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탕웨이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부족하다 생각해요…이게 인간이겠죠" [MD인터뷰](종합)
남편 김태용 감독과 13년만 호흡
AI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바이리 역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딸은 굉장히 명확하게 자기 의견이 있고 주관이 강해요. 독립적인 개체죠. 저도 독립적인 사람이고요. 아이가 독립적이어야 저도 독립적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빠는 좀 안 그런 것 같아요(웃음)."
탕웨이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 개봉을 앞두고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태용 감독이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두 사람이 부부가 된 뒤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탕웨이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바이리 역을 맡았다. 2022년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으로 외국인 배우 최초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탕웨이는 '원더랜드'를 통해 2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들을 찾았다.
이날 탕웨이는 "사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단계부터 계속 대화를 나눴다. 시나리오 안에 엄마 역할이 있었다"며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뭐였냐면 평상시에 우리가 많은 일을 하느라 딸을 직접 대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딸과 영상통화를 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존재한다는 걸 인식시켜주려 했다"라고 전했다.
탕웨이는 "(내가) 외지에서 메이크업을 받던 도중에 화면을 틀어놓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공유도 하고 그랬다"며 "나는 원래부터 고도과학기술에 관심이 너무 많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어떤 로봇이냐면 방마다 혼자 다니면서 모니터 해주는 로봇을 지금 사용하고 있다. 360도 도는 AI 로봇인데 지금 사실 중국에서 아이 있는 웬만한 모든 가정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 감독님이 이런 상황이 원인이 돼서 이 시나리오를 구상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시작부터 같이 동행을 한 것"이라면 "왜냐하면 이 내용이 우리 생활에 아주아주 중요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끔은 그 안의 세계, 눈으로 보고 있는 세계가 '진짜일까?' 싶어서 황홀하기도 하다. 진짜일까, 가짜일까"라고 덧붙였다.
탕웨이의 일상에서 AI와 영상통화는 낯선 것이 아니다. 중국이 너무 넓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집을 왔다 갔다 하기 힘들고, 자연스레 이들 가족에게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탕웨이는 "어린아이 같은 경우 어렸을 때 조금만 못 봐도 훌쩍훌쩍 큰다. 통화만 하려고 하면 말을 안 하기도 한다. 화면을 보고 있어야 '엄마' 이렇게 말한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는 그랬다. 지금은 곧 8살이 되기 때문에 어디든지 같이 다닌다"며 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제 아이에게 '원더랜드'처럼 AI 엄마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굉장히 오랜 시간 준비하는 편이에요. 무조건 하라고 하기보다 이해를 시켰어요. 아이가 스스로 '진짜 이거 해야 된다' 판단할 때까지 기다려줬고요. 원래 '나'로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도록 했어요. 독립적인 아이이기 때문에 AI 엄마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에 대해 '원래 잘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인 걸 알았지만 아내가 되어 옆에서 지켜보니 더 열심히 몰입하는 배우'라며 극찬한 바 있다. 그러나 탕웨이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저었다. 탕웨이가 생각한 스스로는 '생활을 즐기고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떤 배역이 주어지고 연기를 해야 하는 역할이 있을 때 몰입하는 것을 즐길 뿐이라며.
탕웨이는 "상대방과 슬픔을 같이 나누고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최대한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캐릭터가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체험해야 한다면 최대한 하려 한다. 그런 과정들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데 (감독님이) 그렇게 보셨나 보다"며 "나는 어떤 일이 '즐길 수 없겠다', '재밌게 할 수 없겠다'라는 마음이 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내가 못한다. 감독님이 본 노력, 힘듦은 내가 가장 즐겁고 재밌게 하고 있을 때"라고 미소 지었다.
김태용 감독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지식이 굉장히 광범위하고 깊다. 모든 부분에 아는 것이 많고 어떤 일이나 내용에 손을 대기 전에 알아둬야 하는 분이다. 어떤 영역에 있어서 필요하다면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시작하시는 분"이라며 "재밌는 걸 좋아하고 노는 걸 좋아하고 호기심이 강한 분이기도 하다. 처음 만났을 때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첫 만남 당시를 회상하며 짓궂은 표정을 직접 지어 보이기도 했다. 자신을 쳐다보던 김태용 감독의 얼굴과 표정을 "호기심이 가득한 6살짜리 남자이와 60세가 넘은 어르신 두 가지 느낌이 공존하는 걸 봤다"라고 설명하는 등 깊은 애정을 숨기없이 표했다.
김태용 감독과 함께한 '만추'를 시작으로 '헤어질 결심'까지 벌써 세 번째 한국영화다. 특히 바로 전작 '헤어질 결심'을 통해 탕웨이는 제27회 춘사국제영화제, 제31회 부일영화상, 제43회 청룡영화상, 제59회 백상예술대상 등 수많은 국내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같은 큰 사랑 후 다시 한국영화 '원더랜드'로 돌아온 것이 부담되진 않는지 묻자 탕웨이는 "나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배우는 내가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하고, 내가 나왔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본질"이라며 "그것만 생각한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항상 하는 말이긴 한데 얻는 게 있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받는 게 있기 때문에, 내게 주시는 게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하득하능(何得何能). 어찌 하, 얻을 득, 어찌 하, 능력 능. 하득하능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저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사실 저는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아직 부족하다고만 생각해요. 아무래도 이게 인간인 것 같아요."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