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인터뷰] 김고은 "첫 1000만에 큰 상 뭉클…하루하루 잘 살게요"
조연경 기자 2024. 6. 6. 12:01
6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 '파묘' 김고은 수상 인터뷰
어쩌면 수상 당사자보다 이를 지켜본 이들이 더 기뻐하고 뿌듯해 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30초 만장일치'라는 이례적 심사 과정은, 결국 이 배우를 바라보고 지켜봐 온 영화계 전체의 시선과 다를 바 없다. "저의 성장을 응원해 주시고, 자신의 일처럼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직접 체감한 '얼떨떨하고 신기한' 분위기 역시 이를 증명한다. '백상예술대상 6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 최우수연기상 주인공으로 첫 영화부문 트로피를 품에 안은 '충무로의 딸' 배우 김고은(32)이다.
'오컬트 장르 최초 1000만 대업'을 이룩하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파묘'는 김고은에게 오랜만에 다시, 수 많은 '처음'을 경험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12년 전, 데뷔작 '은교'(2012)를 통해 새로운 충무로 신데렐라 탄생을 알렸던 김고은은 운명처럼 10번째 영화 필모그래피로 쉼 없이 달린 10여 년 세월에 대한 영화계의 애정을 재확인했다. 싱그러웠던 은교가 노련한 화림의 얼굴을 드러낸 순간, 기분 좋게 짜릿한 전율의 박수도 터졌다.
브라운관에서는 일찍이 증명된 '믿고 보는 배우' 행보다. 백상예술대상과 첫 인연을 맺었던 것도 '치즈인더트랩'으로 획득했던 52회 TV부문 신인연기상이었다. 물론 스크린 작업에 소홀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작품 개수로만 따지면 영화가 2배다. 그러나 김고은 본연의 매력이 매주 만날 수 있는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유독 빛났고 여지없이 시청자들을 홀렸다. 도전의 힘을 강렬하게 키웠던 영화, 백전백승의 드라마 경험이 한데 뭉쳐 '파묘'의 김고은으로 8년 만에 다시 백상 무대 위에 올렸다.
스스로를 압박하며 야박하게 굴다 호되게 혼나기도 했지만, 그래서 채찍질보다 칭찬의 힘을 더 키울 수 있었던 시간. 작심 3일을 3일에 한번씩 하면서 어떻게든 최선의 방향성을 찾아내고야 마는 의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개인적 고통은 '코 찡긋' 특유의 미소로 눈치채지 못하게 삭히는 마음. 잘 자란 김고은은 이제 다음 챕터로 향하는 기다림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가 됐다. 부침이 있으면 있는 대로, 더 잘하거나 또 잘하면 잘하는 대로 '김고은 세계관' 완성이다.
-백상예술대상 수상은 52회 TV부문 신인연기상에 이어 무려 8년 만이죠. 드디어 영화부문 트로피도 챙기게 됐어요.
"진짜 백상은…. 제가 영화부문 신인연기상 후보(49회 '은교')로 먼저 올랐다가 상은 TV부문(52회 '치즈인더트랩')으로 받고, 이후에 TV부문으로 최우수연기상 후보(53회 '도깨비')에 먼저 올랐다가 상은 또 영화부문(60회 '파묘')으로 받게 됐어요. '신기하다' 싶기도 했고, 특히 올해는 백상예술대상이 60주년을 맞이한 해잖아요. 제가 청룡시리즈어워즈는 공교롭게도 1회 때 수상을 했는데, 백상은 60회 때 받아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를 더 부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1회와 60회 시상식을 모두 아우르는 배우가 됐네요.
"하하. 의도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아요. 데뷔한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사실 제 마음은 아직 제가 그렇게까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안 들거든요. 왜 나이는 분명 많아졌는데 스스로는 '나이 먹었다' 잘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것 처럼요. 무엇보다 여우주연상, 최우수연기상은 너무 큰 상이고, 저에게는 그저 까마득하게 생각 된 상이었는데 어느덧 받게 된 순간들이 주어진 거예요. 그래서 실감보다 여러모로 '신기하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TV에서만 보던 일이 나에게 일어난 느낌? 왠지 전도연 이병헌 선배님 같은 대선배님들이 받으셔야 하고 그런 분들만 받을 수 있는 상인 느낌?(웃음) 정말 여전히 그래요."
-그래도 올해는 '파묘'의 힘이 워낙 컸고, 캐릭터 화림에 대한 반향도 높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상에 대한 예상과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제가, 이게 성격일 수도 있기는 한데, 뭐든 예상을 잘 안 해요. 기대도 마찬가지고요. 그 방향대로 흘러간 적이 별로 없어서 제 촉을 그렇게 믿는 스타일이 아니란 말이죠.(웃음) 그래서 '당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열심히 하자'는 편이고, 그게 '파묘'에서는 최종 홍보까지였던 것 같아요. 당시 할 수 있는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 해 홍보 했거든요. 시상식은 오랜만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 마냥 신나는 마음으로 갔고요. '파묘' 팀도 만나고, 좋은 기회에 뵙고 인사 드릴 수 있는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고, 반가운 얼굴들도 볼 수 있는 자리잖아요. '간만에 나들이 간다!' 즐겁게요."
