [※참고: 더스쿠프 598호 '소프트뱅크에 라인 경영권 넘겼던 네이버의 차선'.]

주주간계약은 대부분 소수 주주의 권리를 지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배주주의 이익과 소수 주주의 이익이 다를 수 있어서다. 이번 민 대표와 하이브의 주주간계약도 결국 지분 20.0%인 소수 주주가 대표 직위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주간계약에는 대주주와 소수 주주 간 이견이 있을 때를 가정해 이를 해소하는 방법도 담고 있다.

[자료 | '주주간계약과 기업가치: 브라질 상장사의 경우', 폰티피컬 가톨릭 대학 아드레 카르바할 교수의 2012년 논문]

소수 주주의 목표는 최소한 대주주의 이익만큼 자신의 이익도 확보하는 데 있다. 우선매수권과 동반매도권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다. 대주주가 지분을 제3자에게 팔기 전에 소수 주주가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우선매수권이다.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때, 소수 주주의 지분도 같은 조건으로 제3자에게 함께 팔 수 있는 권리는 동반매도권(Tag Along)이라고 한다.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은 소수 주주가 대주주에게 회사를 제3자에게 매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풋옵션·콜옵션은 위에 언급한 동반매도권, 동반매도청구권에 따라붙는 내용이다. 주주계약서에서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 살 수 있는 권리를 콜옵션이라고 한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주주간계약 재협상에서 풋옵션이 거론된 이유다.

주주간계약은 결국 대주주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된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재무적투자자(FI)와의 주주간계약으로 주목받았다. 신세계는 2019년 어피니티,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맺은 주주간계약에 따라서 '2023년까지 SSG닷컴이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미리 정한 총매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대주주인 신세계·이마트가 두 투자자의 지분을 매수해 줄 것'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5월 4일 "재무적투자자가 소유한 쓱닷컴 지분 전부를 2024년 12월 31일까지 대주주(신세계·이마트)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매도하는 내용의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는 재협상을 통해서 6개월을 벌고, 지분 매각 조건도 변경할 수 있었다.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서 아워홈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구지은 부회장의 경우도 주주간계약 문제가 있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20.67%를 보유해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장녀인 구미현(19.28%) 측 지분보다 열세였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을 퇴출하면서 주총에서 의결권을 함께 행사한다는 내용의 주주간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를 근거로 한 주총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을 "구지은과 구미현 양측이 이사 선임 의안과 관련해 합의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주주간계약으로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면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을 준다는 논문도 있다. 브라질 폰티피컬 가톨릭 대학의 아드레 카르바할 교수는 2012년 발표한 '주주간계약과 기업가치: 브라질 상장사의 경우'라는 논문에서 "주주간계약은 지배주주와 소수 주주들의 이해 상충을 완화해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최근 SSG닷컴 재무적투자자들과 주주간계약 재협상에 성공했다. [사진=뉴시스]

브라질은 2012년 기준으로 상장사 366개 중 88개 회사가 주주간계약을 맺었다. 브라질 정부가 지배지분을 보유하고, 뉴욕증시에 증권예탁증서 형태로 상장한 광산회사 발리(Vale)는 주주간계약이 발효되며 기업가치가 상승한 경우다. 브라질 정부는 2011년 발리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시도했다.

그런데 정부와 소수 주주(각각 21.0%·18.0% 보유)간 주주간계약서에는 주총에서 CEO를 교체하려면 최소 의결권으로 75.0%가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었다. 지배주주인 정부는 소수주주 최소 한명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정부는 소수 주주들이 동의한 다른 인물을 CEO로 선임했다.

카르바할 교수는 "정부가 발리 CEO 교체를 추진한 3개월간 주가는 3.1% 하락했는데, 경쟁사들 주가는 최고 10.7%까지 상승했다"며 "소수 주주 측이 동의한 경쟁력 있는 CEO가 선임되자 경쟁사들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발리 주가는 1.2%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