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용 시신 보이지도 않아"…증원 의대들 인프라 개선에 고심
[EBS 뉴스12]
내년 의과대학 신입생 규모는 올해보다 약 1천500명 늘어 4천610명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서야 하는데, 현장에선 남은 기간 안에는 도저히 어렵다는 호소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증원된 인원을 수용할 교실도 가르칠 교수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겁니다.
금창호 기자가 의대 캠퍼스를 직접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매년 신입생을 49명씩 선발했던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의 유일한 해부학 실습실입니다.
해부용 테이블은 10개로 최대 60명까지만 수용할 수 있습니다.
교수들은 당장 내년에 의대 입학생이 2배 넘게 늘고, 내후년에는 4배 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가 1년에 확보하는 해부용 시신, 카데바도 10여 구에 불과합니다.
지금은 의대생 6명이 카데바 한 구로 실습하고 있는데 정원이 늘면 실습 환경이 더 열악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뷰: 배장환 위원장 / 충북대의대교수비대위
"많이 늘려야 시신 1구당 (실습생) 한 8명 정도까지 우리는 6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게 10명, 12명 이런 식으로 되면은 뒤에 있는 학생은 아예 보이지도 않아요.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해부학 실습에 의미가 없다."
이 학교에서 가장 큰 강의실의 수용인원은 최대 108명으로 이론 수업을 위한 공간 역시 부족합니다.
기자재 확충에 사용할 예산 확보도 문제입니다.
인터뷰: 배장환 위원장 / 충북대의대교수비대위
"(조직학 수업에서는) 기본적으로 굉장히 고가의 현미경을 써야 하는데 그거를 학생이 200명이 되면 지금 한 60대 가진 데에서 결국은 240대나 230대 정도로 늘려야 해서 여유분을 쓴다면, 그렇다면 거기만 하더라도 수십억 원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죠."
의대 교수들은 의대 정원이 증가한 모든 의과대학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경고합니다.
특히, 교수 인력, 그중에서도 기초의학 교수 확보가 문제입니다.
최근 3년 동안 채용된 MD 기초의학 교수는 매년 40명꼴로 총 118명.
그런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한 사립대를 살펴봤더니, 이곳에서만 이번 의대 증원으로 추가로 필요한 기초의학 교수가 12명입니다.
인터뷰: 김종일 서울대 교수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지난달 27일)
"현재, 의대 교원 초빙이 지원자 미달 등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 대학에서 말입니다. 만약에 전국에서 갑자기 다 (의대 교수 인력을) 모집할 경우 인력 충원은 더더욱 어려워질 예정이다."
당장 의학교육평가인증을 받는 것도 과제입니다.
교수들이 인증 기준 92개에 맞춰 교육여건을 따져봤더니 정원이 증가한 지방소재 의과대학 30곳 가운데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의학교육평가인증에 통과하지 못하면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대 의과대학처럼 의대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늘어난 인원에 맞춰 교육여건 개선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증원 과제를 떠안은 교육 현장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EBS 뉴스 금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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