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 톺아보기] 와장창 깨져버린 우리 안의 ‘이스라엘 신화’
'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2023년 10월 7일 새벽,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다. 개전 6일 만에 확인된 사망자 수만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사망자 수를 넘어섰고, 전쟁은 해를 넘겨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기억 속의 이 지역은 늘 분쟁 중이었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유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니던 유대인이 신에게 약속받은 옛 조상의 땅에서 세운 유대 국가가 이스라엘이고, 이에 반대하는 아랍인들과 계속 갈등을 빚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 아닐까. 그렇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종교 분쟁이거나 민족 갈등으로 느껴진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야말로 20세기 홀로코스트의 최대 피해자가 21세기 무소불위의 가해자가 되는 역사적 아이러니의 결정판이다. 무엇이 정의이고 글로벌 상식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편견과 왜곡이 화석화돼 가는 절망의 시기에 팔레스타인 역사와 오늘날 이스라엘 문제의 본질을 적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는 그 일반적인 인식과 당연하다고 여겼던 명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성서 시대부터 시작하여,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 정착촌에서 철수한 후 2015년까지 벌인 종족 학살의 타임라인까지 방대한 범위에서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신화를 깨부순다. 여기서 신화는 이스라엘 정부가 만들어 낸 내러티브이거나 우리가 흔히 가지는 오해다.
저자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출신의 유대인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해 온 역사가인 그는 10월 7일 사건 이후로 수차례 여러 언론에 입장문을 기고했고, 안타깝고 괴로운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한국어판 서문을 보내왔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을 순수 유대 국가를 만들기 위한 종족 청소의 일환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을 식민 지배를 받는 민족의 해방운동으로 바라본다.
근대 국가가 태동하던 그 시기에 열강의 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나뉘다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는 동안의 혼란에서 일제 강점기 이후 한반도의 상황이 비쳐 보이기도 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신화는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홀로코스트’라고 부르며 세계인의 마음속에 죄책감으로 자리 잡은 대량 학살의 기억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가자 지구 민간인의 수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의 10배를 넘긴 지 오래다.
오래 전 기독교 세계에서 게토에 격리되었던 유대인들이 지금은 분리 장벽 안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봉쇄하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가자 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해 버린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두고 ‘균형 잡히지 않은 책’이라고 규정한다. 오히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서 식민지화되고, 점령당하고,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신해 권력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또 하나의 시도라는 것이 그의 집필 요지다. 본질적 왜곡과 전해 내려오는 가설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한, 현재 팔레스타인 땅의 비인간적인 정권은 계속해서 보호받을 것이다.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이들 가설을 검토함으로써, 우리는 이 가설들이 역사적 진실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이런 역사적 기록을 바로잡는 일이 어째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화해의 기회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신화가 등장한 배경과, 그에 가려진 진실을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2023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한 이유와 이후 이스라엘의 반응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란 대통령의 사망과 사우디 국왕의 와병으로 더욱더 혼돈에 빠진 중동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에 힌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백선 번역가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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