-그렇지만 여지없이 '30초 만장일치'로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쥔 주인공이 됐죠. '티켓 파워 있는 젊은 여배우의 등장' '세대 교체'라는 심사평도 이어졌고요.
"…봤어요. 하…. 보면서 솔직히 수 많은 생각이 스쳤어요. 너무 극찬을 해주셔서 '내가 그렇게 칭찬 받을 만 했나?' 다시 돌이켜 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다음 작품도 영화인데, 잘돼야 하는데 어쩌지?' 걱정도 됐고요. 하하. 수 만 가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앞으로도 뭐 똑같이 하면 되겠지!'였지만, 심사평을 볼 땐 좀 뭉클 했어요. 뭔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응원했던 아이에게 '너 잘 컸다. 대견하다' 말해 주고, 성장을 함께 기뻐해 주시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수상 영상은 다시 돌려봤나요.
"그럼요. 대체 뭐라고 말하고 내려왔나 확인부터 했죠.(웃음) 무대 위에 올라가면 '머리가 새하얘진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기억은 잘 안 나요. 앉아 있을 땐 크게 긴장도 안되고 평화로웠는데, 호명돼서 걸어 나가는 순간부터 사지가 막 떨리더라고요. 생각 정리도 안 되고. 그래도 보니까 나름 중요한 말들은 다 했더라고요. 무대에서 구구절절 이야기 할 건 아니고, 감사 인사는 개인적으로 따로 하면 되니까."
-'파묘' 팀의 축하가 훈훈했어요. 올해 최다관왕 쾌거까지 이뤘죠.
"개봉 때도, 소감으로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파묘' 팀을 만나고, '파묘' 팀과 함께 했던 현장, 모든 과정이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어떻게 저런 분이 이런 영화를 만드시지?' 싶을 만큼 너무 좋은 장재현 감독님과, 우리 묘벤저스의 애정을 매 순간 느꼈어요. 그 힘 덕분에 저도 더 즐겁게, 열심히 연기할 수 있었고, 관객 분들의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진심을 담은 소감도 이슈였어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한 해'였다고 표현했는데, 사실 대외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 '놀랐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고은 씨에게 백상 신인연기상을 안겨줬던 '치즈인더트랩'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도 유명한 백진경 실장님을 특별 언급하기도 했죠.
"개인 사정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던 한 해였어요. 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기를 겪었고, 보내야 했어요. 아직은 털어놓기 조금 조심스럽기도 해요. 그리고 진경 언니는 데뷔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자 깊은 인연이에요. 언니가 저를 통해 입봉을 하기도 했거든요. 오랜 시간 많은 걸 함께 했는데 꼭 한 번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더 열심히 하는 배우 되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의례적으로 하는 말일 수 있지만 '김고은이라면 진짜 더 열심히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또 '이미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지금보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문제가 저는, 제 스스로는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거예요.(웃음)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난 왜 이렇게 성실하지 못할까. 왜 (MBTI) 'J' 성향이 아주 조금도 없을까' 막 혼자 괴로워 하고요. J 성향 반의 반이라도 닮고 싶고, 하루를 의미 있게 쓰고 싶고, 어느 날은 '답답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 하면서 나름의 방식대로 또 뭔가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누군가 봤을 땐 그조차 열심히 안 하는 포인트일 것 같고….
'머리 비운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결국 전전날쯤 몰아치듯 하거든요? 그걸 알면서도, 아니까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니' 저를 또 괴롭히죠. 그럼 괴롭혀야 하는 것에 또 괴롭고. 그런 저에게 굉장히 불만이 많아요. 아~주 불만족스럽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부럽고, 따라하고 싶은데 안되고. 물론 며칠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또 안돼. 하하하. 그래서 제 신조가 '작심 3일을 자주 하자'가 됐어요."
-'작심 3일'을 3일 마다 하자?
"네.(웃음) 우리나라에서는 작심 3일이라고 하면 '넌 작심 3일이잖아!' 하면서 약간 한심하게 보기 마련이잖아요. 근데 그 다짐을 엄청 자주 하는 거죠. 제 성향에 맞춰 찾아 본 방법이에요."
-수상 후 축하 메시지도 많이 받았을텐데 기억에 남는 인사가 있나요.
"함께 작품 했던 모든 감독님들께 문자가 왔어요. 모두 본인 작품으로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주셨거든요. '누가 보면 감독님 작품으로 상 받은 줄 알겠어요~'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감독님들이 진짜 자기 일처럼 엄청 기뻐해 주시는 반응이 저는 너무 기쁘더라고요. 선배님들도 연락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이번에 '파묘'가 잘 되면서 '감사하다' 정말 많이 느꼈던 부분 중 하나도, 같이 작품 했던 스태프 분들, 어릴 때 만났던 감독님들, 관계자 분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셨다는 거예요. 어느 자리에 가면 들리는 말이 '누가, 어떤 감독님이, 어떤 실장님이 네 얘기를 하는데 거의 무슨 네 엄마인 줄 알았어. 아빠인 줄 알았어'였고,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건너 들으면서 '꼭 직접적으로 연락하지 않더라도 멀리서 응원해주셨고, 그런 마음으로 나를 바라봐 주고 계셨구나' 새삼 깨닫게 됐어요."
