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만난 충남… 무령왕·이삼평 그리고 조선통신사

김동근 기자 2024. 6. 6. 13: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남교육청, '인문학 기행' 마무리… 고교생 90명 '세계시민' 값진 경험
충남교육청 '창의융합 인문학 기행' 문화기행단이 일본 가라츠시 가카라시마에서 무령왕 탄생지를 찾아 헌화한 뒤, 양손 가득 쓰레기를 수거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김동근 기자

"곤니찌와! 곤니찌와!… 안녕, 안녕하세요~"

충남지역 고등학교와 일본 백두학원 건국학교 학생들이 10대 다운 발랄함으로 한자리에서 마주했다.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서툰 외국어 몇 마디로 반갑게 인사하며 이네 스마트폰을 꺼내 SNS 계정을 교환하는 등 오랜 친구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건국학교 김수자 교장은 "본교는 재일동포와 한국뿌리를 가진 아이들의 학교다. 한층 더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일본과 여러 국적 아이들도 함께 공부하는 교육기관으로, 2년 후에는 80주년을 맞이한다. 현재는 한국 대학에도 많이 진학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학생들에게 한국은 조국임은 물론 과거 역사와의 연결고리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열어 세계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환영했다.

충남교육청이 지난달 24-30일 6박7일 일정으로 '창의융합 인문학 기행'을 마무리했다.

이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북아시아 해외체험학습을 통해 역사·시민의식을 비롯한 생태 감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 등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으로, 도내 고등학교 1학년 90명과 인솔단 20명이 참여한 김지철 교육감 공약사업이다.

충무교육원이 주관해 정명옥 원장을 총단장으로 30명씩 △역사기행단(단장 박두순 천안두정고 교장) △문화기행단(단장 임명진 덕산고 교장) △생태기행단(단장 김경수 청양고 교장)으로 나눠, 도쿄, 구마모토, 후쿠오카, 교토, 오사카 등을 돌며 견문을 넓히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이 기간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기가 인솔·지원교사, 스태프(여행사, 가이드)의 열정과 더해져 값진 결과물로 이어졌다.

충남교육청 '창의융합 인문학 기행' 역사·문화기행단이 일본 백두학원 건국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풍물공연을 관람하며 함께 응원하고 있다. 김동근 기자

문화기행단은 '일본에서 만난 한국, 그 속의 충남 이야기'로 요약된다.

첫날은 규슈 사가현 '요시노가리 역사문화공원'이 맞았다. 이곳은 덧띠토기 등 약 2000년 전 한반도의 농경문화가 전해진 일본 최대의 마을유적이다.

일본 도자기의 성지(聖地) '아리타'. 공주에 살던 도공 이삼평은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간 뒤 도신(陶神)이 된다. 일본인들은 이삼평이 죽자 백자를 처음 만든 그를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해 도잔신사와 도조이삼평비를 세워 해마다 이삼평과 조선도공을 기리고 있다.

충남지역을 도읍지로 둔 백제의 무령왕은 어떻게 일본에서 태어났을까? 다음날 도착한 가라츠시 '가카라시마', 무령왕의 탄생지다.

양국의 공주시와 가라츠시 시민들은 이를 기리기 위해 2006년 '백제무령왕생탄지(百濟武寧王生誕地)'라 적힌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문화기행단은 무령왕이 태어났다는 해안 동굴을 찾아 헌화하며 우리의 역사를 되새겼다. 임명진 단장은 "이곳에서 느낀 것들이 자양분이 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인재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단원들은 한국에서 해류를 타고 떠내려 온 것으로 보이는 세제·참기름·샴푸 통 등 양손 가득 쓰레기를 수거해 의미를 배가시켰다.

예산여고 엄지영 학생은 "일본에 위대한 도자기 기술을 전한 사람이 조상이라는 사실에 매우 설레고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다.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인 이삼평과 같이 나도 세계에 좋은 영향을 끼쳐 고장을 빛낼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무령왕 탄생지에선 내 고향 충남의 조상에게 일본인들이 감사를 표하는 것을 보고 굉장한 자부심과 그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그 자부심과 존경심을 마음에 새겨 더욱 발전하는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3일차에 방문한 후쿠오카 시모노세키는 '조선통신사 상륙 엄류의땅(朝鮮通信使 上陸 淹留之地)'이라 세긴 돌비석이 지키고 있다.

예산군 신양면에 잠든 마지막 조선통신사 죽리 김이교(1764-1832) 선생이 입항해 첫발을 내디딘 곳이리라. '김이교 유물' 가운데 1811년 일본을 다녀오면서 기록한 일정과 업무, 만난 사람, 받은 선물 등이 담긴 '신미통신일록'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대미는 귀국 하루 전 이뤄진 '한-일 학생교류'가 장식했다.

역사·문화기행단 60명은 건국학교 전통예술부 동아리가 준비한 수준급 실력의 풍물공연을 관람하며 한데 어우러졌다. 서로 상대를 배려·존중하는 마음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적극적인 소통으로 '세계시민'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 밖에 △고구려 벽화의 영향을 받은 다카마쓰 고분 △해상왕 장보고 기념비를 모신 엔랴쿠지(연력사) △항일저항시인 윤동주·정지용 시인이 다닌 도시샤대학 △정조문(1918-1989)이 설립한 고려미술관 등도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한 감동을 선물했다.

계룡고 오한나 학생은 "인문학 기행을 통해 '이렇게 깊이 즐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귀한 경험을 했다. 내가 배운 것을 가족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충남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