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야구'에 이은 '셀프 조기 퇴근' 2년차 이승엽, 감독으로 농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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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만 있다면, 또 퇴장 당해야 하나.
이 감독 퇴장 후 선수단이 똘똘 뭉쳐 감독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경기 후반 감독이 없어 승부처 팀이 흔들릴 수도 있고, 그렇게 패하면 혼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지만 승부를 걸 때는 걸어야 한다는 승부사 기질이 퇴장으로 발휘됐다.
이길 수만 있다면, 또 퇴장을 당해도 좋을 이 감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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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길 수만 있다면, 또 퇴장 당해야 하나.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2연속 연장 승리를 만든 것일까. 우연일까, 치밀한 전략의 결과물일까.
두산이 창원에 내려가 이틀 연속 연장 접전 끝 승리를 따냈다. 그 속에 이 감독이 모두 퇴장을 당해 눈길을 끈다.
두산은 4일과 5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4대1, 4대3 2연승을 거뒀다. 첫 경기는 연장 10회초, 두 번째 경기는 연장 11회초 결승점을 뽑았다.
하지만 승리의 순간, 이 감독은 더그아웃에 없었다. 일찌감치 퇴장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4일 첫 번째 경기는 논란이 있었다. 1-1이던 9회초 1사 후 이유찬이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유찬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NC는 아웃이라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결과가 아웃으로 바뀌었다. 승부처 매우 중요한 판독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이 뛰쳐나왔다. 세이프, 아웃의 문제가 아니라 NC 유격수 김주원이 베이스를 가로막아 주루방해라고 항의한 것이다.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항의하면 자동 퇴장. 하지만 이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이 감독의 항의는 5일 심판진 징계로 이어졌다. 당시 2루심은 주루 방해를 선언했지만, 구심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NC쪽 세이프, 아웃 비디오 판독 신청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명백한 경기 운영 실수였다.
이 감독이 화가 날 만 했다. 퇴장을 당했다고 손가락질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두산이 졌다면 정말 큰 논란으로 번질 뻔 했지만, 그래도 두산은 이겼다. 이 감독 퇴장 후 선수단이 똘똘 뭉쳐 감독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그 효과를 확실히 느꼈을까. 이 감독은 5일 또 그라운드로 나갔다. 2-2로 맞서던 7회 조수행이 3피트 관련 수비 방해 판정을 받고 아웃됐기 때문이다. 최근 민감한 이슈인 3피트. 이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 후 결과가 번복되지 않자 다시 항의를 했다.
하루 전만큼 억울한 것도 아니고, 7회이기에 상황이 급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나가면 퇴장인 것도 알았다. 하지만 '촉'이 왔던 걸까. 이 감독은 알면서 더그아웃을 떠났다. 그리고 선수들은 집중력을 발휘, 귀중한 연장 승리를 가져왔다.
감독들은 가끔 팀 분위기나 경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일부러 퇴장을 당하기도 한다. '명장'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19일 KT 위즈전 승부처 비디오 판독에 대해 격한 항의를 하고 퇴장을 당했는데, 김 감독이 나가자마자 정훈의 결승타가 터졌다. 김 감독은 "감독이 퇴장을 불사하면 더그아웃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다"며 의도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슈퍼스타' 출신 이 감독은 지난 시즌 초보 감독으로 두산을 가을야구에 진출시켰다. 그리고 감독 2년차 더욱 농익은 시즌 운영을 하고 있다. 초반 팀이 추락하자 과감한 투수코치 교체에, 불펜 연투 등 '독한 야구'로 팀을 상위권 싸움에 올려놨다. 최근 분위기가 다시 다운되자, 이번에는 '연속 퇴장'이라는 강수를 뒀다. 경기 후반 감독이 없어 승부처 팀이 흔들릴 수도 있고, 그렇게 패하면 혼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지만 승부를 걸 때는 걸어야 한다는 승부사 기질이 퇴장으로 발휘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야구는 비디오 판독 항의 퇴장 등, 시간 지체를 이유로 감독이 별 문제 없이 퇴장을 당할 때 별다른 제재가 없다. 벌금, 출전 정지 등이 없으니 부담 없이(?) 퇴장 당할 수 있다. 이길 수만 있다면, 또 퇴장을 당해도 좋을 이 감독 아닐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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