-활동하면서 브라운관 대표작들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데뷔가 스크린이었다 보니 영화계는 흡사 친정처럼 고은 씨를 향한 흔들림 없는 애정을 꾸준히 쌓고,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대에 부응하듯 어엿하게 성장한 모습을 좋은 영화로도 다시 보여줬으니 예쁘지 않을 리 없고요.
"맞아요. '그래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올바르게 가고 있구나. 그 모든 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받고 있었던 기운 덕분이구나' 굉장히 크게 와 닿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당장 어떤 큰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연기를 해나감에 있어 힘이 되고, 분명 좋은 영향을 받게 될 것 같아요."
-부모님, 가족들도 많이 기뻐하셨죠.
"엄청요, 실시간으로 다 챙겨보고 계셨더라고요. 주변에서 하도 '한턱 쏴라. 한턱 쏴라' 말씀 하셔서 약속을 많이 잡고 계신 것 같은데, 만남이 좀 길어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제가) 지원을 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시상식 당일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화제였죠.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까 스스로도 '과감한 노출을 했다'고 하던데, 특별한 콘셉트가 있었나요.
"저 진짜 너무 과감했어요. 하하하. 어떤 콘셉트가 있었던 건 아닌데, 당시 헤어 스타일에 맞추긴 했어요. 약간 샤기 컷이 들어가 있었고, 그 디자인을 숨긴다고 치면 결국 전체적인 스타일이 또 단정해져야 하는데 '방향성을 한 번쯤은 틀어봐도 되지 않을까?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 도전해 봤죠. 근데 제 자리가 하필 (최)민식 선배님과 (유)해진 선배님 사이였거든요. 혼자 민망해서 계속 가리고 잡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휴우…."
-이수지 씨와의 깜짝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갑작스러웠을 쇼였는데, 센스 있게 잘 받아 주시더라고요.
"처음엔 진짜 놀랐어요. 신동엽 선배님이 갑자기 '김고은 씨!'라면서 저를 부르셨고, 그 때 카메라가 제 앞에 있었거든요. '인터뷰를 하시려는 건가?' 싶어 슬쩍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화면에 제가 안 나오고 수지 씨가 딱 나온거죠. 그 때부터 '이게 뭐지?'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아, 그렇구나. 저거구나. 그래.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받아들이리' 바로 마음을 잡았죠.(웃음) 근데 실제로 뵈니까 더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어요."
-1000만 배우 타이틀에 수상까지 '파묘'를 통해 얻은 첫 경험이 많아요. 상업 영화로만 따지면 딱 10번째 영화로 찍은 터닝포인트가 됐더라고요. '영웅' 개봉 전까지 '손가락을 많이 펴는 흥행 인증샷을 찍고 싶다'고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데, 완벽하게 해냈고, 기다렸던 순간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말 그대로 처음 겪은 일들이라 계속 얼떨떨해요. 특히 '파묘' 흥행 레이스가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어요. 일일관객수 85만 명을 찍은 날이 있었는데, 인지부조화가 오더라고요. 무대인사를 도는 버스에서 듣고 계속 되물었던 기억이 나요. '85만 명? 이게 무슨 말이지? 어? 어?? 일주일… 어??' 했어요. 그리고 눈 감았다 뜨니까 90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저는 중간이 없나 봐요.(웃음)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무대인사 때 단체로 찍는 인증샷 외에 촬영 중간 중간 찍어 보내기도 했거든요. '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박수 쳤어요."
-고은 씨가 선택한 작품과 캐릭터도 좋아하지만,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배우 본체의 센스와 매력을 좋아하는 대중들도 많아요. 사실 그런 부분은 노력보다 타고나야 한다고 하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나요. 혹시 어떤 영향을 받았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음…. 제가 말하긴 그렇지만 확실히 그런 부분은 좀 타고난 것 같기는 해요. 으하하하. 영향을 받았다면… 아빠? 아빠의 영향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아빠가 유머 감각이 좀 남다르시거든요. 재미있어요. 엄마도 재미있는데 엄마는 귀엽고 새침한 매력이 더 크다고 해야 할까?(웃음)"
-배우 생활을 하면서 '변했다' 생각하는 지점과. '이건 하나도 안 변했다'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요.
"웬만한 건 많이 안 변한 것 같아요. 성격도, 생각도, 전반적인 건 다 똑같은데, 경험에서 오는 대처와 유연함은 좀 생겼어요. '짬에서 오는 바이브'라고 하죠.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더라고요."
-'부모님을 제외하고' 지금의 배우 김고은이 있기까지 고마운 사람 세 명을 꼽아 본다면 누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단연 전도연 선배님. 배우라는 직업을 꿈꾸게 만들어준 분이기 때문에 선배님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선배님과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을 함께 하기도 했지만 선배님을 직접 알게 되기 전, 제가 데뷔를 하기 전에 '꿈'을 키워주신 분이라 그 존재 자체가 저에겐 너무 큰 영향을 끼친 거죠. 실제 배우가 되고 나서도 함께 할 수 있고, 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요.
