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순직 1편] 주목받지 못한 제2·제3의 서이초 선생님…순직 인정 '하세월'
[EBS 뉴스12]
지난해 우리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는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순직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교권 침해 문제를 전면에 드러낸 안타까운 소식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또 비슷한 숨진 선생님들 상당수가 아직도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아정 기자가 유가족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이초 교사의 순직이 인정됐던 지난 2월.
같은 날, 군산 무녀도초 교사는 인사혁신처에서 순직을 승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유가족은 고인이 과도한 업무와 관리자의 마찰로 고통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고 업무 외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이었을 수도 있는 만큼, 공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인터뷰: 故 주영훈 무녀도초 교사 유가족
"만약에 저희 남편이 무녀도초에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 없었을 거라고 생각은 하거든요. 저희 남편이 진짜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었거든요. 되게 책임감도 강하고 아이들 가르치는 거를 되게 좋아했었어요."
전교생 10명에 일반교사가 3명뿐인 섬마을의 작은 학교.
10년 차 교사였던 고인은 지난해 3월, 이 학교로 발령받은 뒤 업무 부담을 호소해 왔습니다.
주당 29시간의 교과 지도에 더해 정보 업무, 방과후 학교, 돌봄 교실 등 온갖 업무가 고인의 몫이었습니다.
실제,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고인이 생산한 공문서는 동료교사보다 40% 가까이 많아서, 초과근무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일도 잦았습니다.
고인이 투신 당일 휴대전화에 남긴 메시지에는 "살려달라, 도와달라", "관리자가 늘 뭔가 태클을 걸며 쉬이 안 넘어간다"라는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인터뷰: 故 주영훈 무녀도초 교사 유가족
"예산도 자기가 몇 월에 이거 이 업무에서 이렇게 써야지 이렇게 미리 짜놓은 그런 플랜들이 있었는데 이런 게 자꾸 어긋나고 어긋나고 하니까 본인이 느꼈을 때 이제 그게 부담으로 왔고…."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등진 서울 신목초 교사도 아직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12년 차 교사였던 고인은, 동료 교사들도 꺼리던 문제 학생이 집중된 학급을 배정받은 뒤 우울증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故 김현진 신목초 교사 유가족
"학교 생활이 즐겁다고 그러고 재미있다고 그러고 이 학급 맡기 전에는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 생활을 했어요. 근데 6학년 맡고 나서부터 이 문제가 터진 거예요."
유족들은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의자를 들고 싸우고, 교실을 이탈하며, 노예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는 일이 많았다고 호소합니다.
인터뷰: 故 김현진 신목초 교사 유가족
"저한테 얘기를 많이 했어요. 아버님 그게 참 잘 안 돼요. 힘들어요. 그렇게 (수업을) 하려고 해도 그게 진행이 안 돼요. 힘들어요. 그 얘기를 많이 했어요."
교육청 조사에서도 고인이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으로 고통받았던 사실이 확인됐고, 인사혁신처에 제출한 의무기록 자료에도 해당 사실이 기재돼 있습니다.
고인은 결국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고 학교로 복귀하기 전날 세상을 등졌습니다.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핵심 쟁점인 순직 인정.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늦어지는 순직 인정에 유가족들의 고통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BS뉴스, 배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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