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생활하기 좋은 중구 만들게요”
[서울&] [사람&] 단독 출마해 89%의 찬성표 얻어
세 가지 공약 실천 위해 노력 중
항공과 항공보안 일 하는 게 꿈
“관장·학업 두 마리 토끼 잡을 것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저를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믿고 뽑아주신 여러분께 보답하겠습니다. 청소년이 생활하기 좋은 중구를 만들어야죠.”
중구청소년센터는 청소년들의 의견을 모으고 청소년 권리 신장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명예 청소년관장제를 도입했다. 지난 4월 말 선거를 통해 뽑힌 김지호(17·장충고 2) 중구청소년센터 명예 청소년관장을 5월29일 중구청소년센터 청소년관장실에서 만났다.
김 관장은 앞으로 청소년 대표로 8월 개최되는 중구 청소년 대토론회와 중구청장과 함께하는 정책 간담회 등에 참석해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청소년 대토론회에서 지역 사회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정책 간담회에서 제안한다. 김 관장은 “앞으로 중구청소년센터의 청소년 자치기구, 중구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의 진로동아리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해 중구청소년센터를 이용하는 모든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중구청소년센터를 만들어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아무래도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 관장은 단독 후보로 나서서 투표자 89%의 찬성표를 얻었다. 당선 비결로 청소년 자치 활동, 청소년 기자 활동 등 청소년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을 꼽았다. 김 관장은 2022년부터 2024년 초까지 중구청소년센터 청소년운영위원회 위원, 2023년 중부경찰서 청소년정책자문위원단으로 활동했다.
김 관장이 선거에 나선 이유는 뭘까. “지난해 중구청소년센터에서 명예 청소년관장제를 도입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학업에 집중해야 하지만,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어 선거에 나섰죠. 센터 선생님도 적극 추천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반대했다. 김 관장은 “부모님이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고, 학업이 걱정스러워서 반대했다”며 “명예 관장 일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말씀드려 승낙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관장은 선거에 나서면서 세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첫째가 중구 청소년과 지역 주민 간담회 개최, 둘째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통 창구 ‘다 들어줌' 개설, 셋째가 중구 가족 한마음 운동회 개최이다.
“간담회는 청소년센터가 지역 청소년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곳임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다 들어줌을 통해 청소년관장에게 바라는 점,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고민과 청소년센터에 대한 질문을 듣고 해결해줄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운동회를 열어 중구 청소년이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김 관장은 공약 실천과 청소년 행사 준비를 위해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학교를 마치고 중구청소년센터에 나와 1~2시간씩 일한다. 김 관장은 “간담회와 운동회는 학생들이 좀 자유로운 시간인 여름방학을 이용해 열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고, 소통창구는 센터 누리집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대로 문을 열겠다”며 “학교나 청소년이 이용하는 시설 등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중구청소년센터 1층에는 도서관, 돌봄센터, 방과후 학교 시설이 있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자주 이용한다. 김 관장은 “지역 주민들이 센터에 부족한 점이나 필요한 것을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다”며 “청소년과 지역 주민이 간담회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야구와 음악 감상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죠. 친구가 기아 팬이라 저도 기아를 좋아합니다.” 김 관장은 학교 야구동아리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포수와 1루수를 함께 보며, 5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김 관장은 “모두 겉으로는 재밌게 하자고 하면서도 시합에만 나가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관장 역할도 끈기 있게 잘해내겠다”고 했다.
“잔잔한 노래도 좋아하고 신나는 노래도 좋아해요. 기분에 따라 듣는 스타일입니다.” 김 관장은 뉴진스와 에스파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김 관장은 또 할머니 손에 자라 청국장, 된장찌개 등 한식을 좋아한다. 그런 그에게 친구들은 ‘토종놈’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김 관장은 말도 안 되는 전력 차이에도 상대와 싸워 이긴, 포기를 모르는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닮고 싶다고 했다. 그런 김 관장의 꿈은 공항이나 항공 보안 관련 일을 하는 것이다. “장래 희망을 아직 찾지 못한 친구가 많죠. 천천히 생활 속에서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김 관장은 “그러다보면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고 곧 장래 희망도 생기게 된다”고 했다.
김 관장은 지난 5월 초 김길성 중구청장한테서 위촉장을 받았다. “이제 1대 명예 청소년관장이니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시고, 앞으로 열심히 해서 중구 청소년들이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하셨죠.” 김 관장은 “중구 청소년들의 귀가 되고 눈이 되어, 믿음에 보답하고 결과로 증명할 수 있는 청소년관장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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