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타자 부담 던 롯데 윤동희, 강한 2번 타자로 성장 중 “성빈이형 뒤에 서는 효과 있어…선배님들이 동기부여”
올시즌을 시작할 때까지만해도 롯데의 1번 타자는 윤동희(21)였다.
톱타자는 팀 공격의 물꼬를 터야한다. 1군에서 2년차를 맞이한 윤동희에게 중책이 주어진 것이다.
데뷔 첫 해까지만해도 1군에서 4경기를 뛰는데 그쳤던 윤동희는 지난해 ‘신데렐라’처럼 1군에서 빛을 봤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개막전 1번 타자로 이름을 올릴만큼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너무 많은 책임감이 주어졌다. 개막 전 김민석, 한동희 등의 부상으로 타선에서 누수가 있었고 외야진에서도 중심을 잡아야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일까. 윤동희는 적지 않은 부담감에 시달리는 듯 해 보였다.
3월까지만해도 7경기에서 2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안타를 생산하며 톱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4월부터는 적지 않은 기복이 생겼다. 4월에는 22경기에서 타율 0.229로 처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팀 승패에 자신의 영향이 많이 미친다는 생각에 힘들어했다.
그러나 이제 윤동희에게 더 잘 맞는 타선은 2번이다. 윤동희는 지난 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서도 2번 타자로 활약했다.
이날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윤동희는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팀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1회에는 범타로 물러났지만 두번째 타석인 3회부터 안타를 생산했다. 2사 후 우전 안타를 뽑아낸 윤동희는 빅터 레이예스의 내야 안타 때 홈인하며 선취점을 이끌어냈다.
KIA가 6회말 2득점을 내며 쫓아오자 7회 1사 1루에서 찬스를 살렸다. 1루 주자 황성빈이 도루로 상대 마운드를 흔드는 틈을 타 좌전 적시타를 쳐 추가 득점을 냈다.
8회에는 2사 만루에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2루타를 쳤다. 덕분에 롯데는 리드를 그대로 유지하며 선두 KIA를 또 잡아냈다. 5월 24경기 타율 0.366 1홈런 9타점으로 활약했던 윤동희가 6월 역시 식지 않은 타격감을 이어간 덕분이다. 6월 2경기 10타수 5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윤동희가 살아날 수 있었던 건 1번 타자로서의 부담을 조금 내려놨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후 “(황)성빈이 형 다음으로 타석에 서는 건 큰 도움이 된다. 성빈이 형이 주자로 나가 있으면 투수가 빠른 공 위주로 투구하게 된다”며 “나 또한 빠른 공을 타격하는게 잘 맞아서 좋은 결과로 많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결을 전했다.
윤동희의 말대로 황성빈은 1번 타자로 타율 0.306을 기록 중이다. 출루만 한다면 무조건 달릴 수 있는 타자이기 때문에 상대 투수가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 효과가 윤동희에게 이어진다. 윤동희는 1번 타순에서 131타수 36안타 타율 0.275를 기록했으나 2번 타순에서는 0.383(60타수 23안타)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시즌 이렇게 자리를 잡은 윤동희이지만 여전히 선배들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 그는 “선배님들이 훈련 때부터 적극적으로 임해서 어린 선수들도 동기부여를 가지고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며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윤동희는 지난해 우연한 계기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며 우승에 기여했고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앞길이 ‘탄탄대로’로 열린 가운데 스스로 성장까지 하고 있어 롯데로서는 흐못하기만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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