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이냐, 수익성이냐"...1분기 카드사 신용판매 순위 '엎치락뒤치락'
지난해 말 대비 0.2%p 악화
우리카드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 개인·법인 신용판매 실적 증가세
"건전성 위해서는 저수익성 사업으로 전환해야"
일각서는 수익성 악화 우려도
"금융서비스 늘리고 데이터 활용·비용 축소 노력 필요"
[파이낸셜뉴스]카드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신용판매 부문 실적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1·4분기에만 해도 주요 카드사 중 두 곳인 신한카드와 현대카드가 번갈아 가며 1위에 올랐는데, 향후 카드사들은 건전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BC·하나)의 평균 연체율은 1.84%로 지난해 말(1.64%)보다 0.2%p 악화했다. 2023년 1분기 말(1.45%)과 비교하면 격차는 0.39%p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업을 통해 위험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1월~4월 월별 신용판매 실적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개인·법인 신용판매 실적 기준(국내외 일시불·할부 포함) 1월과 3월은 신한카드가, 2월과 4월은 현대카드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4월의 경우 현대카드 개인·법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13조4645억원으로 집계돼 업계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13조3905억원)보다 739억원가량 앞섰다.
현대카드가 1·4분기 신용판매 부문에서 선전한 배경으로는 개인 신용판매 실적이 꼽힌다. 현대카드의 4월 개인 신용판매 실적은 10조9663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7082억원) 대비 약 112%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마일리지·프리미엄 카드 중심으로 회원 수가 크게 순증한 것이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항공 현대카드의 발급량은 2022년 대비 1.9배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신용카드 회원 수는 본인회원 기준 지난해 4월 1134만2000명에서 올해 4월 1190만5000명까지 증가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 등의 영향을 받아 현대카드의 인당 신용카드 사용금액도 올해 4월 기준 101만8140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신용판매업 비중 성장은 현대카드에서만 관측되는 현상은 아니다. 우리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에서 개인·법인 신용판매 실적은 증가세를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올해 4월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롯데카드는 9043억2100만원, 비씨카드는 1454억1300만원, 삼성카드는 5287억5000만원, 신한카드는 1741억2400만원, 하나카드는 2937억1300만원, 현대카드는 1조167억3900만원, KB국민카드는 4224억13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현금성 대출이 아닌 일시불·할부 등 신용판매 부문 비중을 늘려줘야 연체율이 낮아진다"며 "부실채권이 많아지면 건전성이 나빠져 신용등급도 안 좋아지고, 조달비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익성은 안 좋더라도 위험성이 낮은 저수익성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상대적으로 많이 취급하는 은행계 카드사들보다 신용판매 사업에 집중하는 현대카드의 경우, 카드사 규모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다소 낮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1·4분기 당기순이익만 보더라도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한 1851억원,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22.3% 늘어난 1779억원, KB국민카드는 69.6% 늘어난 13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현대카드의 순이익은 638억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판매 부문의 경우 원가 이하 수수료율이 적용돼 마진이 나지 않는 데다가 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역마진이 나는 구조"라며 "순이익을 올리려면 단기적으로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금융서비스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사업을 통해 수익원을 발굴하거나 오토리스를 늘리고 디지털화를 통해 비용을 축소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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