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자산운용사도 펀딩 한파…"자금 마련 난항"
VC·PE 투자 경계 無 펀딩 경쟁도 '심화'
[서울=뉴시스]이종혜 기자 = 고금리 여파로 대체투자 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펀딩레이징 한파가 자산운용사는 물론이고 사모펀드(PEF)에도 불고 있다. 펀드 결성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연기금·공제회 출자사업에 선정돼도 나머지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그간 벤처펀드 전유물과 같던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출자사업에서도 각종 운용사들의 경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5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국벤처투자가 최초로 자산운용사만을 대상으로 한 벤처세컨더리펀드 출자사업에서 최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던 쿼드자산운용이 펀딩에 실패하면서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출자사업에서 신한자산운용, 쿼드자산운용, NH헤지자산운용이 GP로 선정됐다. NH헤지자산운용 역시 펀드 결성에는 성공했지만 2차례 연기 끝에 겨우 330억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이번 출자사업은 한국벤처투자가 벤처캐피탈(VC) 이외에도 자본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자산운용사로 운용주체를 확대하며 야심차게 진행한 첫 출자사업이었다. 각 운용사에 100억원씩 출자하면 운용사들은 233억원을 추가로 모집해 세컨더리펀드를 12월까지 결성 완료하면 됐다.
중간 회수 시장 활성화를 강화하고 사모펀드 자금을 유입시켜 선순환 구조를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지만 선정된 위탁운용사(GP)들이 펀드 결성에 난항을 겪은 것이다. 국내외 금리인상 등 여파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운용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었지만 펀드에 자금을 지원해줄 추가 출자자(LP)룰 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GP반납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성장금융이 진행 중인 은행권 중견기업 밸류업펀드 출자사업에도 23곳의 PEF가 지원하며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첫 출범한 이 모펀드는 금융위원회 주재로 중견기업전용펀드다. 운용사당 600억원을 출자해 최소 1200억원 이상 펀드라 허들이 높기 때문에 PEF가 대거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신기술투자조합으로 지원한 곳은 프렌드투자파트너스-키움증권 컨소시엄이 유일했다.
2년 전부터 대체투자 분야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출자 금고를 걸어잠궈야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풍선효과로 그간 VC 출자사업 전유물이었던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산업은행 출자사업에 PE,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투자 경계가 점차 사라지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크래프톤, 하이브, 두나무 등 조단위 비상장 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며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과 부동산 투자를 중심이었던 운용사들이 비상장기업에 초기투자 비중을 높여나갔다.
또 지난해 한국벤처투자가 선정한 운용사 가운데 50~70%가 자금 매칭을 못해 모태 LOC를 반납, 6개월 출자사업 참여 제한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VC 업계 관계자는 "벤처펀드 공식적인 결성시한은 3개월이지만, 출자확약서(LOC) 확보 퍼센트에 따라 1개월씩 연장해주면서 결성을 독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VC 대표는 "모태펀드, 성장금융 외 공제회의 주요 출자사업이 올 상반기에 부재했고, 지난해부터 캐피탈, 저축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로 출자가 쪼그라들면서 대체투자 출자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라며 "PE, 자산운용사의 비상장 벤처투자 움직임도 영향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라고 말했다.
운용사간 '빈익빈 부익부' 심화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소 운용사 입장에서는 큰 손이었던 은행이 계열사 펀드 조성에 집중하면서 투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는 모두 VC를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들은 해외 출자자 확보로 눈을 돌리고 있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금을 확보해 펀드에 출자하는 비율을 높이는 등 그야말로 펀드레이징 전쟁이다"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h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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