그리고 정지우 감독님. 저를 알아봐 주시고, 데뷔 시켜 주셨죠.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해요. 감독님과 우연히 만나 대화를 하게 됐고 '보여줄 것 있냐' 하셔서 앞에서 발차기 하고 막 그랬거든요.(웃음) 앞발차기 옆발차기 열심히 했더니 '혹시 아는 독백 있으면 준비해 올 수 있어?' 하셔서 '네!' 하고 다음 날 가서 독백 한 번 하고. '은교' 시나리오를 주시면서 '할 수 있겠냐' 하셨을 때도 저는 '못하겠는데요' 했었어요. 그런 저를 기다려 주셨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하게 됐는데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을까' 싶어요. '날 뭘 보고.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할 줄 알고.' 감사할 수 밖에 없죠.
음…. 마지막은 (현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 으쓱 하려나?(웃음) 대표님과는 사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제가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대였어요. 예상치 못한 고마운 도움들을 받은 적도 있었고, 병헌 선배님과 '협녀'를 할 때, 인생에서 여러 타이밍을 맞이할 때 고민을 나눴던 사람이에요. 무엇보다 책(시나리오)을 볼 때 가장 신뢰해요. 저는 제가 책을 잘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 대표님의 말을 많이 들어요. 재미가 없는 것 같아 주저할 때 대표님이 자신의 생각과, 관련 이야기들을 해주면 딱 '알겠어!' 하게 돼요. 그 정도의 신뢰감이 있어요. 그게 항상 맞았고요."
-준비 된 차기작도 굉장히 많죠.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전도연 배우와 다시 만나는 '자백의 대가'까지. 정리 된 하반기 계획과 함께, 새롭게 세운 목표가 있다면요.
"'은중과 상연'은 5월 말 국내에서 촬영을 마무리 짓고 6월 초 스위스로 로케이션을 떠나요. 돌아오면 '자백의 대가'를 거의 바로 들어가게 될 것 같고요. 아직 촬영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자백의 대가'도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연기하면서 되게 흥분될 것 같아요. 목표는 하루 하루 잘 사는 것? 저는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게 목표입니다. 트로피도 받고, 오늘도 잘 살았네요!(웃음)"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어쩌면 수상 당사자보다 이를 지켜본 이들이 더 기뻐하고 뿌듯해 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30초 만장일치'라는 이례적 심사 과정은, 결국 이 배우를 바라보고 지켜봐 온 영화계 전체의 시선과 다를 바 없다. "저의 성장을 응원해 주시고, 자신의 일처럼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직접 체감한 '얼떨떨하고 신기한' 분위기 역시 이를 증명한다. '백상예술대상 6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 최우수연기상 주인공으로 첫 영화부문 트로피를 품에 안은 '충무로의 딸' 배우 김고은(32)이다.
'오컬트 장르 최초 1000만 대업'을 이룩하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파묘'는 김고은에게 오랜만에 다시, 수 많은 '처음'을 경험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12년 전, 데뷔작 '은교'(2012)를 통해 새로운 충무로 신데렐라 탄생을 알렸던 김고은은 운명처럼 10번째 영화 필모그래피로 쉼 없이 달린 10여 년 세월에 대한 영화계의 애정을 재확인했다. 싱그러웠던 은교가 노련한 화림의 얼굴을 드러낸 순간, 기분 좋게 짜릿한 전율의 박수도 터졌다.
브라운관에서는 일찍이 증명된 '믿고 보는 배우' 행보다. 백상예술대상과 첫 인연을 맺었던 것도 '치즈인더트랩'으로 획득했던 52회 TV부문 신인연기상이었다. 물론 스크린 작업에 소홀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작품 개수로만 따지면 영화가 2배다. 그러나 김고은 본연의 매력이 매주 만날 수 있는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유독 빛났고 여지없이 시청자들을 홀렸다. 도전의 힘을 강렬하게 키웠던 영화, 백전백승의 드라마 경험이 한데 뭉쳐 '파묘'의 김고은으로 8년 만에 다시 백상 무대 위에 올렸다.
스스로를 압박하며 야박하게 굴다 호되게 혼나기도 했지만, 그래서 채찍질보다 칭찬의 힘을 더 키울 수 있었던 시간. 작심 3일을 3일에 한번씩 하면서 어떻게든 최선의 방향성을 찾아내고야 마는 의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개인적 고통은 '코 찡긋' 특유의 미소로 눈치채지 못하게 삭히는 마음. 잘 자란 김고은은 이제 다음 챕터로 향하는 기다림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가 됐다. 부침이 있으면 있는 대로, 더 잘하거나 또 잘하면 잘하는 대로 '김고은 세계관' 완성이다.
-백상예술대상 수상은 52회 TV부문 신인연기상에 이어 무려 8년 만이죠. 드디어 영화부문 트로피도 챙기게 됐어요.
