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참가한 교사 잘리자, 美 정부가 복직 소송 나섰다

정지섭 기자 2024. 6. 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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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보고 ‘군인 되겠다’ 마음먹은 비만 대학생
혹독한 다이어트 끝에 몸 만들고 마흔 문턱에 입대
교사 복무 중 공군 예비군 훈련 참가했다 해고당해
법무부·검찰 “복직시키고 밀린 월급 다 줘라” 소송

9·11 테러를 보고 애국심이 발동해 혹독하게 ‘몸’을 만들어 늦깎이 군인의 꿈을 이룬 미국의 음악 교사가 예비군 훈련에 소집돼 참가했다 지역 교육청에서 해고됐다. 그러자 미국 정부가 교육청을 상대로 “교직에 복직시키고 못받은 임금도 지급하라”며 소송에 나섰다. ‘제복 입은 군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공군은 연중 국내외에서 현역과 예비군 병력이 참가한가운데 훈련을 벌인다. 지난 2022년 4월 미국 뉴저지주 맥과이어 딕스 레이크허스트 합동기지에서 진행된 공군 대비태세 훈련 모습./미 공군

미 법무부와 오클라호마 서부 연방지검은 지난달 29일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공립교육청(OKCPS)를 오클라호마 서부 연방지법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현직 교사이자 공군 예비군으로 훈련에 참가한 마이클 매컬로(44)의 복직을 막아 ‘제복 군인 고용 및 재고용 권리법(USERRA)’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USERRA법은 군인이 복무를 마친 뒤 민간 직장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 복무를 마쳤거나 예비군 신분에 있는 사람들이 훈련 등에 참가하기 위해 직장을 떠나도 예전처럼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법적인 토대가 돼왔다.

미 공군 에비군 사령부의 한 건물 전경./미 공군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공립 초·중학교 밴드 담당 음악교사였던 매컬로는 2022년 2월 훈련 소집 통보를 받고 훈련을 마친 뒤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근무하던 학교 교장에게 알렸다. 교장은 “후임자를 찾고 잔여임금 문제 등의 절차가 있으니 사직서를 내는 게 쉬울 것 같다. 어떻게 할지는 당신이 결정하라”라고 말했다. 매클로는 소속 교육청에 훈련 참가 의사를 밝히고 군 훈련에 따른 휴가 절차를 신청했다. 훈련을 마쳐도 교직 복귀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계약이 갱신되지 않는다는 해고 통보를 교육청으로 받았다.

그가 훈련에 참가했다가 교직에 복귀하지 못한 건 이번이 두번째였다고 한다. 2021년에도 비슷한 상황에 닥치자 연방 노동부의 개입으로 교직에 복귀할 수 있었으나 재차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자 연방 법무부와 검찰이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번 소송은 교육청이 USERRA법을 명백히 위반했기 때문에 법원이 해고 조치를 무효로 하고 복직시키고, 해고로 지급되지 못한 봉급과 각종 복지 혜택까지 원상 복구하라는 명령을 법원이 교육청에 내려달라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법무부는 군 복무 때문에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현역·예비역 군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이렇게 직접 원고가 돼서 압박성 소송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었다.

지난 2020년 미 공군 신병훈련소가 있는 샌안토니오 합동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몰장병이자 사후 명예훈장 수훈자인 존 채프먼 하사의 이름을 딴 건물 명명식에서 참가 장병들이 추모와 단합의 의미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미 공군

그런데 소송과 별개로 주목받는 것은 구제 대상인 매컬로의 이력이다. 미 공군은 지난 2022년 2월 혹독하게 몸을 만들어 불혹을 앞두고 20년간 품어왔던 공군 장병의 꿈을 이룬 늦깎이 예비군 병사 매컬로의 사연을 소개했다. 매클로는 음대 재학시절이던 2001년 9월 친구들과 TV로 9·11 테러 순간을 지켜봤다. 그리고 군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그가 초고도비만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대학 입학할 때 몸무게가 170㎏인 것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잰 적이 없었다.

미 공군 예비군 사령부의 자료 사진. 전투기가 창공을 가르며 비행하고 있다./미 공군

이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퇴짜를 받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마침내 15년 뒤에 입대 가능할 정도로 살을 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는 결혼해서 딸을 뒀지만, 아내와 결별하면서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대디가 됐다. 생계 때문에 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됐지만, 2018년 재혼한 아내의 응원으로 다시 입대에 도전했다. 매컬로는 2020년 6월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은지 19년만에 미 공군 신병훈련소에 입대했다. 신병 입대 자격이 상실되는 마흔 살이 되는 10월을 불과 넉 달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훈련소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몸의 철분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증상으로 인해 쉽게 피로해지면서 각종 훈련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두 달 뒤 귀향 조치됐다. 그는 다시 몸을 만들어서 신병훈련소로 복귀하려고 했지만, 결국 마흔 살 생일을 맞으면서 입대 가능 연령이 지나가 복무 자격을 잃게 됐다. 하지만 반전이 찾아왔다. 신병훈련소에서 훈련받은 기간을 활용해서 입대 자격을 잃는 시점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행정적 구제 조치가 취해졌다.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공군훈련소에서 모인 장병들./미 공군

그렇게 매컬로는 2021년 9월 신병훈련소에 재입소했다. 그리고 최우수 성적으로 훈련소를 수료하고, 평소엔 본업인 음악 교사로 근무하면서 하면서 비상·훈련시 상시 소집되는 예비군 병력으로 편성됐다. 공군은 매클로의 삶을 소개하면서 강인한 의지로 어려움을 이겨낸 참군인의 표상으로 소개했다. 학교 밴드부를 지도하는 음악 교사이자 나라를 지키는 예비군으로, 가정에선 남편이자 아빠로 살려던 매컬로의 계획이 교육청의 해고 조치로 제동이 걸리자 국가가 직접 개입한 것이다.

이번 소송을 지휘하는 법무부 인권국의 크리스텐 클라케 부국장은 “우리에겐 우리 군인들의 국토수호 권리를 보호해야할 신성한 의무가 있다”며 “이번 소송은 제복을 자랑스럽게 입는 이들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법무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로버트 트뢰스터 오클라호마 서부 연방지검장은 “제복입은 사람들은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가정과 직장을 떠난다”며 그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검찰청은 나라에 봉사하는 이들의 권리를 모든 힘을 다해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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