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합창에 가장 필요한 것은?···실력 아닌 배려
“노래 한 곡에 여럿의 감정, 목소리, 시간 담겨”
개성 넘치는 명가수들이 함께 노래한다면 듣기 좋을까. 장담할 수 없다. 좋은 합창이란 가수 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훌륭한지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기 목소리를 최선으로 내되,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어울려야 좋은 합창곡이 나온다.
합창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잇달아 열린다. 서울시합창단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선사하는 두 편의 공연이다. 13일엔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고전, 낭만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합창곡을 두루 들려주는 ‘음악의 결: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가, 21일에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 가곡으로 재구성해 선보이는 ‘가곡시대’가 열린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합창단 박종원 단장과 ‘음악의 결’ 해설을 맡은 김진웅 KBS 아나운서를 만나 합창의 매력을 물었다.
“합창을 하나의 색깔로 만드는게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각자 추구하는 발성이 다르거든요.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합창이 안됩니다. 국민들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합창을 배우면 어떨까 합니다.”(박종원)
“테너들은 고음을 낼 때의 쾌감이 엄청나거든요. 그 고음을 자제하고 끊어줄 수 있어야 합창이 됩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 보면 꼭 0.1초씩 소리 더 내는 친구들이 있어서…. 물론 저도 자유롭지 않고요(웃음). 하모니는 내 소리를 잘 내는 것을 넘어 하나의 구(球)를 만드는 일입니다.”(김진웅)
김진웅이 합창 경험담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서울대 성악과 출신 테너였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오페라 주역을 맡을 정도로 인정받았으나 발성법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다가 슬럼프가 왔고, 졸업과 함께 진로를 바꿔 아나운서가 됐다. 현재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영화가 좋다>, 야구 중계 등을 맡고 있다.
‘음악의 결’ 공연은 일종의 ‘샘플러’다. 관객에게 서양 합창의 역사를 ‘교육’해 쉽게 이해하게 하는 목표를 가졌다. ‘가곡시대’는 2022, 2023년 잇달아 매진을 기록한 서울시합창단 인기 레퍼토리다. 학창 시절 배웠던 한국 가곡이 많이 나와 50~70대 관객에게 인기가 높다. ‘음악의 결’에서 ‘관객 교육’ 임무를 맡은 김진웅은 “여러 번 음악회 해설을 해봤지만, 혹시 해설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까봐 항상 고민한다”며 “음악의 특징과 맥락을 소개해 효과적인 감상을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박종원은 “불협화음으로 표현하는 현대곡은 특히 어렵다. 그 어려움을 통해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곡시대’같은 인기 공연도 있지만, 클래식 음악 팬들 중에서도 합창 공연을 따로 찾아듣는 관객은 많지 않다. 박종원은 “우리나라 사람처럼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이들이 없지만, 합창 공연을 보러 온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며 “현재는 교회 성가대 같이 합창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이 찾아 주신다. 조금 더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진웅은 결혼식 사회에서 익숙한 표현으로 합창의 매력을 전했다. “들어올 땐 둘이지만, 나갈 때는 하나라고 얘기들 하잖아요. 합창 역시 많은 사람이 하나의 음악을 만듭니다. 노래 한 곡에 다양한 사람의 감정, 숨결, 목소리, 지내온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익숙한 멜로디도 합창으로는 다르게 들립니다.”
박종원은 2022년 이태원참사 직후 열렸던 공연을 언급했다. 취소 여부를 두고 고심하다가 결국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 시작 전 피해자들을 위한 묵념을 했고, 공연 후반부 피아노와 대금 반주에 테너 솔로와 합창이 섞인 ‘가시리’를 연주했다. 박수를 제한하기로 한 공연이었지만, 관객은 노래가 끝나자 저도 모르게 박수로 화답했다. 박종원은 “‘메아리를 관객과 나누자’는 것이 우리의 모토”라며 “관객들과 하나가 된 드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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