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비에 쓸려간 페냐의 최후 등판···한화가 ‘첫선’ 바리아를 부르는 다른 이름은 ‘확신’

안승호 기자 2024. 6. 6. 11: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화 하이메 바리아. 한화 이글스 제공



4이닝 4안타 1볼넷에 2실점. 첫 피홈런도 나왔다. 드러난 숫자만 보자면 떠들썩하게 KBO리그에 입성한 외인 투수의 첫 등판 결과로는 아쉬움이 없지 않아 보였다.

한화가 오랜 기다림 끝에 손을 잡은 새 외국인투수 하이메 바리아가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국내 팬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한화 관계자들에게 바리아의 다른 이름은 ‘확신’이었다.

지난달 26일은 올시즌 한화 이글스 행보에 진한 흔적이 남은 날이었다. 문학 SSG전이 비 때문에 취소됐다. 최원호 감독과 결별이 확정된 그날은 한화 외인 투수이던 펠릭스 페냐의 최후 등판이 예정된 날이기도 했다.

페냐는 더 이상의 등판 없이 KBO리그를 떠났지만, 한화 내부에서는 “페냐 입장에서는 추스르고 준비한 SSG전이었다. 그날 등판을 했다면 아까운 마음이 컸을 수 있다”며 “어쩌면 (웨이버공시 뒤) 다른 구단에서 탐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페냐의 방출 이유는 부상이 아닌 부진이었다. 그러나 매시즌 초반과 중반, 후반이 다른 흐름을 보인 ‘슬로스타터’로 여름 이후 경기력은 예단하기 어려웠다. 지난해만 해도 5월 중순, 처음 7경기까지는 3승3패 평균자책 4.25로 평범했지만 이후 23경기에서는 8승7패 평균자자책 3.48로 다른 곡선을 그렸다.

한화가 복권 같은 페냐의 잔여 ‘비하인드 시즌’을 고려하고도 바리아를 지체 없이 영입한 것은 그에 대한 100% 가까운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아는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그해 선발로 26경기에 등판하며 10승9패 평균자책 3.41을 기록한 특급 자원이었다. 2019년 이후 내림세를 탔지만 데뷔 시즌 강렬함으로 KBO리그서 넘볼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다.

한화 바리아.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페라자와 바리아. 연합뉴스



바리아는 KT전에서 4이닝 동안 64구만 던졌다. 올해는 클리블랜드 트리플A에서 13차례 등판한 가운데 단 한번만 선발로 공을 던진 것을 감안해 투구수를 서서히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었다.

이날 4이닝을 던지며 남긴 숫자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구종 퀄리티였다. 바리아는 최고 구속은 153㎞를 찍으며 직구(30구)와 슬라이더(23구) 위주 피칭을 하며 체인지업도 10개를 섞었는데 무엇보다 높은 타점에서 각을 만들며 포수 미트로 향하는 패스트볼이 인상적이었다. KT 타선은 리드오프 멜 로하스 주니어가 바리아의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선두타자 홈런을 만드는 등 기세를 올리는 등 했지만 더그아웃 곳곳에서 선수들이 몸짓을 통해 패스트볼 각도를 낯설어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바리아에 대한 한화 내부의 기대치는, 구단 역대 외인투수 최고치에 근접해있는 듯한 분위기이기도 하다. 짧은 기간 강렬함으로는 2015년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우완 에스밀 로저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로저스는 그해 시즌 중 셰인 유먼의 대체 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 데뷔전에서 완투승을 거두며 외인투수 역사 최초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로저스는 그해 8월 시즌을 시작해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 2.97을 기록했다.

6년만에 한화 감독으로 KBO리그에 복귀한 김경문 감독에게도 어쩌면 바리아는 가장 큰 선물이 될지 모른다. 새 외인투수를 찾는 여러 구단이 그간 한화와 함께 바리아를 바라봤고, 한화는 외인 쟁탈전의 승자였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