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뉴진스, 에진스 혹은 뉴스파 시대 열다…'新 성장서사' 공유
'민희진·하이브 사태'서 파생된 이야깃거리로 팬덤 연대의 장
현 활동 힙합 기반이라는 연결고리도
겹치는 여름 日 데뷔 활동도 관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뉴진스를 대기실에서 만났는데 서로 '하트'를 주고받았어요. 걱정할 일 없이 좋은 동료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스파 카리나)
K팝 걸그룹 중 가장 잘 짜여진 세계관을 보유한 '에스파(aespa)'와 K팝 걸그룹 중 세계관과 가장 멀리 있는 자연스러움을 지향하는 '뉴진스(NewJeans)'가 새로운 '성장 서사'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두 팀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0 최근 차트에서 1위('슈퍼노바(Supernova)')와 2위('하우 스위트(How Sweet))'를 나눠 가지며 '에진스' 혹은 '뉴스파' 시대를 열어 젖히는 중이다. 또 에스파와 뉴진스는 각각 '아마겟돈(Armageddon)'과 '버블 검(Bubble Gum)'를 각각 3위와 9위에 올리며 현재 톱10에 두 곡씩을 올려놓고 있다.
팝의 본고장 미국 빌보드 차트 등 해외 성적을 놓고 보면 에스파가 뉴진스에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음반 판매량 등을 따지면 콘크리트 팬덤 측면에선 에스파가 더 두텁다.
2020년 11월 데뷔한 에스파, 2022년 7월 데뷔한 뉴진스의 활동 시기가 겹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두 팀에게 최근 부여된 서사는 '민희진·하이브 사태'에서 시작됐다. 뉴진스 데뷔를 앞두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하이브 자회사이자,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에스파 밟을 수 있죠"가 최근 일련의 사태 도중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에스파와 뉴진스는 K팝 4세대 걸그룹으로 묶이지만 K팝 걸그룹 세계관의 양극단에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메타버스 걸그룹을 표방하며 4세대 K팝 걸그룹의 시대를 시작한 에스파는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아마겟돈'을 통해 서사를 다중우주로 확장했다. SM의 현 음악적 정체성인 켄지가 이들의 문을 새로 열었다.
'철성(鐵聲)'에 기반한 퓨처리즘 사운드로 쇠맛을 풍기는 에스파가 이렇게 미래로 간다면, K팝계에 Y2K 열풍을 일으킨 뉴진스는 여전히 과거 향수를 자극한다. 총괄 프로듀서인 민희진 대표의 정반합 이론에 기반한 이 팀은 K팝계 '이지 리스닝'의 분기점을 가져왔다. 신곡들 역시 마찬가지다.
'버블검'은 1980~1990년대 일본 시티팝을 연상케 하고, '하우 스위트'는 1980년대 중반 미국 마이애미에서 발생한 '마이애미 베이스'를 기반으로 삼는다. 뉴진스가 오는 21일 발매하는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의 타이틀곡 '슈퍼내추럴'은 1980~199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R&B 힙합을 기반의 뉴잭스윙 풍이다.
에스파가 구조적으로 잘 직조된 힙합의 촘촘함을 들려준다면, 뉴진스는 길쌈놀이하듯 유려하게 흐르는 힙합을 선보인다. 각자 팀 색깔에 맞는 힙합 옷을 걸친 것이다.
그런데 두 팀 모두 굴지의 K팝 기획사에 속하면서도 어려움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스파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창업주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SM 경영진이 겪었던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다. 이로 인해 이 팀의 공백기는 길어졌고 4세대 K팝 걸그룹 톱을 지키던 에스파는 한 때 신흥주자에 밀리는 모양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아마겟돈'으로 SM의 뚝심을 증명해내며 4세대 K팝 톱 걸그룹 위상을 새삼 확인했다.
뉴진스는 제2라운드 분쟁에 돌입한 민 대표와 하이브의 소용돌이 속에 여전히 위치하고 있지만, 흔들림 없는 인기를 확인 중이다.
에스파가 겪었고 뉴진스가 겪고 있는 사태는 제작자가 K팝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방증한다. 프로듀서 역이 단지 참고문헌이 아니라 팀의 정체성을 만드는 사실상 작가라는 사실이 공고히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런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멤버들의 소극적 주체성이 드러났다. 멤버들은 그 가운데서도 간접적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에스파의 팬덤 '마이',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가 확성기가 돼 줬다.
또 K팝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노출된 이후 이런 징후가 특정 팀에게만 생기는 게 아니라 현 K팝 시스템 구조상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났고, 팬덤 사이에선 연대의 장이 생겨났다. 최애는 에스파지만 차애가 뉴진스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상당수다.
여기서 현재 에스파와 뉴진스가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장르가 과거 힙합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댄스 힙합인 '슈퍼노바'는 일렉트로닉 요소를 더하고 댄스 브레이크를 가미해 2000년대 세련된 비트를 자랑한 영미권 힙합 댄스곡들을 연상케 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아마겟돈'은 좀 더 본격적인 올드스쿨 힙합을 표방한다.
'하우 스위트'가 취한 마이애비 베이스는 약 30, 40년 전 유행한 힙합 하위 장르다. 국내에선 힙합 듀오 '듀스'의 '약한 남자'(1993)를 떠올릴 수 있다. 일렉트로 사운드를 더해 근사하게 현대식 마이애미 베이스로 변주한 이 곡은 지금 Z세대에게 힙한 뉴트로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저항의 음악으로 시작한 힙합은 현재 K팝 톱 걸그룹들을 만나 이렇게 젊은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노골적인 숭배가 아닌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특징으로 경배하는 이런 자세는 젊은 세대들에게 신기한 체험을 안겨준다.
특히 장르에 대한 근사치가 아니라 각자 잘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멤버들의 곡 소화력 덕분이다. 이렇게 K팝은 타격 속에서도 진화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현 K팝의 본질은 프로듀싱이지만 본체는 멤버들이다.
뉴진스와 에스파의 선의의 경쟁은 올 여름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서도 이어진다. K팝계 선배는 에스파지만 일본의 정식 데뷔는 에스파가 늦다. 에스파는 데뷔 3년8개월 만인 오는 7월3일 일본 정식 데뷔 싱글 '핫 메스(Hot Mess)'를 발매한다.
에스파는 작년 8월 일본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데뷔 2년9개월 만에 상징적인 이 공연장 무대에 오르며 당시 K팝 걸그룹 최단 기간 입성 기록을 썼다. 뉴진스가 그런데 이 기록을 깬다. 뉴진스는 오는 26~27일 도쿄돔에서 팬미팅을 연다. 데뷔 1년11개월 만에 이 공연장에 입성한다. 에진스 혹은 뉴스파의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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