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지하 벙커에 조선 왕실 보물 9만 점이 있다…“8중 보안 통과해야 입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물 관리하느라 수장고만 왔다갔다 해도 하루 4,000보는 걷는 것 같아요."
경복궁의 서쪽, 지상 2층과 지하 1층의 그리 크지 않은 건물에 소장하고 있는 유물만 8만8,530점에 이른다.
박물관은 1962년 중앙청의 안보 회의 장소로 쓰이던 지하 벙커를 수장고로 개조해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물 관리하느라 수장고만 왔다갔다 해도 하루 4,000보는 걷는 것 같아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손명희 학예연구관의 말이다. 고궁박물관은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 유물을 체계적으로 소장, 전시하기 위해 2005년 개관했다. 경복궁의 서쪽, 지상 2층과 지하 1층의 그리 크지 않은 건물에 소장하고 있는 유물만 8만8,530점에 이른다. 그중에는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뿐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 문화유산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도 적지 않다. 이 많은 유물은 대체 어디에 보관되고 있을까.
비밀은 바로 경복궁 아래에 있는 통로와 지하 벙커에 있었다. 이날 박물관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수장고를 언론에 공개했다. 박물관은 1962년 중앙청의 안보 회의 장소로 쓰이던 지하 벙커를 수장고로 개조해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경복궁 동쪽에 있는 주차장 아래가 바로 지하수장고가 있는 위치다. 귀중한 보물이 많아 접근도 쉽지 않다. 최대 8중 보안을 뚫어야 경복궁 서쪽 박물관에서부터 동쪽 수장고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통과할 수 있다. 복도 천장에는 박물관 건물로부터 얼마나 걸어왔는지 표시되어 있는데, 편도 거리만도 350m가 넘는다.
제1수장고에 도착하자 조선이 건국한 1392년부터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에 강제 병합된 1910년까지 조선왕조 의례에 사용된 인장과 문서인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이 오동나무 장식장에 가득 차 있다. 어보는 국왕, 왕세자 등과 그 배우자를 지위에 책봉할 때 그 호칭을 새겨 제작하는 의례용 인장이다. 어책은 어보와 함께 의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의미,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교명은 앞으로의 마음가짐에 대해 훈육하는 문서다. 이날 박물관은 1759년 8세였던 정조의 왕세손 책봉 당시 어보와 어책, 교명 등을 모두 공개했다. 손 연구관은 "어보와 어책, 교명이 일괄 전해지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크기와 규모로 왕의 권위를 드러내는 왕실 유산 특성상 대형 유물이 많지만, 박물관은 이미 포화상태다. 현재 기준 포화율은 160%에 달하는데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유물 수장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개관 이후 유물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늘려오면서 포화도가 높아졌는데, 이 같은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왕실 유물 통합관리센터 같은 확대된 공간 건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부강한 통일 대한민국... 우리가 더 강해져야 가능" | 한국일보
- '비밀 거울 통해 여성 선택' 베트남 데이트 카페 논란... 주 고객은 한중일 관광객 | 한국일보
- 심수봉, 나훈아와 무슨 인연? 3억 저작권료 효자곡 밝힌다 | 한국일보
- 교감에 침 뱉고 뺨 때린 초등생… 이전에도 교사·학생 때려 2번 강제전학 | 한국일보
- "치매도 정복"… 기적의 맞춤약 'RNA 처방' 시대 성큼 | 한국일보
- '나는 솔로' 20기 정숙 뽀뽀 상대, 영호였다 | 한국일보
- 그의 한 마디에 벌집 쑤신 듯했던 포스코 | 한국일보
- "난 아무 짓 안 해"... 억울하다는 밀양 성폭행범 과거 글에 '부글부글' | 한국일보
- 면죄부에도 전공의 안 돌아오면 전문의 급감... 의료개혁 큰 그림 균열 우려 | 한국일보
- "전남대 교수, 아버지 장례식장서 여학생 껴안고 욕설" 폭로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