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밀양 성폭행 사건 다룬 ‘한공주’ 출연한 이유는…”

정봉비 기자 2024. 6. 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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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유튜브 채널이 2004년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라며 남성들의 신상을 잇따라 공개해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 '한공주'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천우희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보면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영화 출연 계기를 밝혔다.

'한공주'의 모티프가 된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고교생 등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자 중학생을 밀양으로 유인해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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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티브이엔(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 티빙 갈무리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이 2004년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라며 남성들의 신상을 잇따라 공개해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 ‘한공주’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천우희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보면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영화 출연 계기를 밝혔다.

천우희는 5일 티브이엔(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한공주’는 정말 제작비 없이 모든 분이 마음 모아서 촬영한 작품”이라며 “조금 어려운 이야기에 ‘대중들이 귀 기울여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있었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 ‘한공주’ 포스터

2014년 개봉한 ‘한공주’는 집단 성폭행 피해자인 주인공 한공주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간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수진 감독은 2019년 ‘씨네21’과 인터뷰에서 “‘한공주’때 (실제) 사건을 언급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다. 자칫 실화가 바탕일 때, 그것이 과거의 일로 치부될까봐서였다”며 “그들이 겪은 사건이 엄연히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천우희는 데뷔 10년 만에 찍은 이 영화로 제35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고 본격적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천우희는 ‘한공주’에서 자신이 맡았던 배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그 친구(한공주)와 저와 단둘이서 기대고 의지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항상 제가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들을 다 떠나보냈지만, 공주는 ‘내가 항상 지켜줘야지’라고 생각했다. 나름의 부채감이 있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외당한 사람을 조금이나마 조명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보면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영화 ‘한공주’의 한 장면

‘한공주’의 모티프가 된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고교생 등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자 중학생을 밀양으로 유인해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울산지검 밀양 성폭행사건 특별수사팀은 44명 가운데 10명만 특수강간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하고 20명은 소년부로 송치했다.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은 13명은 기소하지 않았다. 1명은 다른 사건에 연루돼 창원지검에 이송됐다. 기소된 10명도 이듬해 법원으로부터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아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는 데 그쳤다. 이 경우 전과도 기록되지 않는다. 결국 44명 가운데 1명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된 셈이다.

또 당시 사건을 담당한 울산 남부경찰서 경찰이 피해자들에게 “밀양 물을 다 흐려놨다”는 말로 모욕을 주고 경찰서 내 공개된 장소에서 가해자들을 지목하게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결국 2008년 대법원은 피해자들과 이들의 어머니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4000만원, 어머니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남성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피해자 쪽 동의를 구했다던 한 유튜브 채널의 공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지원단체 가운데 한 곳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5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피해자 쪽은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지난 1일)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공지 글은 삭제된 상태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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