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세리머니는 박상원 스타일, 도발은 아니었겠지만…류현진도 사과, 오해받을 만했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박상원(30)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유의 감정 표현과 삼진 세리머니에 KT 위즈 선수들이 발끈하며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5일 수원 한화-KT전. 한화의 12-2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왔을 때 충돌이 벌어졌다. 황재균, 장성우 등 KT 고참 선수들이 화가 난 표정으로 박상원을 부르며 한화 선수단을 향해 걸어갔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 이강철 KT 감독이 만나 몇 마디 나눈 뒤 상황을 진정시키면서 정리됐다.
발단은 8회말 박상원의 투구 때였다. 12-2, 10점차로 크게 리드한 상황에서 올라온 박상원은 선두타자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오른발을 높게 차면서 발차기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포효했다. 다음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다음 글러브로 박수를 치며 기쁨을 나타냈다. 김민혁을 2루 땅볼 잡고 삼자범퇴로 이닝이 끝나자 1루 KT 덕아웃에서 장성우가 불쾌감을 드러냈다.
10점차로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박상원의 지나친 액션은 KT 선수들에게 도발로 느껴질 수 있었다. 이에 3루 한화 덕아웃의 류현진이 KT 덕아웃을 향해 오른손 들고 왼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미안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양 손을 입에 대면서 박상원에게 잘 설명하겠다는 뜻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채은성, 안치홍 등 한화의 다른 고참 선수들도 박상원에게 무언가 말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사실 마운드 위에서 풍부한 감정 표현과 삼진 세리머니는 박상원의 오래된 스타일이다. 지난 2017년 데뷔 후 빠르게 필승조로 자리잡은 박상원은 주로 타이트한 상황에 나서서 던졌다. 접전 상황에서의 오버 액션은 상대를 자극하는 것처럼 비쳐지진 않았다. 상대를 도발하겠다는 의미보다 스스로 좋을 때 감정을 분출하며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다. 파이팅이 넘치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20경기(17⅔이닝) 2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7.64로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2군에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지난달 28일 1군 복귀 후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는데 5일 KT전까지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원래도 액션이 큰 박상원인데 최근에는 조금 더 커졌다. 팀이 지고 있거나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액션을 펼쳤다. 시즌 초반 워낙 좋지 않았기에 스스로 답답함이 컸을 테고, 이제야 서서히 본인 공을 찾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텐션이 끓어올라 표출됐을 것이다. 새로 온 김경문 감독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무려 10점차로 리드한 8회였고, 경기 흐름상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오버 액션’이었다. 이날 한화 포수 최재훈은 5회, 7회 연타석 사구를 맞았다. 7회 김민에게 두 번째 사구를 당한 뒤에는 불쾌한 모습 내비치기도 했다. KT로선 박상원의 액션이 그에 대한 일종의 보복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단순 포효가 아닌 도발로 충분히 비쳐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에서 황재균과 장성우가 감정적으로 과격하게 대응한 것도 볼썽사나웠지만 원인 제공은 박상원에게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야구를 하면서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한다.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선 내가 더 가르치도록 하겠다”며 박상원을 따로 지칭하진 않았지만 상대에 간접적인 사과 의사를 표했다.
박상원 특유의 파이팅은 그의 오래된 스타일이고,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팀 스포츠이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상황에 맞지 않는 오버 액션은 자칫 상대에 대한 도발이나 조롱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고의가 아니었어도 상대를 자극할 만한 행동은 불필요하다.
위기 상황이나 승부처에서 시원한 액션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그만한 감정을 공유하기 힘들다. 때로는 마운드 위에서 절제하고, 차분해질 필요도 있다. 어느덧 프로 데뷔 8년차, 30살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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