"진짜 백상은…. 제가 영화부문 신인연기상 후보(49회 '은교')로 먼저 올랐다가 상은 TV부문(52회 '치즈인더트랩')으로 받고, 이후에 TV부문으로 최우수연기상 후보(53회 '도깨비')에 먼저 올랐다가 상은 또 영화부문(60회 '파묘')으로 받게 됐어요. '신기하다' 싶기도 했고, 특히 올해는 백상예술대상이 60주년을 맞이한 해잖아요. 제가 청룡시리즈어워즈는 공교롭게도 1회 때 수상을 했는데, 백상은 60회 때 받아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를 더 부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1회와 60회 시상식을 모두 아우르는 배우가 됐네요.
"하하. 의도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아요. 데뷔한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사실 제 마음은 아직 제가 그렇게까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안 들거든요. 왜 나이는 분명 많아졌는데 스스로는 '나이 먹었다' 잘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것 처럼요. 무엇보다 여우주연상, 최우수연기상은 너무 큰 상이고, 저에게는 그저 까마득하게 생각 된 상이었는데 어느덧 받게 된 순간들이 주어진 거예요. 그래서 실감보다 여러모로 '신기하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TV에서만 보던 일이 나에게 일어난 느낌? 왠지 전도연 이병헌 선배님 같은 대선배님들이 받으셔야 하고 그런 분들만 받을 수 있는 상인 느낌?(웃음) 정말 여전히 그래요."
-그래도 올해는 '파묘'의 힘이 워낙 컸고, 캐릭터 화림에 대한 반향도 높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상에 대한 예상과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제가, 이게 성격일 수도 있기는 한데, 뭐든 예상을 잘 안 해요. 기대도 마찬가지고요. 그 방향대로 흘러간 적이 별로 없어서 제 촉을 그렇게 믿는 스타일이 아니란 말이죠.(웃음) 그래서 '당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열심히 하자'는 편이고, 그게 '파묘'에서는 최종 홍보까지였던 것 같아요. 당시 할 수 있는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 해 홍보 했거든요. 시상식은 오랜만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 마냥 신나는 마음으로 갔고요. '파묘' 팀도 만나고, 좋은 기회에 뵙고 인사 드릴 수 있는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고, 반가운 얼굴들도 볼 수 있는 자리잖아요. '간만에 나들이 간다!' 즐겁게요."
-그렇지만 여지없이 '30초 만장일치'로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쥔 주인공이 됐죠. '티켓 파워 있는 젊은 여배우의 등장' '세대 교체'라는 심사평도 이어졌고요.
"…봤어요. 하…. 보면서 솔직히 수 많은 생각이 스쳤어요. 너무 극찬을 해주셔서 '내가 그렇게 칭찬 받을 만 했나?' 다시 돌이켜 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다음 작품도 영화인데, 잘돼야 하는데 어쩌지?' 걱정도 됐고요. 하하. 수 만 가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앞으로도 뭐 똑같이 하면 되겠지!'였지만, 심사평을 볼 땐 좀 뭉클 했어요. 뭔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응원했던 아이에게 '너 잘 컸다. 대견하다' 말해 주고, 성장을 함께 기뻐해 주시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수상 영상은 다시 돌려봤나요.
"그럼요. 대체 뭐라고 말하고 내려왔나 확인부터 했죠.(웃음) 무대 위에 올라가면 '머리가 새하얘진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기억은 잘 안 나요. 앉아 있을 땐 크게 긴장도 안되고 평화로웠는데, 호명돼서 걸어 나가는 순간부터 사지가 막 떨리더라고요. 생각 정리도 안 되고. 그래도 보니까 나름 중요한 말들은 다 했더라고요. 무대에서 구구절절 이야기 할 건 아니고, 감사 인사는 개인적으로 따로 하면 되니까."
-'파묘' 팀의 축하가 훈훈했어요. 올해 최다관왕 쾌거까지 이뤘죠.
"개봉 때도, 소감으로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파묘' 팀을 만나고, '파묘' 팀과 함께 했던 현장, 모든 과정이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어떻게 저런 분이 이런 영화를 만드시지?' 싶을 만큼 너무 좋은 장재현 감독님과, 우리 묘벤저스의 애정을 매 순간 느꼈어요. 그 힘 덕분에 저도 더 즐겁게, 열심히 연기할 수 있었고, 관객 분들의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진심을 담은 소감도 이슈였어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한 해'였다고 표현했는데, 사실 대외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 '놀랐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고은 씨에게 백상 신인연기상을 안겨줬던 '치즈인더트랩'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도 유명한 백진경 실장님을 특별 언급하기도 했죠.
