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라이브 공연부터 다국어 채팅까지…"엔터테크로 글로벌 팬 연결해요"
"진입장벽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처음에는 1년 넘게 문전박대를 당해 가며 문을 두드렸죠. MBC, CJ ENM의 대형 공연을 소화하며 수익화 가능성을 보여준 다음부터 다양한 엔터사들의 연락이 쏟아져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반도체 이후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는 K엔터가 세계 시장에 나갈 때 빅크가 중요한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K팝 영역에 '올인원 디지털 기술'이 녹아들었다. 김미희(41) 대표가 지난 2021년 창업한 엔터테크 스타트업 빅크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특징인 K엔터의 약점을 파고들어 올인원 플랫폼과 지식재산권(IP) 확장으로 위험성을 줄이고 수익성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이 회사는 CJ ENM의 'KCON', MBC 글로벌콘서트 등 메가 공연에서 안정적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공하고, 팬덤 시장을 타깃으로 '빅크 모먼트', '빅크 스튜디오' 등 플랫폼도 내놓으며 굵직한 K팝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빅크가 제공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은 끊김 없이 최대 30만명의 팬이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고도화돼 200만건의 라이브 경험을 쌓았다. 이와 동시에 다국어 채팅과 실시간 채팅도 지원한다.
서울 논현동 빅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론칭 1년 차에 K팝 영역에 성공적으로 파고들어 수익모델을 만들고 해외 팬을 모객하는 노하우를 쌓았다"며 "신기술로 전세계 공연 및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시장에서 '넥스트 디지털 밸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 상암에서 열린 '2023 MBC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는 K팝 공식의 전환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4만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였는데, 10팀 이상 아티스트가 참여한 옴니 콘서트 라이브 방송을 했다. 김 대표는 "옴니 콘서트 중 한 팀이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였는데 화면에 등장하자 3000여명의 팬덤이 떼창을 같이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젊은 팬들은 무대를 디지털 환경에서 즐기면서 아티스트와의 소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정서를 겨냥해 '팬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팬플레이' 기능을 내놨다"고 말했다.
빅크는 단순 라이브 공연뿐 아니라 글로벌 팬덤과 아티스트, 콘텐츠를 연결하는 플랫폼에도 공들이고 있다. K팝 팬덤 서비스 '빅크 모먼트', 글로벌 팬 동향을 분석하고 IP 수익 정산을 위한 '빅크 스튜디오' 등도 서비스한다. 팬플레이 기능은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을 위해 팬미팅부터 1대 1 영통팬싸(팬사인회)도 지원한다. 해외와 달리 국내 팬덤은 아티스트와 '유사연애'를 하듯 사랑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와 연계한 독특한 콘셉트의 특성을 담았다.
특히 네이버의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와 협력해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공연장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존맛탱(정말 맛있다는 뜻)' 등 한국인들만 쓰는 유행어도 놓치지 않고 해외 팬들을 위해 문맥에 맞게 번역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조용한 팬들이 모이면 온라인 채팅방 호응을 높이기 위해 긍정 표현으로 반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자막 생성에 인력이 투입돼 많으면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지만, 생성형 AI 도입으로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가 아티스트와 팬과의 소통을 도와주고 노동 투입을 줄여 투자수익률(ROI)를 높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네이버가 개발한 원천기술을 잘 활용해 올 초 공식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다"고 전했다.
빅크는 이제 세 돌을 맞았지만, 김 대표는 성공적인 엑시트도 경험한 연쇄 창업가다. ICT, 플랫폼 분야에서 17년간 탄탄한 경력을 쌓아 왔다. 서비스 정식 출시 전부터 네이버D2SF와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으로부터 95억원 규모 프리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첫 직장은 삼성전자로, 지난 2009년 '갤럭시S' 시리즈가 처음 나올 때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해 초창기 모델부터 '갤럭시S7'까지 서비스 기획과 사용자경험(UX) 디자인에 참여했다. 갤럭시 흥행 신화 속에 여러 카테고리를 기획하는 경험을 쌓으며 창업 에너지를 길렀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튜터링'을 창업해 3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재창업에 도전한 것은 회사를 더 잘 키우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첫 창업에서 너무 빨리 엑시트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새 회사를 더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재창업을 결심했다"며 "빅크는 창업 3년째지만, 튜터링에서 8년간 쌓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간 엔터 사업이 스트리밍에만 집중했다면 빅크는 단방향과 함께 아티스트·팬 소통을 실시간으로 담은 '3세대 인터랙티브'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K팝·K엔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만큼 기회를 잡아 글로벌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공식 론칭 첫해부터 164개국에서 해외 결제가 60%가 넘는 플랫폼으로 자리한 만큼 연 200% 성장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최근에는 일본 공연 전문 제작사 커넥티드 스테이지와 MOU를 맺고 올 하반기 일본에서 '아시아 넘버원 케이팝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그는 "일본 공연 출장을 가다 보니 엄마와 딸이 함께 공연장을 가는 모습이 눈에 띄더라"며 "일본은 3세대에 걸쳐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등 로열티가 높고 연속성이 있어 재접속률과 구매력이 커 진출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본다. 내년에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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