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가해자 ‘44명’ 연쇄 폭로 파장…피해자 측 “영상 삭제하라”

이혜영 기자 2024. 6. 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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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동의 받았다 ’ 유튜버 주장 반박하며 “당황·우려”
가해자 근무지 지목된 기업 발빠른 ‘손절’, 식당은 ‘영업 중단’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순차 폭로 중인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 유튜브 영상 캡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가해자 신상을 순차 폭로 중인 유튜버는 44명에 대한 신상과 현재 직장 등을 모두 확보했으며, 피해자 측 동의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에 동의한 적 없다는 반박 입장문을 내고 제동을 걸었다.     

6일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는 20년 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로 지목된 인물과 당시 피해자를 조롱하며 2차 가해를 했던 현직 여경을 저격하는 영상이 잇달아 게시돼 있다. 지난 1일부터 올라온 관련 영상은 조회수 100만~300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시민들은 영상 댓글을 통해 공분을 드러냈고,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도 해당 사건 관련 게시물이 폭증하고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하면서 가해자들이 근무했던 기업은 발빠른 손절에 나섰고, 가해자 중 한 명이 일하던 식당은 영업을 중단했다. 

당시 범행 주도자로 지목된 A씨가 근무했던 경북 청도의 한 식당은 논란이 불거진 후 결국 문을 닫았다. 식당이 불법 건축물로 확인되자 청도군은 뒤늦게 위반건축물에 대한 철거 명령과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법적 조치에 돌입했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직장에서 해고됐다. B씨는 사건 후 개명한 후 수입차 딜러사의 전시장에서 근무해왔다. B씨 신상이 공개된 후 영업소에 전화 등 항의가 폭주하자 회사는 공식 SNS를 통해 B씨를 해고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사건 당시 피해자를 조롱하며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글을 남겼던 여성 C씨의 근황도 도마에 올랐다. C씨는 2010년 경찰 공무원에 합격한 후 경남 지역에서 경장으로 근무 중이며 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C씨는 지난 2012년 2차 가해 사실이 알려지자 "고등학교 10대 시절 철모르고 올린 글이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당시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나락 보관소' 외 다른 유튜브를 통해 신상이 공개된 또 다른 가해자 추정 인물의 경우 현재 직장인 대기업에서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가 근무했던 곳으로 알려진 경북 청도군의 한 식당. 청도군은 이 식당 불법건축물에 대한 철거 명령과 영업정지를 내리는 등 법적 조치에 돌입했다. ⓒ 연합뉴스

가해자 신상 공개를 두고 '사적 제재' 논란도 점화되는 가운데 피해자 측은 이 같은 폭로에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냈다.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한 곳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측은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나락 보관소' 측은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범행에 가담한 44명의 신원을 모두 확보했고,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사전에 가해자 신상 공개에 대한 허락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피해자 측은 영상이 업로드된 후 6월3일 영상 삭제 요청을 했고 44명 모두 공개하는 방향에 동의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일상 회복, 피해자의 의사 존중과 거리가 먼 일방적 영상 업로드와 조회수 경주에 당황스러움과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밀양 집단 성폭행은 2004년 12월 밀양 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폭행·협박하며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조사받던 피해자에게 '밀양 물 다 흐려놨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부산지법 가정지원은 2005년 5월23일 이 사건 가해자 5명에 대해 장·단기 소년원송치결정을 내렸다. 1명은 장기소년원송치결정(7호 처분)을,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단기소년원송치결정(6호 처분)을 받았다. 7호 처분은 2년 이내, 6호 처분은 6개월 이내로 미성년자 교정시설에 수감된다. 함께 송치된 5명에 대해서는 장기보호관찰과 함께 80시간의 사회봉사활동 및 40시간의 교화프로그램 수강명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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