"개인 사정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던 한 해였어요. 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기를 겪었고, 보내야 했어요. 아직은 털어놓기 조금 조심스럽기도 해요. 그리고 진경 언니는 데뷔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자 깊은 인연이에요. 언니가 저를 통해 입봉을 하기도 했거든요. 오랜 시간 많은 걸 함께 했는데 꼭 한 번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더 열심히 하는 배우 되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의례적으로 하는 말일 수 있지만 '김고은이라면 진짜 더 열심히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또 '이미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지금보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문제가 저는, 제 스스로는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거예요.(웃음)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난 왜 이렇게 성실하지 못할까. 왜 (MBTI) 'J' 성향이 아주 조금도 없을까' 막 혼자 괴로워 하고요. J 성향 반의 반이라도 닮고 싶고, 하루를 의미 있게 쓰고 싶고, 어느 날은 '답답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 하면서 나름의 방식대로 또 뭔가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누군가 봤을 땐 그조차 열심히 안 하는 포인트일 것 같고….
'머리 비운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결국 전전날쯤 몰아치듯 하거든요? 그걸 알면서도, 아니까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니' 저를 또 괴롭히죠. 그럼 괴롭혀야 하는 것에 또 괴롭고. 그런 저에게 굉장히 불만이 많아요. 아~주 불만족스럽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부럽고, 따라하고 싶은데 안되고. 물론 며칠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또 안돼. 하하하. 그래서 제 신조가 '작심 3일을 자주 하자'가 됐어요."
-'작심 3일'을 3일 마다 하자?
"네.(웃음) 우리나라에서는 작심 3일이라고 하면 '넌 작심 3일이잖아!' 하면서 약간 한심하게 보기 마련이잖아요. 근데 그 다짐을 엄청 자주 하는 거죠. 제 성향에 맞춰 찾아 본 방법이에요."
-수상 후 축하 메시지도 많이 받았을텐데 기억에 남는 인사가 있나요.
"함께 작품 했던 모든 감독님들께 문자가 왔어요. 모두 본인 작품으로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주셨거든요. '누가 보면 감독님 작품으로 상 받은 줄 알겠어요~'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감독님들이 진짜 자기 일처럼 엄청 기뻐해 주시는 반응이 저는 너무 기쁘더라고요. 선배님들도 연락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이번에 '파묘'가 잘 되면서 '감사하다' 정말 많이 느꼈던 부분 중 하나도, 같이 작품 했던 스태프 분들, 어릴 때 만났던 감독님들, 관계자 분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셨다는 거예요. 어느 자리에 가면 들리는 말이 '누가, 어떤 감독님이, 어떤 실장님이 네 얘기를 하는데 거의 무슨 네 엄마인 줄 알았어. 아빠인 줄 알았어'였고,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건너 들으면서 '꼭 직접적으로 연락하지 않더라도 멀리서 응원해주셨고, 그런 마음으로 나를 바라봐 주고 계셨구나' 새삼 깨닫게 됐어요."
-활동하면서 브라운관 대표작들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데뷔가 스크린이었다 보니 영화계는 흡사 친정처럼 고은 씨를 향한 흔들림 없는 애정을 꾸준히 쌓고,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대에 부응하듯 어엿하게 성장한 모습을 좋은 영화로도 다시 보여줬으니 예쁘지 않을 리 없고요.
"맞아요. '그래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올바르게 가고 있구나. 그 모든 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받고 있었던 기운 덕분이구나' 굉장히 크게 와 닿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당장 어떤 큰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연기를 해나감에 있어 힘이 되고, 분명 좋은 영향을 받게 될 것 같아요."
-부모님, 가족들도 많이 기뻐하셨죠.
"엄청요, 실시간으로 다 챙겨보고 계셨더라고요. 주변에서 하도 '한턱 쏴라. 한턱 쏴라' 말씀 하셔서 약속을 많이 잡고 계신 것 같은데, 만남이 좀 길어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제가) 지원을 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시상식 당일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화제였죠.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까 스스로도 '과감한 노출을 했다'고 하던데, 특별한 콘셉트가 있었나요.
"저 진짜 너무 과감했어요. 하하하. 어떤 콘셉트가 있었던 건 아닌데, 당시 헤어 스타일에 맞추긴 했어요. 약간 샤기 컷이 들어가 있었고, 그 디자인을 숨긴다고 치면 결국 전체적인 스타일이 또 단정해져야 하는데 '방향성을 한 번쯤은 틀어봐도 되지 않을까?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 도전해 봤죠. 근데 제 자리가 하필 (최)민식 선배님과 (유)해진 선배님 사이였거든요. 혼자 민망해서 계속 가리고 잡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휴우…."
-이수지 씨와의 깜짝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갑작스러웠을 쇼였는데, 센스 있게 잘 받아 주시더라고요.
"처음엔 진짜 놀랐어요. 신동엽 선배님이 갑자기 '김고은 씨!'라면서 저를 부르셨고, 그 때 카메라가 제 앞에 있었거든요. '인터뷰를 하시려는 건가?' 싶어 슬쩍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화면에 제가 안 나오고 수지 씨가 딱 나온거죠. 그 때부터 '이게 뭐지?'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아, 그렇구나. 저거구나. 그래.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받아들이리' 바로 마음을 잡았죠.(웃음) 근데 실제로 뵈니까 더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어요."
-1000만 배우 타이틀에 수상까지 '파묘'를 통해 얻은 첫 경험이 많아요. 상업 영화로만 따지면 딱 10번째 영화로 찍은 터닝포인트가 됐더라고요. '영웅' 개봉 전까지 '손가락을 많이 펴는 흥행 인증샷을 찍고 싶다'고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데, 완벽하게 해냈고, 기다렸던 순간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말 그대로 처음 겪은 일들이라 계속 얼떨떨해요. 특히 '파묘' 흥행 레이스가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어요. 일일관객수 85만 명을 찍은 날이 있었는데, 인지부조화가 오더라고요. 무대인사를 도는 버스에서 듣고 계속 되물었던 기억이 나요. '85만 명? 이게 무슨 말이지? 어? 어?? 일주일… 어??' 했어요. 그리고 눈 감았다 뜨니까 90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저는 중간이 없나 봐요.(웃음)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무대인사 때 단체로 찍는 인증샷 외에 촬영 중간 중간 찍어 보내기도 했거든요. '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박수 쳤어요."
-신인 시절 '처음 연기하고 싶었던 간절함, 초심, 자세, 태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 나가겠다. 발전하고 성장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했던 포부도 결국 지켜낸 배우가 됐어요. 데뷔 10년을 지나 12년을 넘어서고 있는데, 연기를 시작할 때 막연하게 그렸던 10년 후 내 모습을 지금 돌이켜 보면 어떤가요.
"저는 데뷔했을 때부터 한 순간도 들뜬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첫 영화를 할 때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싶은데. 처음 도전할 때 아주 비장하게 도전을 했기 때문에(웃음) 첫 영화로 인정을 받았을 때, 기쁨보다 '아, 내가 그래도 배우로서 더 나아갈 수 있겠다' 다행스러운 마음이 컸어요. 그 마음으로 계속 연기하고, 쭉 유지해 왔다고 생각해요.
'은교' 촬영을 할 때 '이런 현장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은교' 현장도 정말 좋고 즐거웠거든요? 당시 PD님이 '이렇게 3박자가 잘 맞는 현장이 앞으로 많이 없을 수도 있다. 생각보다 더 힘든 현장을 만나게 되더라도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내가 지금 굉장히 행복한 환경에 있는 거구나. 이 순간을 기억해야겠다. 다음 현장에서 힘들어도 힘들게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앞으로 어떤 시련을 겪어 나갈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 간절함을 떠올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굳혔어요. 그래서 오히려 어릴 땐 저를 너무 채찍질하고, 너무 몰아 부치고 '이 정도로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돼' 그런 수준으로까지 스스로를 압박 했거든요. 결국 번아웃도 크게 왔고요."
-흔들렸던 그 시기가 언제였나요.
"'도깨비'를 끝낸 후였어요. 그 전까지는 인지를 못하고 '네가 뭐가 힘들어. 뭐 이 정도에 힘들어 해' 아주 야박하게 굴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한계점에 도달해 있었나 봐요. 악플이든, 누군가의 오해든, 억측이든, 상처 받는 말들을 들었을 때도 '내가 아니면 되지. 나는 아니니까 괜찮아. 난 멘탈 강해'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흘려 넘겼고, 실제로도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고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아닌 걸 자꾸 외면하니까, 직시를 안 해주니까 참다 참다 '좀 알아라' 하면서 지가 먼저 터져준 것 같아요. 하하. '도깨비' 이후에 빵 터졌고, 호되게 혼났고, 고생하면서 극복하는 시간을 반 강제적으로 갖게 됐죠. 그러다 '변산'을 찍으면서 또 조금씩 나아졌고, 스스로 잘 토닥토닥하는 방법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터득하게 됐어요. 지금은 그 때만큼 채찍질은 안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칭찬은 매일 매일 해주고 싶어요. 매 현장에서 즐겁게 있고,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고, 맡은 신들을 해내고 나면 웃으면서 '오늘 하루 또 잘 해냈다' 하게 돼요. 그렇게 말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요."
"저는 데뷔했을 때부터 한 순간도 들뜬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첫 영화를 할 때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싶은데. 처음 도전할 때 아주 비장하게 도전을 했기 때문에(웃음) 첫 영화로 인정을 받았을 때, 기쁨보다 '아, 내가 그래도 배우로서 더 나아갈 수 있겠다' 다행스러운 마음이 컸어요. 그 마음으로 계속 연기하고, 쭉 유지해 왔다고 생각해요.
'은교' 촬영을 할 때 '이런 현장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은교' 현장도 정말 좋고 즐거웠거든요? 당시 PD님이 '이렇게 3박자가 잘 맞는 현장이 앞으로 많이 없을 수도 있다. 생각보다 더 힘든 현장을 만나게 되더라도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내가 지금 굉장히 행복한 환경에 있는 거구나. 이 순간을 기억해야겠다. 다음 현장에서 힘들어도 힘들게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앞으로 어떤 시련을 겪어 나갈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 간절함을 떠올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굳혔어요. 그래서 오히려 어릴 땐 저를 너무 채찍질하고, 너무 몰아 부치고 '이 정도로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돼' 그런 수준으로까지 스스로를 압박 했거든요. 결국 번아웃도 크게 왔고요."
-흔들렸던 그 시기가 언제였나요.
"'도깨비'를 끝낸 후였어요. 그 전까지는 인지를 못하고 '네가 뭐가 힘들어. 뭐 이 정도에 힘들어 해' 아주 야박하게 굴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한계점에 도달해 있었나 봐요. 악플이든, 누군가의 오해든, 억측이든, 상처 받는 말들을 들었을 때도 '내가 아니면 되지. 나는 아니니까 괜찮아. 난 멘탈 강해'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흘려 넘겼고, 실제로도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고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아닌 걸 자꾸 외면하니까, 직시를 안 해주니까 참다 참다 '좀 알아라' 하면서 지가 먼저 터져준 것 같아요. 하하. '도깨비' 이후에 빵 터졌고, 호되게 혼났고, 고생하면서 극복하는 시간을 반 강제적으로 갖게 됐죠. 그러다 '변산'을 찍으면서 또 조금씩 나아졌고, 스스로 잘 토닥토닥하는 방법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터득하게 됐어요. 지금은 그 때만큼 채찍질은 안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칭찬은 매일 매일 해주고 싶어요. 매 현장에서 즐겁게 있고,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고, 맡은 신들을 해내고 나면 웃으면서 '오늘 하루 또 잘 해냈다' 하게 돼요. 그렇게 말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요."
-고은 씨가 선택한 작품과 캐릭터도 좋아하지만,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배우 본체의 센스와 매력을 좋아하는 대중들도 많아요. 사실 그런 부분은 노력보다 타고나야 한다고 하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나요. 혹시 어떤 영향을 받았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음…. 제가 말하긴 그렇지만 확실히 그런 부분은 좀 타고난 것 같기는 해요. 으하하하. 영향을 받았다면… 아빠? 아빠의 영향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아빠가 유머 감각이 좀 남다르시거든요. 재미있어요. 엄마도 재미있는데 엄마는 귀엽고 새침한 매력이 더 크다고 해야 할까?(웃음)"
-배우 생활을 하면서 '변했다' 생각하는 지점과. '이건 하나도 안 변했다'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요.
"웬만한 건 많이 안 변한 것 같아요. 성격도, 생각도, 전반적인 건 다 똑같은데, 경험에서 오는 대처와 유연함은 좀 생겼어요. '짬에서 오는 바이브'라고 하죠.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더라고요."
-'부모님을 제외하고' 지금의 배우 김고은이 있기까지 고마운 사람 세 명을 꼽아 본다면 누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단연 전도연 선배님. 배우라는 직업을 꿈꾸게 만들어준 분이기 때문에 선배님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선배님과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을 함께 하기도 했지만 선배님을 직접 알게 되기 전, 제가 데뷔를 하기 전에 '꿈'을 키워주신 분이라 그 존재 자체가 저에겐 너무 큰 영향을 끼친 거죠. 실제 배우가 되고 나서도 함께 할 수 있고, 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요.
그리고 정지우 감독님. 저를 알아봐 주시고, 데뷔 시켜 주셨죠.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해요. 감독님과 우연히 만나 대화를 하게 됐고 '보여줄 것 있냐' 하셔서 앞에서 발차기 하고 막 그랬거든요.(웃음) 앞발차기 옆발차기 열심히 했더니 '혹시 아는 독백 있으면 준비해 올 수 있어?' 하셔서 '네!' 하고 다음 날 가서 독백 한 번 하고. '은교' 시나리오를 주시면서 '할 수 있겠냐' 하셨을 때도 저는 '못하겠는데요' 했었어요. 그런 저를 기다려 주셨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하게 됐는데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을까' 싶어요. '날 뭘 보고.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할 줄 알고.' 감사할 수 밖에 없죠.
음…. 마지막은 (현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 으쓱 하려나?(웃음) 대표님과는 사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제가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대였어요. 예상치 못한 고마운 도움들을 받은 적도 있었고, 병헌 선배님과 '협녀'를 할 때, 인생에서 여러 타이밍을 맞이할 때 고민을 나눴던 사람이에요. 무엇보다 책(시나리오)을 볼 때 가장 신뢰해요. 저는 제가 책을 잘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 대표님의 말을 많이 들어요. 재미가 없는 것 같아 주저할 때 대표님이 자신의 생각과, 관련 이야기들을 해주면 딱 '알겠어!' 하게 돼요. 그 정도의 신뢰감이 있어요. 그게 항상 맞았고요."
-준비 된 차기작도 굉장히 많죠.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전도연 배우와 다시 만나는 '자백의 대가'까지. 정리 된 하반기 계획과 함께, 새롭게 세운 목표가 있다면요.
"'은중과 상연'은 5월 말 국내에서 촬영을 마무리 짓고 6월 초 스위스로 로케이션을 떠나요. 돌아오면 '자백의 대가'를 거의 바로 들어가게 될 것 같고요. 아직 촬영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자백의 대가'도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연기하면서 되게 흥분될 것 같아요. 목표는 하루 하루 잘 사는 것? 저는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게 목표입니다. 트로피도 받고, 오늘도 잘 살았네요!(웃음)"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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